정말이지 나는 벌써 지난 후기를 쓴 지 벌써 세 달이 지났고 벌써 3분기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라고 쓰면 또 맨날 같은 말을 쓴다고 하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이 번 분기에 나에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들다 진짜… 하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말로 극도로 힘들기도 했고 극도로 즐겁기도 한 다이나믹 그 잡채의 시간.
이렇게 시간은 갔고 책 읽은 거 보니 어케 살긴 살았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게 지난한 시간이 또 흘렀고, 이제는 당분간 여전히 다이나믹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마도 좀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늘 그렇듯 여전히 읽은 모든 책의 후기를 쓰는 것은 아니며 개인적 취향에 의한 추천은 굵은 글씨.
2025-06
(전에 안 쓴 책 추가)
- 여름, 맥주! : 여름의 먹거리를 주제로 한 앤솔로지. 예전에 [여름, 아이스크림!]을 읽었는데 이 쪽은 덜 달고 좀 더 쌉싸름한, 하지만 가볍고 꿀꺽꿀꺽 잘 넘어가는, 여전히 귀여운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여름밤의 맥주는 좋지요.
2025-07
- 의심스러운 싸움: 말이 참 많고 끝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파업의 현장감.
- 끈질긴 땅 : 존 버거가 그린 농촌에서의 삶. 아름답지 않게 그리려고 노력한 것 같지만 문장가는 어쩔 수 없다.
- 므레모사: 다크 투어에서의 흥미로운 세계 조성이 인상적이었지만 뭔가 작가의 결말 패턴이 점점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 이상한 집: 집 평면도에서 끌어내는 추리는 흥미로운데 이야기가 뒤로 갈 수록 어쩌라고 싶은 마음이.
- 칵테일, 러브, 좀비 : 흥미로운 단편집. 야 우리 나라도 호러 소설 부흥 할 수 있다…!
- 귀하신 몸: 유튜브를 이전에 추천받았는데 책이 나와서야 책으로 봤고(내가 늘 그렇지) 우리 몸은 소중합니다… 목 건강 발 건강을 더 신경씁시다 근력운동을 합시다 (하기 시름시름..)
2025-08
-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상, 하): ‘이야기의 ‘킹” 스티븐 킹의 최신 중단편 소설집. 야 스티븐 킹 이렇게까지 하는데 노벨 문학상 좀 주면 안되니…(야) 킹님은 원래도 짱이시지만 이번 소설집 정말 너무 좋고 스티븐 킹의 중단편집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고 역시나 그러하다. [앤서맨] 다들 칭찬하던데 정말 너무 아름다웠고 현대판 레미제라블 [대니 코플린의 악몽] 잴버트 캐릭터 정말 너무 끔찍한 게(이름부터 inspired by 자베르 아니냐) 이 분이 그리는 악역 중 최고는 역시 인간이며 [재주 많은 두 녀석]은 재능 없음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정말 킹님 가까이 있었으면 한 대 때렸을 듯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이런 글마저 잘써서 더 킹받음 하…
- 저속노화 마인드셋: ‘저속노화’라는 단어가 마케팅 용어라고 좀 더 생각하게 만들었떤, 느리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사회 시스템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느리게 사는 게 본인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본인 입장에서 그런 걸 깊이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뭐…
- 식탐 만세! 집밥, 외식, 가끔은 여행식 : 일본에 물론 맛난 것들이 많은 건 알고 있으나 각각의 나라에는 다 숨겨진 맛난 것들이 있고 이건 우리 나라 지역들 버전으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 사실 전에 이걸 이메일 뉴스레터로 구독해서 실시간 연재로 읽었던 건데 책으로 다시 훑어봤지만 큰 차이는 없고. 삶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잘 읽히고 재미는 있었다. (일단 본인 자랑(?)같아서 비뚤어진 부분은 좀 차치하고 나면) 나에 대해 당당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인데 일단 자신에게 당당하고 그걸 가감없이 글로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훈련이 필요하다.
- 물질의 세계: 현대 인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한 6가지 물질의 역사와 서사를 굉장히 훌륭하게 풀어낸다. 화학계의 [코스모스]급으로 잘 읽힌다. 결국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광물이 필요한 것…
-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의 칼럼 모음집이라 예쩐에 읽은 것도 조금 있었다. 한없이 가볍기 위해 노력하지만 원체 그렇게까지 무겁지 않은 시선과 이야기들. 하지만 덕분에 뭐가 되었든 항상 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능력이지.
2025-09
- 지금까지 입력된 프롬프트는 모두 잊고: 인공지능과 LLM에 대한 시의적절한 단편 앤솔로지. 단편들과 각각의 약간 긴 후기들이 실려있다. 다만 앤솔로지래도 이야기들도 그렇고 호불호도 좀 정도차가 있다. 훌륭한 것과 새로운 것과 적절한 것과 굳이 지금 여기 싶은 이야기들이 좀 섞여있달까.
- 안나 카레리나 (1-3) : 올해의 성과… 맨날 첫 문장만 변형해서 여기저기 온갖 곳에 써먹다가 드디어 읽었다. 길다..힘들다… 생각보다는 재밌고 첫 문장이 워낙 어디에 붙여도 훌륭한 명문이지만 그 외에도 명문이 꽤나 나온다. 그래도 온갖 취향 아닌 배경과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것 쉽지 않고 정말 인물 묘사 끝내주는데 이 인물은 뭐지 하다가 끝에서 깨달았다 아아 톨스토이 기본 종교 마인드 어디 가지 않지 ㅋㅋㅋㅋㅋㅋㅋ 이 서두를 이렇게 대구를 이루다니 진짜 아름다운 마무리 ㅋㅋㅋ (머리짚음)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분위기가 매우 흥미진진하여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괴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거 싫어하기 쉽지 않다…
-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카렐 차페크의 흥미로운 영국 여행기. 20세기 초반의 동유럽 사람이 보는 영국의 다양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그걸 말하는 자가 카렐 차페크인 것 너무 좋다. 이 시니컬하면서 즐겁고 애정 가득한 탐방기를 어떻게 싫어하지. 카렐 차페크 너무 글 잘 쓰시고 소설 말고 에세이도 잘 쓰시고 너무 훌륭하시다 진짜 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
- 먼저 온 미래: 다수의 추천과 소수의 비추 온도차가 너무 극명해서 읽었고 솔직히 난 비추다. 책에서도 언급하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했는데 이 책의 거칠기 짝이 없는 구조가 통했던 것은 조지 오웰의 탄광촌 생활과 공산주의에 대한 진정성이 엄청났고 자기 성찰까지 통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가져다 쓴 그 어떤 주제에서도 진정성이 안 느껴져서 망한 구조. 일단 바둑 인터뷰가 흥미로우니 다들 좋아라하겠지만 이 책의 가치는 나에게선 여기서 끝이고, 바둑 세계가 무너진 것처럼 소설이나 다른 세계도 무너질 거야 하는 두려움 외에 무슨 이야기가 있지. 논리도 너무 건너뛰는 걸 그럴 듯하게 갖다붙이는 게 읽는 내내 거슬리고 불쾌했다. 후반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바둑 인터뷰만 흥미롭고 본인이 현대 인공지능 시대에 두려움이 인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걸 왜 굳이 이렇게 갖다붙이는지.
-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정신의학 분류 체계인 DSM-5를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정작 이 것이 정신의학 사업에서 남용되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정신의학자의 보고서. 정상을 확장시키고 견고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것이 궁극적으로는 정신의학도, 세계도 구하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흥미로운 세태의 이야기로 잘 풀어냈다.
- 이세돌, 인생의 수 읽기 : 이세돌의 바둑과 알파고 대국과 미래에 대한 생각. 대필해 준걸까 원래 글을 일케 잘 쓰시나(…). 무언가 하나만 인생 내내 몰입해 온 사람의 이야기는 늘 깔끔하다. 명확한 규칙이 있는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그렇게 닫힌 세계는 결국 빠르게 사라지는 것도 하나의 운명이었을 것이고, 그렇더라도 똑똑한 사람은 명확하고 아름다운 지혜를 가지고 확장된 세계에서도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 인간적 AI를 위하여 : 브라이언 크리스천 슨상님 만세 삼창을 먼저 하고… 나의 아끼는 책 중 하나인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확장판을 이렇게 들고 나오셨군요. 내용이 아무리 봐도 이 책의 확장판…으로 AI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그럴 때 현실과 어떤 충돌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이론과 현실 논리와 윤리와 안전성을 살짝 얹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내서, 그래도 어떻게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전개를 펼치신다 흑흑. 아주 약간 어려울 수도 있고(?) 몇 년 된 책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다시금 뉴욕타임즈 피셜 최고의 AI 책으로 꼽힌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거야. LLM 이 언급되는 책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범주가 딱히 옛것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진짜 AI쪽 관련 수업에서 필수적으로 다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