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다시 만난 기능 공장

이전에 이 블로그에 번역해서 실었던 기능 공장의 12가지 신호 글의 원본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꽤나 된 글이고,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나도 공감하는 면이 있어서 급하게 번역을 했던 것이다) 간혹 불만만 이렇게 말하면 어떡하냐…라는 댓글을 영문과 한글 모두로 보았다. 그러하다. 사실 대안이 더 있으면 좋았겠지만 ‘기능 공장’이라는 어마무지한 단어를 사용한 마당에 대안이 생각이 날 리가 없다.

하지만 3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저자도 이제는 머언 먼 삽질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이제는 거울 앞에 서니 그래도 살아온 동안 아무 것도 하지는 않았더라…라는 마음으로 그간 자신이 기능 공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경험했던 것들을, 무려 회!사! 블!로!그! 에 올린 것이다(현재 이 분은 제품 분석 도구 Amplitude에서 Product Evangelist로 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 회사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번역하기도 애매하여, 내 멋대로 정리하기로 한다. 이 부분도 나름 재밌다.


일단 원글에서는 그 이후에 배운 것 역시 12가지 포인트로 잡고 있다. 각 문단의 제목이 핫한 단어들을 골랐지만 내용을 완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냥 문단의 주요 부분을 받았다.

  1. 기능 공장을 넘어서려면 시간을 들여 교육과 코칭, 그리고 그걸 적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3. 같이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해서, 특정 시점에 특정 팀에 갑자기 일을 떨구는 경우를 줄이자.
  4. 갑자기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 급한 것부터 한다.
  5. 실제 사용할 지표에 대한 학습.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주장하는 경우를 피하고, 주요 지표가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님에 대한 공감.
  6. 일 진행은 일관적이어야 하지만, 너무 단순화시켜서 보는 것은 곤란하다.
  7. 전체적으로 정성/정량적 현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각 부서/사일로 별로 각자의 지표와 주관을 가지고 있으면 일이 어려워짐.
  8. WIP를 줄인다.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정신은 없고 일은 진행이 되지 않으며 꼼수를 사용하기 쉬워진다.
  9. 일관성있는 업무 진행과 그를 위한 규칙 설정.
  10. 실제 일이 진행되었을 때의 중요한 것에 대한 의사 결정 검토
  11.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OKR과 계획 등으로 점철되어 제약사항이 너무 많아진 경우 제약사항을 최대한 걷어냄.
  12. 많은 팀, 많은 상황과 교류하면서 계속 배워나갈 것. 다양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음.

주제가 이것저것 있지만, 사실 저 12가지 주제보다 더 다양한 관점이 있을 것이고, 저것보다 요약하면 더 짧게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것을 보았을 때,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아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어떤 기분일 지 안다. ‘나 이거 뭔지 알아.’

다양한 상황에 대한 유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야 하는 일관성과 뚜렷한 목표, 일관적으로 공통되게 사용해야 하는 지표, 데이터에 대한 이해, 오컴의 면도날처럼 깎아내야 하는 제약사항, 팀이나 그룹의 목적보다 일단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 그리고 각각 상황에 대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같이 일하는 상황과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이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3여년이 지난 지금, 나도 이 글에 매우 공감하는 이유다.

이상과 현실은 항상 멀리 있다. 완벽하게 ‘기능 공장’을 뒤집는 방법 따위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우리가 원하는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하는 길이고, 그를 위해서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하는 것, 하지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목적과 나침반같은 데이터를 명확히 보고, 지속적으로 주변의 환경을 끊임없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 이런 것이, 최소한 흐릿한 ‘기능 공장’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드는 방법이지 않을까.

(그림 출처: 원글)

Written on February 18,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