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참선 기간을 보냈던 이야기

사실 이 글은 1월에 조금 마음이 힘들었을 때 썼다. 왜 오픈을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 다시 읽어보고 오픈을 하라는 일종의 예지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 때처럼 그렇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고 조금은 불안하다. 다양한 답없는 고민을 한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나의 길은 어디. 하지만,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요가는 꾸준히 배우고 있다. 여름에 이래저래 쉬었다가, 지난 주부터 다시 조금씩 시작했다. 두어달 쉬었다고 몸이 많이 다시 뻣뻣해졌지만, 다시 열심히 하면 역시 더 나아지겠지. 조금씩이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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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요가를 배운다. 3개월째, 간혹 1주일 내내 째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나가고 있다. 나의 몸은 워낙에 엉망진창이고 뻣뻣해서, 사실 엄청 못한다. 부끄럽기는 한데 운동하면서 부끄러운 게 하루이틀이 아니어서 이제는 매우 뻔뻔하다. 못하니까 배우지 뭐. 쳇, 못하는 게 부끄러워서 도망가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라는 기분으로.

물론 이 것은 힘든 운동을 하기 싫은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은 검도가 늘지 않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유단자(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지만)가 된 것도 과분하다. 나의 팔다리 근육은 짧고, 어깨 근육도 오그라 붙어 있고, 팔의 힘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숨은 짧다. 자세가 나오지 않고, 어거지로 그 자세를 쫓으려면 힘이 들어가지 않고, 속도를 붙이면 무너진다. 여기서는 더 늘지는 않고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다. 나는 검도를 매우 좋아하지만, 더 싫어지기 전에 일단 몸을 어떻게 하고 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다 어영부영 쉬다 보니 지금이라, 그나마 하고자 골라본 것이 요가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절에 다녀왔다. 전부터 궁금했던 집중 참선 기간이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과 겹치기도 했고, 마음도 조금 불편했고, 다행히 아무런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3박 4일로 되어 있는데 휴가까지 내기는 좀 그래서 나는 2박 3일(크리스마스 연휴 + 주말 23~25일)만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별 것 없다. 일반적인 템플스테이 같은 것과 비슷하다. 세 번 예불 참석하고, 예불 시간에는 선택적으로 108배를 하며(예전에 했다가 며칠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때도 한 번만 했고 하루 정도 힘들었다), 세 끼 식사를 한다. 그리고 참선을 한다. 원래는 하루 한 시간씩 행선(걷기 명상)도 있어서 근처 숲을 걷는다고 하는데, 내가 간 날은 내내 눈/비가 내려대서 내내 선원에서 좌선만 했다. 대략 새벽 예불-참선 1시간-식사-참선 2시간-점심 예불-식사-참선 3시간-저녁 예불-식사-참선 2시간-취침 으로 돌아갔다. 대략 하루에 8시간 정도 참선을 한다.

참선은 별 것 없다. 그냥 앉아서 명상이다. 그냥 벽을 보고/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잡생각에 빠지면 다시 숨에 집중한다. 그냥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인지한다. 참여는 선택이고 어떤 식으로 해도 괜찮다. 너무 부스럭거리면 주변 스님들이나 같이 참선하는 분들께 방해가 되겠지만.

…물론 말이 쉽지 잡생각 장난 아니게 들고(정말 나의 잡생각이 어디까지 버라이어티해질 수 있는 지를 제대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냥 방석 하나 깔고 좌선하고 있으려면 등 아프고 허리 아프고 다리 저리고…다행히 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를 극도로 체험할 수 있었다. 사실 나중에는 거의 버티기의 기분이었어서 내가 참선을 아주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마지막 날 나오기 직전에 점심 먹다 들은 이야기지만, 지금이 동안거 기간이라 스님들이 보통 다른 데 참선하러 가시고 남아계신 스님들이 다른 데와 동일하게 집중 참선하고 있는데 그냥 그 거 그대로 한 거라고, 스님들에게도 빡센 건데 어케 잘 따라가시던데 괜찮았냐고… 야아아아 당연히 안 괜찮아! 사실 마지막날 아침에 한 시간 쨌다고! )

가서도 느꼈고, 지금도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절의 고요하고 편안함, 세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을 좋아하지만, 내가 종교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하다 보니 아마 템플스테이나 이런 걸, 정말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관광 목적으로 가고자 하는 게 아니면 일부러 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절이 아니더라도 작년의 자작나무숲이나 곰배령 같은 다른 고요한 곳들, 혹은 내가 걷지 않은 많은 둘레길들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호연마을같은 좋은 곳도 갈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참선 시간이 나름 도움이 되었다. 요가에서 배웠던, 호흡을 아랫배 끝까지 의식적으로 밀어넣는 것에 대해 내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호흡에 집중한다고 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쉬이 날아가기도 하고. 하지만 호흡이 상반신 전체를 타고 내려가는 것에 계속 집중을 하니 집중하기도 더 좋고, 정말로 공기가 몸 속에 제대로 들어가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특히 숨이 짧고 폐가 약한 나에게는 더욱 더,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물론 잡생각 틈에서 숨에 집중하는 것은 10%나 되었을까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일한 의식 속의 행동이었으니까.

물론 3일간 그러고 왔다고 해서 그닥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몇 달간 요가를 했다고 역시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연히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현실에 대한 나의 마음도 달라지지 않고 늘 롤러코스터를 타고, 몸은 여전히 뻣뻣하고, 나의 숨은 여전히 짧다. 하지만,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내가 움직이고,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고, 그것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조금씩은 달라지고 있다. 사실 그 이상은 기대하지도 않고, 그것이면 된 것 아닐까.

오늘도 요가를 하고 왔다. 호흡에 좀 더 신경쓸 수 있어서 좋았다. 간단한 동작을 배웠다. 등 뒤에서 척추를 눌러주는 동작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호흡이 편해진다고. 따라했는데, 정말 갑자기 숨이 탁 트이는 것을 느꼈다. 이 자세가 뭐라고, 나는 왜 이걸 아직도 몰랐을까. 나의 몸은 매우(좀 심할 정도로) 뻣뻣하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안 되던 동작이 되는 걸 발견했다. 아아, 그렇구나, 나아지고 있구나.

아마도 언젠가는 다시 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참선에서도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숨을 좀 더 자연스럽게 깊게 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마음이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상황은 좋아질 수 있다. 많은 경우 생각보다 현실이 나았고, 그래서 좀만 참고 기다리면 꽤 많은 경우 그렇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Written on September 24,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