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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2609 책 후기

책 관련 호외: 예전에 번역한 파이썬으로 배우는 데이터 과학이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가문의 영광?!

많은 SNS나 텍스트 플랫폼에는 몇 년 전의 오늘 이런 식으로 같은 날짜의 이전 여러 년도의 글을 보여준다. 가끔 아주 옛날(대딩때의 BBS라든가 예전의 텍스트큐브 개인블로그 같은 것들…) 백업본 들여다 볼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심연 깊은 곳에 파묻어두었고 이런 것 역시 그만큼 오래 된 것은 아니지만 매번 확인하지는 않지만 오늘도 어쩌다 확인을 했는데, 예전의 나는 꽤 귀여운 구석이 있었구나?!

시간은 빠르고(맨날 하는 이야기는 이번엔 생략), 어쩌면 이런 글들을 보면서 몇 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귀엽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야).

이번 여름은 이래저래 좀 바빴고 별로 읽은 책이 없다(언제는 많았던 것처럼). 늘 그렇듯 모든 책의 후기를 공개하지는 않으며 개인적인 취향에 기반한 추천은 볼드체로.

2026-07

  • 이 완벽한 날 : 정말 국내 번역되기를 수 년을 기다린 책이었고 아이라 레빈이니 당연히 재미없을 리 없겠지만 세상에는 너무 훌륭해서 고전 반열에 올라버린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있고 내가 그런 책들을 너무 사랑하며 이 책은 너무 늦게 번역된 것이었다… 그래도 머릿속에 생생이 그려지는 세계관도 좋았고 끝이 신나게 달리는 것도 좋았다.
  • 판타 레이 : 수학과 과학은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래서 유체 과학사의 여정은 결국 과학 역사서가 되어버린 것이에요… 그래서 재밌고 쉽게 읽은 것은 좋았지만.
  • 여름, 커피: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나에게 커피는 그다지 여름이 떠오르는 음료는 아니지만 그래도 커피를 떠올리는 귀여운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겠지요.
  • 문학의 민주주의-구로노동자문학회소사 : 대한민국의 노동계에서 문학은 어떻게 향유되고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꼼꼼히 정리한 책. 좀 어렵기도 하고 이게 이게 맞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새롭고 좋은 시각이어서 배울 것들이 많았다.
  • 초인적 힘의 비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작가의 삶(다른 책들에서 읽은)을 떠올리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힘내서 건강하게 살아야징.

2026-08

  • 페넬로피아드 : 마거릿 애트우드가 [오디세이아]의 페넬로페를 중심으로 해서 풀어놓은 이야기.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 관객 천만을 돌파한 이런 시점에 읽기 딱 트렌디하고, 관점 전환은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 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소설이…늘 그렇죠…
  • 길을 찾는 책, 도덕경 : 켄 리우가 아무리 중국계라고는 해도 미국인이라 어차피 서양 사람이 해석하는 도덕경 따위(켄 리우의 그간 소설들이 오리엔탈리즘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라는 마음으로 흐린 눈을 하고 읽어서인가 생각보다 무난했다. 물론 또 역시 본인의 해석에 대한 긍정적인 썰을 잔뜩 풀긴 했지만 그래 뭐 본인 이름 걸고 한 건데 그 정도야…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사족 같았지만).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두 번째 기록 : 기존의 작품을 약간 비틀어서 새로 쓴 이야기. 굳이 필요한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틀면 이런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험이 엄청나게 다르구나(종이책 추천) 싶었다.
  • 술 취한 식물학자 : 술은 채식이지(!). 술과 관련된 다양한 식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도감같은 면이 있지만 나는 원래 도감을 좋아하고, 식물 세밀화도 좋아하며, 술과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역시 재밌고 사람들은 정말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아.
  • 엘리펀트 헤드: ‘정말 훌륭한 미스테리 책이지만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없다’ 같은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읽었고 나도 비슷한 마음이지만… 게다가 심지어 내 취향도 아니었다 orz. 나 특수설정 안 좋아하네… 요즘 여기저기 나오는 특수설정 미스테리들 중에서 딱히 재밌게 읽은 게 없기도 한데 이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설정한데다가 잔뜩 꼬아놓으니 정말 트릭을 위해 이야기의 모든 걸 내던져 버린 듯한 기분이 들고 내가 좋은 트릭들 좋아하지만 이 정도까지 트릭만 나열하는 건 아무리 촘촘하게 짜놨어도 별로구나 싶은 기분.

2026-09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영미권에서는 애들이 [어린 왕자]도 [모모]도 안 읽어서 거의 모른다길래, ‘그럼 영국 어린이들이 다 읽은 책은 뭐가 있나요?’하고 물어봤더니 이 책이래서 읽어봤다. 삽화도 귀엽고 따스하고 내용도 귀엽고 교훈적인 듯 아닌 듯 한게 애들이 좋아할 수도 있었겠다…라지만 그렇게까지 유명한 이유는 솔직히 난 모르겠다.
  • 머도쿠 : 클루 + 스도쿠 + 배틀쉽 느낌의 흥미로운 퍼즐. 정말 오랜만에 푹 빠져서 정말 열심히 풀었고 나중엔 온라인에 공개된 것도 다 풀고 결국 아직 한국에 안 나온 2권 원서를 주문해 버렸다… (하지만 역시 종이에 쓰면서 푸는 게 손맛이 좋다.) 간만에 푸는 넘나 재밌는 퍼즐인 것.
  • 감성 여행 : 로런스 스턴 책이 국내에 더 나오다니 넘나 감사할 일이라 읽었고 또 선생님 아무말 대잔치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좀 심심하긴 하다. 아마 더 쓰셔서 끝이 나왔다면 어떻게 진행되었을 지 모르지만 여전히 또 끝을 못 내시고…
  • 일의 재발명: AI가 업무 환경에서 널리 사용되게 되면서 생긴 변화들을 쭉 정리해서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한 번에 정리해서 보는 의미는 있었다.
  • 발효 음식의 과학 : 술부터 소세지까지 수많은 발효 음식은 새로운 영양분과 맛과 보존 기간으로 여러 인류를 살렸고,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물론 음식에 대한 일화는 재밌기까지 하고 다양한 대륙의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 좋았다.
  • 절대 쫄지 마 : 제목이 왜 이렇게 유치한 느낌이지 라지만 아예 바꿀 게 아니라면 다른 말로 옮기기도 애매하긴 하다. 편차는 있어도 실패는 없는 스티븐 킹이 최근에 매우 아끼는 것 같은 탐정 ‘홀리 기브니’를 다시 불러왔다. 그리고 킹님의 장편의 미덕은 인물을 정말 끝내주게 살아 숨쉬는 것 마냥 창조한다는 건데 이게 호러가 아니고 스릴러다보니 악당도 옆집에 살 것 같은 기분 나쁜 인간을 정말 끝내주게 잘 그린다는 거다 하. 그리고 중간에는 살짝 지겨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후반부가 굉장히 달리기 때문에 끝에는 정신없이 읽었다. 하 역시 킹님 클래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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