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데이터 일을 지금까지 해오게 되었을까. 그 것의 발단은 ( 데이터를 엮는 사람들-데이터 과학자 에서도 썼던 것처럼) DB 수업을 듣다가 알아서 이상한 약을 제조해 먹어서(?) 였지만, 이를 유지하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서 생각했다. 물론 다른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인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수동적 조건이 아닌 능동적 조건을 고민해 보자면, 당연히 이 일을 좋아해서일 것이다. 그러면 이 일을 왜 좋아할까? 물론 애정에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일에 있어서 큰 목표를 두고 살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늘 지긋지긋해왔으면서 그 것이 그냥 싫음이 아닌 애증이 된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꽤 오래 생각해서 떠오른 특징은 ‘측정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측정하고 이를 가지고 논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데에서 논리를 만들어 내어 답을 찾는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엉망진창 쌓여있는 데이터를 어떻게든 다듬어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으로 논리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란 얼마나 근사한가. 물론 이를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더 징그러운 일들이 산적해 있으며 뭔가 조금 쌓아놓았다 싶으면 와르르 무너지고, 그래도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 새로운 지긋지긋함이 떠오르는 일이 늘상 있었지만 그래도 일의 근간이 재미있었기에 아마도 나는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일을 순도 100%로 싫어한 적은 아마도 한 순간도 없지 않았을까.
연차가 쌓이고, 내가 하는 일의 층위도 조금씩 변해가면서, 새로운 재미도 조금씩 찾아갔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사람들과 같이 더 큰 일을 도모하는 것 역시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고(그렇다 나는 생각보다도 꽤나 산업공학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어려운 마음도 더 커졌다. 의사 결정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록 데이터와 논리의 힘은 약해진다. 추론이 어려운 수많은 외부의 요인과, 그마저도 알 수 없는 여러 요인들, 다양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성,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일들. 사실 그게 크게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아니다. 원투데이 일해 온 것도 아니고, 사실 데이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데이터 분석 결과 같은 것은 작은 것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게 지금 다른 층위에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며, 이제는 충분히 익숙해지고도 남는 시간이 흘렀다. 예전에는 화도 잘 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력이 있는 젊은 때나 하는 것인지라, 기력도 별로 없는 요즘에 와서는 화도 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아주 조금씩 시들 뿐.
그리고 사람들이 AI를 생각없이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일들은 더욱 무용해졌다. 물론 측정과 논리의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나마 여전히 의미있는 일이다.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쓰는 AI의 이름을 빌려 그나마 무언가를 측정하고 답을 찾게 시키는 것이 가능한 건 역시 체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사람은 타인의 말은 듣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듣는 것 같은 AI의 말은 듣는 시늉이라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많이 시들었는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한가득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내 일이 부득이한 이유로 최종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그 일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최근 몇 년은,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무엇을 하든지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 일도 계속 손에서 미끄러지고, 그냥 모든 것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지? 여전히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다양한 배경의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고, 이것저것 참여도 해보고 하지만 여전히 시든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어떠한 일에서도 이거다 싶은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내가 언제부터 큰 의미를 가지고 일을 했는 지 모르겠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일까’ 같은 생각이 발끝에 툭툭 걸린다. 다행히 아직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생각하는 것은 그래도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애초에 나에게 있어서 일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사실 먹고사니즘이 가장 크겠지요) 그러다보니 어떤 감정과 호르몬에 연결되는 것보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먼 옛날 MC스퀘어라는 물건이 있던 시절 광고가 있다…). 그 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가끔 재미가 있거나 하면 좋은 일이지만 그게 없다고 일을 못하게 되지는 않는다. 조금 아쉬울 뿐.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내가 재미있는 것을 열심히 한다. 퍼즐을 열심히 풀고( 머도쿠 짱…머도쿠 2권 산 것도 다 풀어버리고 3권 예약주문했다…) 이런 아무 글을 쓰고 조금 돌아다니고 추리소설을 읽고 개인 지식들을 정리는 것 같은 수많은 무용한 일들을 한다. 어차피 열심히 하는 일도 무용하다면, 뭘 해도 가히 쓸모있어질 것 같지 않다면, 그래도 ‘나의 재미’를 위해서 하는 일은 무용해도 나에게는 그 시간이나마 좋은 가치를 남기고, 그것이면 된 것 아닐까.
최근에는 How to measure anything 을 다시 읽고 있다. 2010년대에 읽을 때도 약간의 예스러운 느낌이 조금은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 아름다웠던, 나의 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 읽으면서 내가 이 일을 어쩌다 하게 되었는지 다시 떠올린다. 지금은 이런저런 걸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것도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도 역시 사람들은 잘 듣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실제 현장에서 옮길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무용한 생각이고 이걸 또 정리해 본다고 해도 무용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걸 이제 와서 왜 읽냐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역시 이게 무용한 일이라고 해도 내가 그런 시간을 재밌게 보낸다면 다른 것은 아무 상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빠르게 내려갈 수도 있다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