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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에서 넛지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얼마 전, 서비스에 넣으려는 UX가 넛지(Nudge)로 보여서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론을 듣고 곤란해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상황까지 들을 수는 없어서 더 이야기를 진행하지는 않았으나, 반론을 제기한 분도, 여기에 곤란해한 분도 모두 약간의 오해나 혼동을 겪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넛지와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전략이지만, 그 목적과 방법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넛지로 뭉뚱그려서 사용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다크 패턴’은 부정적인 의미가 확실하니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려는 경향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을 이해하고 정확한 정의를 사용하는 것은 대화와 의사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특히 서비스에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를 기준으로 이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고 윤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넛지란?

넛지는 굉장히 유명한 용어가 되었지만,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다. 넛지는 사용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부드러운 유도 방식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간섭 방식이다. 넛지는 행동 경제학의 원리를 따른 방식으로, 강제성이 없으며,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면서도 특정 선택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계단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계단 입구를 더 눈에 띄게 만들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오면 몇 칼로리 소모’ 같은 문구를 붙여둔다든가,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계단에 인기 캐릭터 같은 것을 붙여서 디자인하는 것이 넛지의 사례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이 전기를 절약하고 건강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크 패턴이란?

다크 패턴은 사용자를 속여서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다. 다크 패턴은 사용자의 취약성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혼란을 주어 사용자가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구매 과정에서 ‘마케팅을 위한 정보 제공 동의’나 ‘구독 서비스 가입’ 옵션이 기본적으로 선택되어 있거나, 구독 취소 버튼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 등이 다크 패턴의 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사용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때로는 금전적 손실을 준다거나 원치 않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넛지와 다크 패턴의 차이점

넛지와 다크 패턴의 핵심적인 차이는 ‘사용자의 자율성과 이익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다. 넛지는 사용자가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계되며, 선택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어 최종 결정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반면, 다크 패턴은 사용자의 눈을 가리고 조작하여 특정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 유도하고자 하는 결정은 사용자 본인보다는 기업과 서비스의 목표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다. 다크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법적 문제로까지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넛지와 다크 패턴을 구분하는 방법

넛지와 다크 패턴은 비슷한 듯 다르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이 것이 서비스의 목적인지 사용자의 목적인지를 결정하기가 다소 모호할 수 있다. 이럴 때 이 둘의 차이를 파악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목적의 순수성이다. 특정 UX가 유도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이득인지, 기업에게 이득인지를 좀 더 고민해 볼 수 있다. 또한 제공되는 정보가 투명하고 명확한 지를 살펴볼 수 있다. 넛지는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스스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다크 패턴은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의도한 결정을 유도한다. 이는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다크 패턴의 경우는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거나 특정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넛지의 경우에는 특정 방향을 유도하되, 모든 선택권을 열어놓는다.

넛지의 경우 계단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계단이 더 눈에 띄게 하지만,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을 복잡하게 꼬아놓는다거나 안내판을 다 치운다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비스 회원을 탈퇴하려고 할 때 메뉴를 찾기 힘들게 하고, ‘이 서비스를 해지하면 이러이러한 불이익이 있다’라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사용자를 불안하게 하면서 탈퇴 메뉴를 계속 숨기는 것은 일견 사용자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선택을 제한하고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하므로 다크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넛지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 토론하시던 분들은 넛지와 다크 패턴에 대해서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가 오가서 서로 곤란해 하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크 패턴이라면 지양해야 하는 것이 좋겠지만, 모든 유도 방식을 다크 패턴이라고 생각하고 지양하는 것 역시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무조건 다 막아버리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나날이다.

물론 기업에서 제공하는 모든 행동 유도 방식이 다크 패턴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의 투명성, 사용자의 자율성 존중 여부다. 넛지와 다크 패턴은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을 지속가능하게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넛지를 적절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면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사용자 간의 신뢰도 상승과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오도하는 방식은 다크 패턴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사용자의 신뢰를 잃고 장기적으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과도하게 사용자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하며, 사용자의 사용자의 자율성과 편의를 고려하고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최선이 되는 방향을 고려하여 긍정적인 결정을 유도하는 방식을 구상한다면, 사용자와 기업 모두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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