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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1703 책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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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로그를 4달로 할까, 3달로 할까의 구분 기준은 3달간 40권 이상을 읽은 경우다 (한 달에 평균 10권을 읽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 번 나누면 1년 유지). 그런데 이번 3달은 (심지어 작년 12월의 남은 책을 빼고도) 어쩌다보니 40권이 넘어버려서 일단 정리하기로 했다. 딱히 많이 읽었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꽤나 읽었구나. (늘 그렇듯 추천은 볼드체로)

2016-12

  • [아내를 죽였습니까] : 하이스미스의 이 책 전작인 [낯선 승객]과도 이어지는, 소심하고 삽질쟁이(…)인 주인공이 행동력있는 사악한(물론 전작보다 매력은 0인) 사람과 기이하게 엮이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근사하게 그려낸 이야기. 작가 특유의 폐부를 찌르는 인간에 대한 냉소도 극대화되었다. 다시 한 번 외칩니다 하이스미스느님. 하이스미스느님을 믿으세요. 실망시키지 않아요.

모두들 그에게 뒷걸음질 칠 것이다.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구가 달처럼 되고 그는 달에 사는 유일한 인간인 듯 외로운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닥터 스트레인지의 미스터리 월드] : 닥터 스트레인지 중심의 마블 월드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90%이상 해결된다. 진짜다.

2017-01

  • [리바이벌] :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소설이 너희들 것이라

  •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유전자로 인류의 뿌리를 찾는 고생물학의 여정은 얼마나 근사하고,어떤 수단으로든 무언가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반짝이는지.

  • [S.T.E.P.] : 찬호께이는 여전히 연작에 강하고, 미스터 펫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SF 에 예측 분석 기반의 미스테리라니 이건 나보고 읽으라는 것…

  • [산책] : 로베르트 발저의 수필집. 얇지만 아주 천천히 읽히는, 마음을 멈추는 문장들. 나에게도, 미래에 치이지 않고, 현재에 서서, 과거를 둘러 보면서, 아주 천천히 많은 것을 오래동안 바라 볼 수 있다면, 모두를 멀리서만 바라본다면, 그런다면, 만약에

나는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예쁘게, 그렇게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 로베르트 발저, [시인]

  • [통계적으로 생각하기] : 상관관계-인과관계, 현실에서 숫자를 보는 자세에 대해 쉽게 잘 설명했다. 게다가 책도 얇다. 많은 사람들은 숫자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생각보다 잘 못 보고 있다. 이런 현 시점에서 꽤나 유용한 책이지 않을까.

통계광만큼 섹시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메시] : 혼란과 부재의 미덕

  • [니코마코스 윤리학] : 개인에게 있어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본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의를 잘 옮겼다. 쉽게 읽히기도 하고, 매우 바른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는 간간히 다시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말이다.

  • [사자왕 형제의 모험] : 여기가 아닌 어딘가,날 받아줄 그 곳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선악이 확실하고 항상 따뜻한 그 곳의 이야기. 동화는 가끔 천연덕스레 잔인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낭길리마에 가 보고 싶구나.

  • [숨결이 바람 될 때] : 짧은 생을 치열하고도 따뜻하게 살다 간 의사의 회고록,생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않는 저자의 모습이 강렬하다.어떻게 살아야 할까.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이야기인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샴페인 친구] : 제목만큼이나 샴페인같은 책이다. 깔끔하고, 톡 쏘고, 정신없고, 뒷맛도 안 남는. 그래도 한동안 정말 감흥없었던 작가의 최근 전작들보다 나아서 즐거웠다. 술에 대한 예찬에 공감해서인가…(쿨럭)

나에게는 술친구가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해. 이 빛의 도시에는 함께 빛을 마실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거야.

  • [큐레이션] : 정보 홍수가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개인화 추천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갑자기 망한 석사 논문이 떠오르니 울고 싶구나(…)). 그리고 이제 이게 실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기존의 검색 엔진들 마저도 각자의 색을 가진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하게 되는 현상에 대해 설명…은 좋은데 좀 어수선하고 중심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큐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이것저것 훑어보는 용도. 물론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 책은 좋은 ‘큐레이션’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 [고양이와 할아버지] (1,2) : 혼자 사는 노인과 반려동물 간의 따스한 이야기. 그림은 귀엽고 이야기는 포근하다.

2017-02

  • [불멸의 이론] : 베이즈 이론의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한 책. 사람들이 빈도주의에서 스리슬쩍 베이지안이 되는 모습들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재밌다. 좋은 책이다. 번역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왜 아니 무난한데.

  • [로봇] : ‘로봇’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로봇의 존재와 노동력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고민한 고전. 고전이란 이런 거죠, 다들 여기서 나왔던 고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명작이죠.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커트 보니것의 졸업 축사 모음. 늘 그렇듯 신나고 근사한 말빨을 자랑하지만, 원체 휴머니스트이신데다 졸업축사다보니 인류에 대한 따뜻함이 배어나와서 오히려 난 좀 심심했다(야).

  • [파리 걷기 여행] : 원체 구석구석 천천히 보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이 시리즈는 늘 잘 되어 있어서 믿고보는데, 파리 판도 역시나. 정말 1도 관심없던 파리에 가고 싶어졌다.

  • [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퀸이 고른 우아한 범죄소설 모음집. 그런데 미스터리는 심심하고 범죄소설의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너무 짧은 이야기들. 그리고 러셀 옹은 소설 많이 안 쓰시기를 잘 한 듯(야).

  • [피너츠 완전판 3] : 피너츠 캐릭터가 막 제대로 세팅된 상태의 이야기. 특유의 어딘가 안타까운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넘나 귀엽게 펼쳐지는 것.

  • [클린 코더] : 기대가 꽤 커서였을 지 몰라도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나도 수련과 장인정신 정말 좋아하지만 회사에 잘 하자 같은 뉘앙스가 과한 게 간혹 보이고. 하지만 분명 배울 것도 많고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은 책이다.

  • [동급생] : 절망의 시대가 있고, 그 안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가슴떨리고, 입가에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시대에 쓸려가면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잔향을 남긴다. 그리고 그 잔향은, 우연과 필연에 의해 다시 떠오른다.첫 문장과 끝 문장의 힘이 너무나 대단해서, 다 읽고 앞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먹먹함이란.

  • [우연한 산보] : 산책이란 우아한 헛걸음이며, 일상의 빛나는 짬 같은 순간이다. 마냥 걷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던가.쉽게 지나치게 되는, 혹은 우연히 잘못 들어간 곳들을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는 이야기들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작가의 후기도 좋다.

  • [앨런 튜링] : 그래픽 노블 평전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유사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딱히 작품 자체가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앨런 튜링은 어쨌든 흥미롭고 안타까운 사람이고 이 사람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 패턴에 꽤 훌륭하게 어울린다.

  • [베네치아 걷기 여행] : 이 책은 다른 시리즈보다는 솔직히 심심했지만, 이건 도시의 규모에서 나오는 차이였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작게 빛나는 모습들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상상으로나마 맛볼 수 있어서 즐거운 여정이었다.

  • [가면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초초초기작. 트릭 자체는 넘나 단순하고 금방 보이지만 역시 요즘은 읽기도 편하고 가벼운 이런 맘편한 고전추리물이 편한 것이다. 작가가 글을 쉽고 재밌게 쓰는 건 늘 여전하기도 하고.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오랜만에 다시 읽은 김에. 하 언제 읽어도 넘나 아름답다. 영화와 같은 듯 다른 매력. HAL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끝부분은 훨씬 친절하고 우아하다.

자신이 이 세계의 주인이었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 수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곧 뭔가 생각이 떠오를 것 같았다.

  • [농장 해부 도감] : (미국의) 농기구,동물, 식물,농장 음식 등 [키다리 아저씨]나 [초원의 집] 등에서 나오던 농장의 상세한 모습을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눈이 즐겁다.(덧.이 동식물 기계 용어 옮기느라 고생했을 게 보이는 역자님께 리스펙트)

2017-03

  •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고, 인간은 기계와 공존할 수 있으며 우주는 이미 충분히 컸던 전편보다도 훨씬 거대하다. 하지만 결론은 HAL은 IBM의 전자가 아니라는 변명을 추가하기 위한 걸까(아냐 그거).

  • [스토너] : 스토너라는 교수의 삶을 훑은 이야기다. 참 특이할 것 없는 삶이다. 적당한 집에 태어나서 적당히 교수가 되어 적당히 살다 간 사람의 이야기다. 재능, 사랑, 결혼, 직업 어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법한 독특하고 강렬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그냥 흔한 이 구역의 조용히 살고 싶었던,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것들과 살고 싶었던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그런데 이런 사람의 삶이 왜 그렇게도 먹먹한지, 별 것 아닌 빛나는 어떤 순간들은 왜 그다지도 아름다웠는지, 그냥 살면서 흔히 겪을 법한 힘든 순간들은 어떻게 이렇게 폐부를 찌르는지. 이런 많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몇 년 만에 대략 2/3쯤 넘어갔을 때부터 정신없이 울다가 술을 꺼내와서 마시다가 책에 실컷 줄을 치다가 또 꺽꺽대며 울면서 책을 읽었다.

  • [산책] : 아무런 목적 없이, 천천히 걷는 것. 익숙한 곳을 낯설게, 혹은 낯선 곳을 익숙하게, 일상의 소소함을 특별하게, 굴곡진 사건을 인생의 하나의 점으로 만드는 마법.

  • [센서티브] : 예민한 사람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덜 다치고 살아나가는 방법인데, 그냥저냥 심심하다. 뻔한 이야기들도 많고…내성적이고 예민한 나는 내성적인 사람을 위한 [콰이어트]는 굉장히 좋아하고 사실 그 정도를 기대한 것도 좀 있는데, 이 책은 그 책에 비해서는 감흥이 반도 없다. 하지만 아마도 다른 책이나 공부 같은 걸 통해서 습득한 내용일 수도 있어서, 도움이 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 [이별여행] : 슈테판 츠바이크는 일단 믿고 보는 거 아니었나요.[이별여행]과 [당연한 의심]이라는 두 중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표제작은 뻔한 불륜인 것 같지만 마지막에 턱 하니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 떨어지는 문장이 았고,후자는 사람의 당연한 마음에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이는 작가의 빼어난 문장들의 역할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목성의 위성들과 목성 주변을 탐사하는, 보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제목에 충실한 속편. 이야기는 좀 어수선하지만(…) 우주 탐사와 우주에 대한 묘사는 역시 클라크느님이고 난 이제 이 소설과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와의 연관성을 알아!!

  • [타자의 추방] : 저자의 기존 저서인 [피로사회]와 [투명사회]의 주제를 ‘타자’와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한 듯한 내용. 타인을 알고 소통하면서 자신을 깨닫고 자아를 얻는다. 저자의 빅데이터 및 디지털에 대해 부담스러울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은 좀 할 말이 많지만 각설하고(…) 예로 든 책과 영화는 대부분 아는 거라 즐거웠다.

  • [퇴사하겠습니다] : 표지가 귀여워서 읽었는데 내용은 별로 안 귀여웠다.(…) 회사에 사람이 매여있고 퇴사하면 의외로 사회가 확 몰려오지만 여유있게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내용인데 비슷한 처지로서 반은 동의 반은 글쎄.

  • [기나긴 이별] : 유려한 문장과 어두운 분위기는 훌륭하지만, 역시 하드보일드는 내 취향이 아닌 것이다… 난 아무리 봐도 필립 말로 멋진 지 모르겠고…(…)

  • [디자인 유어 라이프] : 가끔(특히 쉴 때) 이런 책을 한 번 읽어주는 것도 괜찮다. 꼭 뭔가 내 삶을 찾는다기보다는, 한 번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해 보지는 못 했고, 이런 책에서의 예제의 삶들을 보면 늘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간간히 눈에 들어오는 문구들과, 꽤 밝고 경쾌하면서도 꼼꼼하게 삶을 구성하는 방안은 좋아보였다.

  • [크리피 수지] : 극단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아이들에 대한 귀여운 일러스트의 그림책. 가볍게 읽어볼 만은 한데 책 소개의 포우 인용은 많이 오버고…(믹 잭슨 정도면 모를까)

  • [지금, 다시, 헌법] : 헌법과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가지를 쳐내고 남는 근본을 바라보다 보면 모든 일이 간결해진다. 헌법이란 원래 이렇게 쉽고 당연하고 아름다운 거였지. 설명도 길지만 쉬워서 누구나 한 번 읽어볼 법한 책.

그 뒤에도 나는 몇 번이나 법전 앞 부분을 읽으며 아름다운 음악을 떠올리고, 몇 해 전부터 보기 힘들어진 민들레꽃씨의 예쁜 비행모습을 다시 대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조세희,[침묵의 뿌리]

  • [3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는 것은 아름답고 이 분의 설정은 역시 뭘 봐도 탁월하지만 솔직히 이 편은 주위의 압박+자신의 추가 세계관 자랑을 위한 사족같다. 굳이 없어도 될 내용을 끝을 위해 막판에 좀 무리했다는 느낌도 들고(아니 애초에 설정이 무리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덕력 자랑과 아재 개그가 과한 기분도 들고.

  • [복수는 나의 것 주식회사] : 로알드 달의 국내 초역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 로알드 달 작품이야 늘 기본 퀄리티를 유지하는 따뜻하거나 제멋대로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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