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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01706 책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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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 징글징글하게 다이나믹한 기간이었고, 그나마 몇 가지 위안 중에 하나는 책이었다. 책을 읽은 직후와 한참 후에 이렇게 다시 돌아보면 책에 대해 냉정해 지거나, 혹은 아예 인상에 안 남아서 기억마저 가물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미있지 않은가.

(늘 그렇듯 추천은 볼드체로)

2017-04

  • [너무 시끄러운 고독] : 의도치 않게 35년간 몸의 구성 성분이 활자로 이루어져야 했던 사람이 세상에 실망하고 글자와 함께 사라져가는 짧고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서글픈 이야기. 그래, 주인공의 고독은 아름답고 고요하되 시끄러웠지.

  •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 메세지 자체는 뻔하고 간결하지만 이를 위해 풀어내는 인식론에 대한 양과 구성, 그림 모두가 굉장히 놀랍고 정교하다.

  • [돌이킬 수 없는 선택] : 도입부가 꽤 좋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복수라는 테마는 뻔하고 유치하지만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속도감도 있는 소설이지만 끝이 넘나 뻔하고 심심한데다 좀 작위적이어서 좀 맥이 빠졌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아아 나에게 정치책이란 넘나 어려운 것이었다… 재미없지 말입니다 흑흑. 울 나라의 행정부 절대권력 문제는 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국회 및 민주주의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내용이 영머리에 안 들어오고 재미없는 것…(유시민이 깐 것도 분명 책이 재미없어서 였을 거라고 믿는다)

  • [면역에 관하여] : 여전히 백신 안 맞추기 등의 헛소리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백신과 인간의 면역력에 대해서 차분하고 따뜻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여러 면에서 살펴보고 풀어놓은 에세이.

  • [산책자] : 전에 읽은 발저의 단편집보다 더 내용이 추가된 단편집. 세상에 유리된 시인의 세상을 천천히 걷는 쓸쓸하고 사려깊은 이야기가 잔뜩. 다만 난 정말 배수아 번역은 취향이 아닌 것…

  • [호텔 사용 설명서] : 읽어두면 피가되고 살이 되는 호텔 관련 내용이지만 가격은 열심히 인터넷 서치를 구간별로 해보고 그래도 호텔 상황에 따라 랜덤이다 + 궁금한 건 컨시어지에 물어보자 (…) 정도에 나머지는 아는 내용이라 좀 심심하기는 했다. =_=

  •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 커트 보니것의 초기 단편 소설,에세이, 미완 소설의 모음. 초기작이어서 그런가 단편들이 덜 난해하고 깔끔해서 읽기는 쉽지만 충분히 위트있다. 에세이는 보니것옹 답고 미완인 소설은… 시선도 좋고 내용도 발랄한데 왜 쓰다 마셨나요. 귀신으로라도 잠깐 내려와서 마저 쓰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가볍게 읽을 만한 소품.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건 좋고 적당히 예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이야기가 뻔하고 평평하며 유치하다.

  • [후불제 민주주의] : 부제는 헌법 에세이지만 헌법보다는 이명박 정부 체제에서의 정치를 다각도로 까거나 옹호한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원체 글을 쉽게 잘 쓰셔서 쉭쉭 읽히는 건 역시 장점. 이런 지식소매상 넘나 부러운 것.

  • [공중그네] : 세상의 강박증은 그냥 놓아버리고 초심을 되살리면 된다는 매우 속편한 소설. 가볍고 유쾌하지만 너무 평면적이고 나이브한 이야기들이라 그냥 그랬다.

2017-05

  • [82년생 김지영] : 그다지 훌륭하지도,아름답지도 않은, 그냥 주변에서, 혹은 내가, 흔히 겪는 이야기들. 그래서 그닥 재밌지도 않고 별 큰 감흥도 없다. 주변의 이 책 읽은 여자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다만 이 책이 인상적이다,불편하다 ,과장되었다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냥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는 게 불편할 뿐인 것 아닐까.

  •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우울한 기분이 들어, 미루어 두었던 앨리스 책 중 하나를 읽었다. 국내 역자가 주석까지 직접 달았다는 책에, 기존의 유명한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와 내용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서 아주 약간 기대를 하고 있던 책이었다.결론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번역도 내 취향이 아니고, 주석도 마틴 가드너의 초하이퍼덕질 주석(…)을 피해갈 수도 없고(애초에 주석의 참고 문헌에 마틴 가드너 책이 써 있다고) 그러다보니 주석도 얄팍하고 나름 피해가려고 노력한 것은 너무 자기 생각이나 좀 거리가 먼 배경 지식 정도에 머무르고 만다. 자기 생각도 별로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주석 자체도 풍부하지도 않고. 그래도 원 이야기가 넘나 좋기도 하고, 국내에도 어쨌든 앨리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에 기쁘게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앨리스는 역시 마틴 가드너의 주석달린 판이나 그냥 다른 일반판을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

  • [미하엘] : 괴벨스의 청년 시절의 반자전적 소설… 이라지만 이 분의 평전을 읽은 나로서는 그냥 후반부 진행을 위한 1/4 를 제외하면 그냥 이거 사람 이름만 바꾼 자기 일기인 거 넘나 잘 알겠구요… 혼란과 중이병 속에서 국가와 노동에 천착해 버리면서 비틀어지고, 소설에서는 꺼져 버렸지만 현실에서 민족주의와 나치즘으로 변해버린, 그런 한 청년의 일기.

  • [M.C.Escher Pop-Up Book] : 예쁩니다. 예쁩니다. 아름답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책이 20페이지도 안 됩니다. 더 많은 작품이 필요합니다!! (운다)

  • [Alien next door] : 꼼꼼한 패러디의 귀여운 에일리언 일러스트북. 귀엽습니다 귀엽습니다 귀엽습니다 꺅. 에일리언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독 그림책. 책 내용은 모두 그림입니다.

  • [배민다움] : 회사 ‘우아한 형제들’과 경영 철학(?)에 대한 대표와 교수와의 대담집. 현실과의 괴리가 어느 정도 있을 지 궁금하지만 독특한 생각 몇 가지는 흥미로웠다.

  • [주석달린 플랫랜드] : 예전에 대충 읽은 책인데 이번에 주석 달려서 나왔대서 그냥 서점에서 훌훌 넘겨보다 너무 매력적이었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지갑에 카드를 넣고 있더라. 4차원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오히려 차원 축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옛날 세상은 그 나름의 신선한 매력이 있었고 주석 덕에 알게 된 풍부한 풍자와 숨겨진 의미들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풍미를 살려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근사한, 아름다운 고전이었다.

  • [호모데우스] : 작가의 전작 [사피엔스]가 워낙 잘 나왔어서 이 책도 매우 자연스럽게 나오자마자 읽었다. 전작이 과거를 정리해서 현재를 유추한다면, 이번은 과거와 현재를 정리해서 미래를 유추한다. 그런데 미래의 유추에는 아무래도 과학기술 개념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 작가는 그런 개념을 주 요소로 사용하면서 개념 자체에 대한 통찰은 1도 안 한 것 같다. 결론은 총체적 아무말 대잔치에 그 잔치는 뒤로 갈 수록 폭발적이다. 아 내가 며칠에 걸쳐 읽은 보람이 없다…

  •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 게으름과 사랑에 대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에세이. 간혹 공감 못하겠는(특히 남녀의 차이…) 부분이 있지만 그 시대를 감안하고 보면 그럭저럭 읽을 만 하고, 무엇보다 삶을 유람하면서 같은 일들에서 게을러지라는 통찰과 이를 떠받쳐주는 문장들은 넘나 훌륭한 것.

  • [괴벨스,대중 선동의 심리학] :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 안 올 때마다 읽은 지 어언 4년 반(…). 드디어 다 읽었다. 하아. 일단 나 자신에게 박수 짝짝. 제목에 낚였지만 그냥 괴벨스 평전이다.하지만 괴벨스가 일기와 편지를 꼼꼼히 쓴 사람이라 레퍼런스가 매우 탄탄하다. 게다가 일중독이라 선전장관으로서 한 무시무시한 악행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론은 머리 좋고 열등감 만빵인 사람이 히틀러를 평생의 메시아이자 아이돌로 삼게 되면서 히틀러를 위해 자기 기만 및 현실 왜곡을 극단적으로 파워넘치게 했다는 무섭고 슬프고 지루한(뒷부분은 좀 재밌다) 이야기.

  • [랩 걸] : 식물 및 연구, 일에 대한 열정과 동료애가 눈부신 어느 식물학자의 삶 이야기. 따뜻하고 부러웠다.

  • [인포메이션] :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정보의 기록과 매체에 대한 역사를 흥미롭게 엮었다. 미래는 역시 정보의 의미를 알고 잡음을 걸러내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고, 언젠가는 보르헤스의 우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7-06

  • [여자 혼자 시베리아 철도 여행] : 오리엔탈 특급 열차도 사라진 지금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도 타보는 것이 로망이지만 역시 로씨야는 웬지 무서운 데가 있던 와중에 눈에 띄어서 읽어봤는데, 하 너무 별 내용 없는 것… 그냥 소소한 개인 여행기 읽는 기분으로 보기엔 귀엽고 나쁘지 않았다만.

  •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 방학 때 시골 이모네 놀러간 아이가 밤에 신기한 정원과 그 곳에서 노는 신기한 아이를 만나는 이야기. 다른 시간과 차원의 존재와 만남 이야기는 늘 두근거리고, 이야기는 따뜻하다. 많은 경우 꿈은 현실보다 더 낫지 않던가.‬

  • [어른 초등학생] : 그림책 소개래서 읽었는데…아 이제는 이 분 거 진짜 못 읽겠고 그 좋아하는 동화책이 땡기지 않고 정말 암 느낌이 엄따…

  • [토킹 투 크레이지] : 이쪽 바닥; 의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도 대부분 되도 않는 논리를 쓰지 감정적으로 대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읽어보았다. 대부분 뻔하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직각 방향으로 힘을 주어 힘을 약화시킨다는 이야기지만 이런 책은 원래 잊고 있던 내용을 떠올리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 그 용도로는 꽤 적절하다.

  • [뇌가 섹시해지는 추리퀴즈 1] : Whodonit은 꽤 유명한 추리퀴즈 연재물인 걸로 알고 았고, 그걸 편집 번역한 책으로, 어린 시절 많이 봤을 법한 무난무난한 추리퀴즈다. 난이도는 높지 않고, 가벼우며 짧다. 단 편집 문제인지 원래 문제가 이런 건지 중간에 잘라먹어서 퀴즈를 풀지 말라는 것 같은 문제들이 있고 무엇보다 번역 제목이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다.

  • [와카코와 술 7]: 만화책은 잘 사지는 않지만 , 이 책은 안 살 수 없다. 어떻게 7권까지 이렇게 천편일률적인데 재밌을까. 혼자 마시는 술과 안주의 매력. 꾸역꾸역 쌓인 피로도, 눅눅해진 잡생각도, 밤의 공기를 만나면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거기에 더 시원한 술과 이를 감싸는 적절한 안주. 짜증나는 여름의 불안한 삶도 아직은 이런 도피처가 있어서 버틸 수 있다. 비바 여름.

  • [플랫폼 레볼루션]: 나는 용어 오남용을 참 싫어한다(특히 아무데나 막 갖다붙이는 류).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이란 단어는 이제 뜻도 잘 모르겠고 듣기만 해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기분이었지만, 나마저도 이 단어의 의미가 잘 파악이 안 되어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의미와 면면을 꽤 잘 짚어준 책이었다. 내용도 흥미롭고, 예제도 적당하고, 이런 핫한 개념을 다루는 책이 범하기 쉬운 주화입마도 보이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여러 모로 괜찮은 책이었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의 수필은 매우 훌륭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랑이잖아! 라면서 몇 권은 읽지 않았고,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는데, 가끔은 그런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었다. 많은 곳에서 달리기는 삶에 비유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정말로 적나라하게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물론 당연히 능력있고 근사한 삶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덜 비딱하게 읽히는 건 그 안에 녹아든 진정성이다. 이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고 흘러가듯 읽힌다. 물론 그건 하루키의 문장 덕택인 것도 있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 [조지 R.R. 마틴 걸작선 4: 꿈의 노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조지 R.R.마틴 걸작선. 하 이 분 글들 끝내주는 것은 알았지만 역시 좋다!!! 얼불노같은 거 그만 쓰고 이런 작품들 써주세요…라지만 안될거야 아마. 4권은 후기 작품들이고 SF, 호러, 판타지가 난무하는데 어디로 가든 다 슬프고, 예쁘고, 놀랍고, 무엇보다 다들 넘나 재밌고 최고되는 것이다. 나머지 책도 기대 만빵.

  • [하인라인 판타지]: 역시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뭘 써도 잘 쓰시고 다 재밌어. 하인라인옹은 그냥 이야기의 천재. 다만 확실히 단편보다는 중장편에 강하셔서 이 책에서 단편보다는 중편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 [몬터규 로즈 제임스: 단편집] : 우아하고 스산한 호러 단편집. 진정한 고딕 호러라는 느낌이고 분위기가 정말 대단하지만 은은하게 스멀스멀해서 간혹 집중하지 않으면 이야기 흐름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부록

  •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 : 네 제가 나름 감수한 어린이책…(쿨럭쿨럭)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터넷 교육은 중요하니까요. (…)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O’Reilly AI Conference 3일차 후기

    머신 러닝에서 알고리즘 공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