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지나서 4개월 글을 쓰면서, 다음 4개월 동안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글이 길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아주 조금 했지만 정말 그야말로 기우도 이런 기우가 없다. 시간이 없다고 하기에는 원래도 책은 짬짬이 읽던 것이라 다소 핑계인가 싶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는 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읽은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같은 이야기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으니 이제 말은 그만하고 책을 읽자. 일단 이번 4개월간 읽은 책 정리부터 하고.
(늘 그렇듯 굵은 글씨는 추천 도서. 추천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재밌어도 추천 안 하는 경우도 있고 뭐 그러합니다.)
2019-05
-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 닐 게이먼이 크리에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이전 졸업사 [멋지게 실수하라]의 확장판이다. 닐 게이먼이라서 설득이 되는 느낌도 있지만(…) 굉장히 위풍당당한 느낌의 즐거운 조언들. 삽화가 있어서 예쁘다. 이전 졸업사를 안 읽었다면 그냥 이 걸로 한 번에 읽어봐도 좋겠다.
-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 영국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 중 천문학에 대한 내용을 모은 것. 대중, 특히 어린이들 대상이라 쉬운 내용이지만 흥미롭고 우리도 이런 강연을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 올빼미와 부엉이: 올빼미와 부엉이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도감. 무엇보다 삽화가 예쁩니다(이미 다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
- 실리콘 밸리의 잘 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 픽사 초기의 투자 진행 과정과 픽사의 분위기를 잘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 출신의 CFO 입장에사 잘 그려냈다. 존 라세티나 스티브 잡스 등 익숙한 인물이 많이 나와서 건조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실화겠지만 끝의 뜬금없는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조금 깨긴 했다.
- 배드 블러드: 뭔 논픽션이 웬만한 소설보다 박진감 넘치고 테라노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나구나 싶고 역시 데이터든 뭐든 사람 몸이랑 돈에 관련된 걸로 장난치면 안되는 거다, 기업 논리로는 마음에 안 들겠지만 개인적으로라도 직업 윤리는 정말로 중요한 거라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 피렌체 걷기 여행: 걷기여행 시리즈 참 조으고 피렌체도 정말 예쁜 곳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역시 걷기 여행이란 애정과 돈과 시간의 문제다.
- A/B 테스트를 통한 웹사이트 전환율 최적화: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이제 와서 읽을 필요가 있는 지는 잘…필요한 경우에는 한 번 지나가듯 봐도 되겠지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2019-06
- 요즘에도 그래요? : 통계로 보는 한국의 성차별. 그나마 최근 자료(올해 3월 출간)인데도 보면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 보여서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하고…
- 사하맨션: 이 맨션이 가상의 세계인 이유는 사건들이 가상이어서가 아니라 이 맨션의 연대가 비현실적이어서다. 불행을 다양하게 전시하다보니 속도감은 있지만 끝이 좀 갑작스런 느낌도 없지 않고.
- 깊은 밤 부엌에서: 모리스 센닥의 폭신폭신하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이야기.
- 시어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의 뉴욕 소나타]라는 다큐 영화에 이은 본스타인과 종교학자 앤드류 하비의 대담집. 겸손함을 갖추고 삶과 음악과 예술을 바라보는 번스타인의 자세는 대담으로 다시 봐도 우아하다. 다큐도 책도, 읽다 만 이 분의 피아노 수업 책도 모두 겸손하고 우아하며 배울 점이 많다.
- 종이 동물원: 동양적이고 서정적이며 과학적이고 우주적인 이야기가 담뿍 담긴 단편집. 놀랍도록 훌륭했다.
- 주유의 IT 전문서 책쓰기: IT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가 많다. 다만 지금은 전자책 배포는 닫으신 것 같고 많이 갱신된 개정판이 나올 것 같다.
2019-07
- 바닷마을 다이어리(1-9): 전자책이 나와서 이제서야 다 읽었다. 바닷가 마을의 네 자매의 삶이 차분하게 흘러가는,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는 이런 류가 다 그렇지만 참 좋았더랬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 숨: 아는 작품이고 처음 보는 작품이고 역시 테드 창이고 너무 우아하고 깊이있고 아름답다.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에서의 그 비탄의 한숨이란.
- 여행의 이유: 자신의 여행과 삶에 대해 풀며 여행이 삶이요 삶이 여행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묶었다. 어차피 수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의적인 느낌이 좀 드는 것은 그러려니. 곳곳에 공감 가는 문장들이 반짝거리고 그 필력에 다시금 고개를 주억거린다.
- OKR: 방향을 정하고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힘을 내는 좋은 벡터를 만들고 속도가 제대로인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기존의 목표 정하는 규칙에서 사실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나 조금 더 유연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법을 제시하고 이는 작지만 큰 차이일 지도 모른다.
- 로보트 대백과: 대메이저 로보트 영화 7선(금지된 세계, 이색지대, 블래이드 러너, 신비의 체험, AI,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월-E)에 대한 사진과 정보들이 먼 옛날 문고판 형식으로 가득. 귀엽고 재밌다.
2019-08
- 아는 동네 아는 강원 1: 요즘 강원도 많이 달라졌구나. 싶긴 한데 이 동네도 젠트리피케이션이 걱정되고 요즘 이런 책과 잡지 경계 모호한 애들 참 많다…
-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비블로필’이라는 제목에 예쁜 삽화와 여러 책과 서점과 도서관을 이야기하는데 책 좀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 손 안 뻗을 사람 없다는 데 한 표. 영미권 책들 중심이지만 분야도 귀엽게 나뉘어있다.
- 꼬마 니콜라 오리지널-1950s 코믹 스트립: 예쁜 일러스트의 소설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짧은 만화로 시작한 꼬마니꼴라의 시작과 그 것이 어떻게 이야기화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 이제는 예전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여전히 예쁘고 유쾌하며, 무려 컬러라고!(…)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기자기하면서도 신나는,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에서의 좌충우돌. 즐거웠다.
2019-09 (일부)
(1일에 두 권을 읽어버린 바람에 아주 조금 억울해서(?) 여기에 추가…)
- 아웃사이더(1-2):홀리 기브니가 나올 때는 만세를, 아웃사이더의 정체가 나올 때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가 인간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시선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지만 초자연물은 캐릭터를 살리다보니 항상 끝이 다소 심심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이 책 후기를 추가하고 싶어서 9월 읽은 것들을 추가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킹님 만세삼창…)
- 질의 응답: 굉장히 유익하고 흥미로웠으며 여성 필독서로 두어야 한다. 뭐 남성분들도 읽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