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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2003 책 리뷰

사실 이번 분기에는 읽은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 새삼 깨달은 것이지만 나는 원래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었고, 지하철에서 책 읽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하면 책 읽는 양이 하락하는 것이다. 물론 매일 책을 읽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두꺼운 책을 읽었기도 하다. 물론 그래서 책 읽은 권수는 많지 않아도 뿌듯하기는 매한가지다.

다만 작년에 블로그에 한 분이 ‘책 리뷰가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라와서 버겁다’라는 코멘트를 주셔서, 어차피 쟈그마한 변방의 블로그니, 이런 의견은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 그래서 올해는 읽은 권수에 상관없이 일단 분기 별로 올리기로 했다. (게다가 작년 12월 리뷰 올린 후에 읽은 책이 몇 권 있기도 하고) (늘 그렇듯 추천은 볼드체)


2019-12 (~20일 이후)

  • 일의 기쁨과 슬픔: ‘판교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표제작을 비롯하여 ‘제가 말을 잘 하는 게 아닐까요?’ 대사 하나로 모든 것을 평정하는 후쿠오카 이야기까지 여러 화제작을 낳은 장류진의 단편집. 가볍게 읽기 좋았고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마지막 ‘탐페레 공항’이었다. 앨리스와 기사 시퀀스 같은 이야기.
  •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님의 생전 트위터를 모아놓은 책. 본인의 트위터를 엮어서 책으로 내달라고 살아 생전에 남길 정도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이었을까. 이 정도 단단한 사람이면 그래도 될 것 같다. 팔로워였을 때도 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쭉 읽어내려가니, 나는 이 나이에 이렇게 열리면서도 견고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정말 좋은 사람의 힘, 생의 힘이란 것이 정말 얼마나 강하고 단단한 지를 깨닫는다. 다시 한 번 이런 분이 이제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책 좋다. 진짜 좋다. 모두에게 읽혀야 하고 특히 인터넷에 뭐라고 한 마디라도 쓰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 진짜. 나날이 갈수록 정말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쉬운 말로 수많은 의도한/의도치 않게 이루어진 차별논리를 차분하게 짚어주고 그게 왜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준다. 나도 모르게 하던 생각들을 반성하게도 되었고 말이 막혔던 부분들을 이러면 되는걸! 하고 생각했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적절히 맞는 사람들끼리 한 가족처럼 살게 되는 것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씩씩한 이야기. 굉장히 특이한 경우고 역시 남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꽤나 부럽고 즐거운 이야기다.

2020-01

  • 느릅나무 아래 욕망 : 문학전집 전자책 랜덤초이스(…)로 읽었고 참 막장이라 후루룩 읽게 되기는 했는데 정말 연극적;;인 내용이었다 허허. 그냥 ‘유진 오닐’이라고 이름만 들어본 극작가의 책을 읽었다, 라는 의미가 있었다.
  •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사실 타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려운 것이라 추천받아 읽어보았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겠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람 생각이 같은, 단순한 일에서도 정말 얼마나 다를 수 있는 지에 대해 와닿았던 것. 사실 이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의미가 매우 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것.
  •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아마도 다시 떠오른 것 같은 문제, 트롤리 문제. 기본 문제 만으로도 여전히 판단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변주와 다양한 관점까지 갖다붙이니 머리가 엉망진창 대잔치에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시선과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고 잠시나마 생각해 보는 것은, 점점 복잡다단해지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되리라. 근데 이 책 왜 절판이지 왜죠 어째서.
  • 마스터리의 법칙: 마스터리라는, ‘성공한 능력치’에 대해서 사후 분석적으로 여러 위인을 갖다붙이다보니 그냥 각자의 능력으로 잘났다라는 결론이라(…) 이렇게 많은 위인 중에 너에게 맞는 것 하나쯤은 있겠지 라는 느낌의 나열인데 주제가 주제다보니 이전 저서보다 더 아무말 대잔치 느낌이지만 다양한 사례 읽는 재미로 읽었다.
  •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사람은 동물의 삶이건 게임이건 보면서 인생에 반영하고 패턴을 찾고 해석을 하려고 하지만 다 쓸데없고 그냥 각자의 개체는 각자의 개체로 존재한다. 그런 각자를 존중하면서 지켜보는 시선으로 본, 그래서 더 따뜻한 펭귄 에세이. 수많은 귀여운 펭귄 사진은 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답이 없을 정도로 이것이 러시아 소설이다!라는 분위기와 고전 SF다!라는 분위기를 모두 살리고 있는, 칙칙하고 아스트랄하지만 단순하며 희망과 절망이 함께하는 멋진 소설.
  • 배움의 발견: ‘키다리아저씨’의 조금 더 학교에 초점이 맞춰진 교훈적 버전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산이었고(아주 틀리진 않다만) 학교와 환경이 큰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성장 이야기였다. 읽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정말 엄청난 이야기.
  • 흉가: 굉장히 고전적인 일본식 호러물이고 그 고전이 해야 할 역할을 모두 충실히 해내고 있는 작품. 뭐라 할 군더더기가 없는 딱 표준.
  • 선심초심: 6-7년 전 사수께서 나보고 ‘본인이 본 사람 중 가장 예민한 사람’이라며 ‘본인이 신경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 책’이라고 추천해 주셨으나 그 때 샀다가 지금 읽었다(…). 항상 처음 하는 것처럼, 앉아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의 유일한 행동을 하라고. ‪절에서 하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을 이야기해 주기도 하는데 웬만한 절보다 명확하고 번역도 깔끔하다. 올해는 참선을 집에서도 좀 해볼까 싶다. ‬
  •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번역 관련 책은 많지만 두께 대비 가장 알찬 책이라면 이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몇 번이나 고개 끄덕거림과 자기 반성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이 책에 나온 걸 얼마나 체화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여러 번 참고하면서 계속 배워야겠다.

2020-02

  • 이 광고는 망했어요: 마케터 뿐만이 아니라 모든 현재 B2C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직업 분들에게 바칩니다 아히나 ㅋㅋㅋㅋ요즘 퍼포먼스 마케팅이 흥하니 데이터 까는 만화도 많고 특히 홍보 기획 마케팅 엉망진창 대잔치 가득한 만화들. 신나게 읽었다. 주변에 추천 받고 읽으신 분들 모두 같이 울었다.
  •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이건 말 그대로 워크북. 직접 생각하고 쓰면서 해야 해서 단편적으로 읽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많은 심리나 행동 변화용 책은 직접 읽고 쓰고 말하고 해야 한다. 생각만 하는 거랑 그것을 펜으로 종이에 옮기는 것은 많이 다르다. 아마도 타인과 같이 하면 더 잘 될 지도 모른다. 하루만에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나도 아직 계속 해야 할 항목도 많다. 또한 사람마다 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이 다르므로 항목별로 그냥 넘어가고 싶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일부 서양 기준인 게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본인에 대한 불만, 불안함이나 우울함이 있는 경우 실제로 해보라고 하는 것들이 꽤 잘 들어있으니 천천히 한 번 하면서 본인을 돌아봐도 좋겠다.
  • 출근길의 주문: 워낙 입소문이 돌긴 했지만 정말 좋았다. 물론 100%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계발서(?)치고 이만큼 공감한 책 있었을까 싶고 마지막 문장인 ‘직장에 있는 동안 주택관련 대출을 받으라’는 말에 울었다 이거 진짜다. 일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읽으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 가식없고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띠르고 고개를 주억거릴 내용이 가득. 요즘에 마음을 새로 다스리면서 깨닫고 있는 것들과 일맥상통한 게 많아서 더욱 와닿았다.
  •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심리에세이지만 다소 내담자보다는 상담사 관점에 좀 더 맞춰진 책. 기본 기조는 공감하나 다소 생각이 안 맞는 부분도 있기는 했다.
  •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애초에 나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관점으로 살던 사람들은 세상에 잔뜩 있다. 그 ‘바닥’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름이 아닌 틀림이 되고 그 세상에 대한 설명은 변명으로밖에 되지 않는. 그런 세상 중 하나인 중공업과 중공업중심 도시인들의 삶에 대한 꼼꼼하고 애정어린 이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강점 발견용 테스트 무료 코드를 받기 위해(책 부록. 사실 난 처음 알았는데 많이들 이미 하셨더라! ) 산 책이고 사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는 테스트 결과만 읽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강점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각 포인트에 나는, 혹은 주변인은 어떠한 지를 생각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 역사란 무엇인가: 전설로만 알려져 있던 책을 읽었다. 짧고 어려운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 여기저기 인용된 문장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의외로(?) 생각할 것도 많다. (근데 이게 금서였다고? 왜?;;; )
  • 또 다른 심문들: 보르헤스의 에세이 모음 두 개. 주로 글과 작가에 대한 생각과 본인이 개인적으로 쓴 서문을 모았다. 정말 아는 만큼 읽힌다는 게 또렷이 보이던 책. 이름이라도 아는 작가는 꽤 흥미롭던 반면 모르는 배경의 이야기는 집중이 어려워서. 하지만 개중 루이스 캐럴에 대한 서문이 있었고 한 5번 읽었으며 내내 내적 울음 터트렸다…
  • 사브리나: 그냥 단순한 그림과 대사로만 이어지고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묘사도 없으며 현실에서 일어난 법한 일이지만 그래서 더욱 기분나쁘고 섬찟하며 스멀스멀 우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정말 사람들의 쓸데없는 관심과 음모론 너무 해롭다.

2020-03

  • The Summer Book: ‘여름의 책’으로 이미 번역이 뱅만년 전에 나온, ‘무민’리즈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동화책. 너무 영어책을 안 읽는 것 같아 오랜만에 일과 상관없는(…) 영어책을 읽었다. 숲과 바다가 배경이다보니 동식물 단어를 하나도 몰라서 고생했지만. 6살 소녀와 할머니의 따사롭고 한가로운 여름날의 아름다운 이야기.
  • 열 문장 쓰는 법: 이 작가분 전작도 괜찮았는데 이번 책도 좋았다. 정말 모든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일단 써보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줌. 유일한 단점은 책이 당황스럽게 짧다.
  • 아틀라스: 후 대장정이었어 하고 확인하니 828페이지… 생각보다 분량이 많았구나. 보르헤스의 ‘신곡’해제, 여행기, 책 칼럼 모음, 개인적 도서 서문의 네 가지 에세이집을 모아둔 책. 다시금 보르헤스의 제정신 아닌; 시선과 수많은 작가에 대한 애정을 느끼다 못해 조금은 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힘들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 쓰기의 감각: 주로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이고 어떤 이론을 기대하고 읽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글쓰는 것이 삶에 어떤 기쁨을 가져다 주는 지, 자신없을 때 새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쓰는 것이 괜찮다는 말을 눈부신 따스함을 실어 알려준다.
  • 파드의 묘생 일기: 르 귄님이 아끼는 고양이 파드가 본묘 시점에서 본 자신과 주인, 삶에 대한 이야기. 파드 사진이 많고 이야기는 귀엽지.
  • 증언들: 전무후무한 ‘시녀 이야기’ 속편. 사필귀정이고 결국 기울어진 사회는 붕괴되지만 노력 없이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전편보다는 덜 충격적이지만 더 씩씩한 이야기. 후속작 퀄 붕괴 이런 거 없다 일단 읽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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