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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의 실험에서의 윤리

실험 윤리, 법과 도덕의 망 안에서 살지만 그다지 윤리적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나같은 사람들도 많이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보통 이 말은 화장품 등의 동물 윤리 라든가 혹은 논문 표절 기사 등에서나 다루고, 일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에서 들을 일은 없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실험은 기본적으로 실험 윤리의 밑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서비스에서도 ‘실험’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고객을 통해서 결과를 내고, 거기에 ‘실험’이란 개념을 넣게 되면, 서비스와 고객 간에는 실험자-피험자의 개념이 성립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이더라도 기본적인 실험 윤리를 바탕에 깔고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서비스에서의 실험 윤리란 어떤 것인가. 그런 게 있기는 할까. 없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서비스에서의 실험이란 개념 자체도 그다지 오래 된 것이 아닌 데다가 그다지 깊게 고려한 경우를 찾기가 어려운지라, 실험 윤리 같은 것은 더더욱 고려되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실험 윤리는 대부분의 실험을 하는 학문에서는 가지고 있다. 이 중 서비스에서의 실험을 고려할 때 가장 많이 참고가 되는 것은 의학에서의 실험 윤리와 심리학에서의 실험 윤리다. 이는 피험자가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서비스에서도 주로 ‘실험’을 한다고 하면 ‘고객’이 피험자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실험에서의 윤리는 크게 일반 윤리, 연구자로서의 윤리, 피험자에 대한 윤리가 있다.

일반 윤리는 실험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윤리 자세로, 기본적으로 서비스에서 지녀야 하는 윤리를 말한다.

연구자로서의 윤리는 흔히 몇 년 전에 한 번 크게 문제가 되었던 논문 결과 조작이라든가 표절 시비 등,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윤리 항목이다. 간단하게는 동료에 대한 존중, 실험 결과에 대한 인정, 피험자에 대한 정보의 비식별화 및 정보 보호 등이 있다. 이는 개인 정보 보호라든가, 결과 부풀리기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데이터로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윤리 항목을 말한다. 최근 많이 대두되고 있는 ‘데이터 윤리’라고 하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데이터 윤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이야기다. 이에 대한 것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주로 통신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에 기반해서 사용자 정보를 다루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오래 전에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다. 이는 기업에서,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 측면에서 각각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서든 최대한 비식별화해서,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을, 최소한의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피험자에 대한 윤리는 실험 시에 피험자(고객)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표적인 예로는 피험자의 자유 의지에 따른 실험 참여 선택, 사전 동의 의무, 실험에 대한 철회 등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거의 고려되지 않으며, 실험의 목적과 상당수 상충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의 ‘실험’이란 것은 실제 적용 시의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어떤 한계선을 정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므로 피험자에게 실험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실험 윤리 상에서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피험자에게 해당 실험이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다. 그리고 이 ‘해를 끼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등등 모든 범주에 해당하고, 일반적인 손실이 아니라 이는 상대적인 손실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예전에 Skyscanner에서 맥 사용자에게는 동일한 비행기 표에 대해서도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던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혹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이다 라고 했지만 물질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윤리 문제에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했다. 따라서, 서비스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자 한다면, 간단한 서비스의 UI나 기능 개선 정도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일부 사용자를 실험군으로 선정해서 하는 실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신체적 피해를 주기는 쉽지 않으니) 서비스의 큰 기능 변경이라든가, 요금 정책으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상대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요소는 실험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우에 따라 법적 문제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러면 불확실성을 안고 그냥 가야 하는 것일까?

우선은, 그런 큰 변경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기업의 방향 및 목적에 따라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경사항에 대해서도 갈팡질팡하면서 실험으로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기업의 방향성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은 좋지만, 이 것이 윤리를 해칠 정도로 심하게 작용한다고 하면 이것은 일종의 결정 장애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연관성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과거 데이터를 통한 추론도 가능하다. 시계열 분석을 통해서 일부 효과를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이 것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고 특히 최근의 급변하는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그래서 실험을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한 데까지는 기존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자동 기록이 아닌 수동 기록에 의한 데이터는 여러 모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실험의 결과 역시 늘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을 조금 높이더라도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서비스에서의 실험은 제대로 된 ‘실험’과 다르고, 기본적으로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목적과 상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아직 명확하게 정의가 된 분야도 아니므로, 이것은 나의 생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존보다 널리 다루게 됨에 따라 데이터 윤리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데이터 윤리는 기본적으로 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흔히 우리가 서비스에서 말하는 ‘실험’도 결국은 데이터를 얻고자 하는 일이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가장 최전선에서 만지는 사람 중 하나가 분석가므로, 분석가로서 이를 생각해 볼 필요를 항상 느꼈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이런 실험을 설계하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고려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Reference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서비스의 실험에 대한 이해

    머신 러닝, 인공지능, 그리고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