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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illing adventures of LOVELACE and BABBAGE

‘러브레이스와 배비지가 분석 엔진(차등기계(difference engine)라고도 알려짐. 컴퓨터의 초기 모형)을 만든 이야기에 대한 게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라는 사실을 어디선가 접하고 울고 있었는데, 마침 컨퍼런스차 영국에 갈 일이 생겼다. 그리고 런던서 뵌 모 님께서는 영국의 거대한 서점 Foyles를 알려주시면서 ‘러브레이스 책 있는 건 확인했고요…‘라는 뽐뿌 멘트를 잊지 않고 날려주셨다. 그리고 가서 무려 그래픽 메인 진열대 한 가운데에 쌓여있는 이 책을 보는 순간 ‘Lovely!’를 외치면서 바로 계산대로 고고씽. ‘해외에서 책은 절대 사지 말자’라던 신념이 그대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So it goes.

그리고 다음 날 기차에서 바로 읽었다. 시작은 무난하다.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전기(?)가 요약되어서 나온다. “mad, bad, and dangerous to know” 바이런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증오한 어머니에 의해서 수학과 과학을 접하면서 매우 이성적으로 자라난 러브레이스는, 어쩌다 배비지와 만나서 그의 기계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되고, 배비지의 기계도 펀치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등의 발전이 생기고 둘은 계속 교류를 하게 되며, 그 사이에 러브레이스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셋을 낳고(바람도 피우고), 그 와중에도 수학과 기계과학, 연산들이 아름답게 춤추는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리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 배비지에게 무려 ‘Intellectual partnership’을 제안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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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Babbage, I shall put MY BRAIN under your service!! You WILL build this engine! And I... shell be its high priestess.

이후 러브레이스는 정신병, 도박 등의, 일명 Byron Devil에 의한 다크 포스에 지배받고 결국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 와중에도 배비지와의 우정 및 교류는 유지한다. 하지만 결국 배비지는 연산 기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렇게 컴퓨터의 기원은 한참 후대로 미뤄지게 된다는 슬픈 역사의 이야기… 자, 하지만 아직 끝이 나지 않았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이야기는 다중 우주의 한 파편에 불과할 뿐이고, 다른 우주에서는 이 둘은 분석 엔진을 완성했고, 이를 가지고 다양한 모험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작품의 패러디에 녹아들기도 하고, 몇 가지 세상을 뒤엎는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빅토리아 여왕과 놀기도 하고, 증기기관차화된 차등 기계를 몰고 폭주하고, 글을 분해해서 일종의 데이터화를 시키기도 하며, 허수 나라의 앨리스와 기사 놀이를 하기도 한다(이 파트는 특히 너무 좋아서 울며 뛰쳐나갈 뻔 했다).

이 면면이 워낙에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면서 그림도 귀엽고 조사도 꽤 상세히 되어 있어서(주석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너무 길다) 정말 정신줄 놓고 읽었다. 무엇보다 다중 우주로 넘어간 둘의 모험에서, 약간 광기도 있고, 자존감이 좀 많이 높고, 좀 더 이론적이고, 하지만 가끔 광기에 빠지면 굉장히 상상력이 뻗어나가는데다, 일단 어느 정도 지르고 보는 러브레이스와, 역시나 능력 만빵이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공학쪽이며, 썰렁하지만 귀여운 배비지 듀엣의 조합은 정말이지..보는 내내 너무 귀엽고 흥미로워서 눈을 뗄 수 없다. 둘 다 각자 자부심은 엄청난데, 그러면서도 서로를 무시하거나 싸우거나 하지 않고 적절히 받춰주면서 은근 서로 돕는다.

정말이지 근사한 partnership 아닌가. 내가 루이스 캐럴과 앨리스 시리즈를 정말 매우 많이 좋아하는데, 앨리스에서 캐릭터 관계 중 앨리스와 늙은 기사의 관계를 가장 좋아한다.실제로 캐럴님이 자신을 기사 캐릭터로 넣은 거라고 이야기한 것도 있었고. 꼬인 캐릭터들 중 유일하게 앨리스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캐릭터고 앨리스는 그 기사를 도와주고 가는 것을 지켜본다.그런데 여기서 딱 앨리스와 늙은 기사가 러브레이스와 배비지로 치환되어 나오는데 정말 신나게 읽다가 막판에 비명지를 뻔 했다. 아 정말 완벽한 취향 저격이다. 훌쩍.

거기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둘이 ‘같이 좀 더 탐험해 보지 않겠어요?’ 하면서 기계 사이를 같이 걸어나가는데 울컥. 정말 끝까지 사람 비명지르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중간중간 포스터 같은 꽤 근사한 일러스트들도 있고, 각 캐릭터 면면(아니, 러브레이스에 배비지면 일단 캐릭터는 성공한 건데다가 이 둘을 보다 귀여운 캐릭터로 바꿔놨어…)도, 이 둘의 조합도, 그리고 주변의 풀어나가는 이야기도, 다 너무 근사하게 재밌다 못해서 완벽하게 취향 저격이다. 정말 너무 좋다. 거기다 여기 녹아있는 기계와 데이터와 간단한 수학 이야기도 매우 깨알같고, 배비지와 러브레이스, 분석 엔진에 대한 주석 및 부록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작가가 좀 빡세게 조사한 듯 하다. 덕분에 지성과 감성이 모두 충만하게 차다 못해 두근두근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와중에 그림 귀여운 만화책이니까, 이들에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니면 어쨌든 수학 쪽도 하는 공돌이들에게는 강추하는 바다. 만화책이라지만 패러디도 꽤 있고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학생들 교육용 까지는 2% 모르겠지만 뭐 그렇게 어렵거나 할 것 같지도 않고.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끝내주게 재밌다. 내용도 좋고, 어떻게 이런 구성으로 만들었는지 작가에게 다시금 박수에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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