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지금을 대 마케팅의 시대라 한다. 온갖 제품들이 생겨나고, 온갖 마케팅 도구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은 한정된 도구 하에서 어떻게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눈에 띄고,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새롭지 않다. 실질적인 행동은 마케팅 도구와 경쟁 제품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지만, 기본적인 고민은 늘 비슷하다. ‘주어진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즉 ‘자원 최적화’와 ‘성과 극대화’다.
이를 위해서 마케팅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예산 집행 각각이 어떻게 성과를 가져왔는지를 측정하고, 이를 최적화하여, 주어진 예산 하에서 마케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예전부터 고안되어 왔고, 여기에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한 것이 마케팅 믹스 모델(Marketing Mix Model, 이하 MMM)이다.
MMM이란?
(이하 이미지 출처: https://blog.hurree.co/marketing-mix-modeling)
MMM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 결과(예: 매출)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투자 대비 수익(ROI) 측면에서 마케팅의 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량경제학적 접근법이다.
MMM에서는 우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때는 제품의 판매나 광고 예산, 혹은 계절성을 반영하는 수치라든가 거시경제학적 요소 같은 수집 가능한 시계열 데이터나, 프로모션이나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를 세분화하고 집계한 후,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 활동의 기여도와 기타 다른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을 구분한 뒤, 시계열 모델링을 통해서 각각의 활동이 비즈니스 결과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알려준다. 전통적인 MMM에서 사용한 시계열 모델은 주로 다변량 회귀 모델이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서 흔히 마케팅에서 말하는 4P(제품, 가격, 장소, 프로모션), 그리고 각각에 대해서 더 세분화된 마케팅 요소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지 알게 되고, 이를 시뮬레이션하여 이후 마케팅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 결과는 흔히 효과, 효율, ROI 각각에 대한 매출 분해 형태로 만들어진다.
전통적 MMM의 흐름
‘마케팅 믹스’라는 용어는 1949년 닐 보든이라는 광고학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보든은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회사의 필요에 맞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할 때 마케팅 관리자는 가지고 있는 행동 역량을 이해하고, 사용 가능한 자원을 예리하게 주시하면서 마케팅 요소를 조합해야 한다’라고 마케팅 믹스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 개념을 통계 모델링으로 구현한 MMM은 1980년대 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여, 여러 광고 대행사에서 판매량 예측과 마케팅 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계적 분석 방법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기업에서 도입했던 다양한 통계 모델링과 마찬가지로 MMM역시, 마케팅, 판매 및 가격 책정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변수 생성이나 모델링은 기존의 마케팅과는 또 다른 전문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는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에서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도입하고 운영했다.
전통적 MMM의 장점과 단점
MMM을 통해서 기업은 마케팅이 ROI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후 효과적인 예산 배분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MMM을 통해 제품의 판매 및 활용 트렌드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다만 MMM은 규모가 큰 경우에나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서 아주 널리 사용되기는 어려웠다. 또한 MMM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마케팅 전문가와 통계 전문가 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많이 발생했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데이터를 사용해서 모델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거나, 주로 장기간의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빠르게 사용하고 변화하는 제품의 경우 이를 활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와 데이터 주도 어트리뷰션의 부상
수치적이고 객관적인 마케팅 분석은 필요하나, MMM은 여러 모로 무거워서 다소 고민이던 때에, 스마트폰을 점차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케팅에 있어서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사용자를 구분하고, 개별 데이터를 수집하여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시간에 가깝게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라스트 터치 어트리뷰션(Last Touch Attribution, LTA) 등의 데이터 주도 어트리뷰션이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마케터는 모바일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의 광고 노출, 클릭, 구매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손쉽게 마케팅 성과를 파악하고, 예산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MMM은 점점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데이터 분석이 용이해짐에 따라 MMM을 아예 프레임워크로 만들어 두지는 않더라도, 시계열 분석을 활용한 마케팅 분석 등은 일부 활용되어 왔으나, 이 역시도 다소 트렌드에 뒤떨어진 형태로 보이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 시대의 도래
오늘날 개인정보가 다양한 곳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됨에 따라, 유럽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같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법률이 도입되거나,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이 강화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이 도입되고, 브라우저의 쿠키 사용 관련 정책이 엄격해지는 등 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근래 활발히 활용되던 개별 사용자 수준에서의 데이터 추적과 분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이 생기면서, 잠시 뒷전에 두었던 MMM에 대해 다시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어났다.
또한 오늘날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활용하는 데 있어서 이전보다는 훨씬 손쉬워짐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MMM을 설계하거나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 예전에 비해서 매우 용이해졌다. 또한 MMM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한 많은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2부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