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기업들은 점점 고객들의 데이터를 탐욕적으로 취했고, 고객들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기업의 고급 영양간식이 되는 것을 점점 뚜렷이 목도하며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불길은 점점 커져, 다양한 데이터 보호 규정 및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이 도입되고 강화되었다. 또한 마케팅 수단은 점점 다양해지고, 개별로 대응하는 것보다 통합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도입하는 방식이 점차 중요해졌다. 또한 마케팅 방식은 다양해지지만 마케팅 예산이 그에 발맞춰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예산 효율성의 중요성 역시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로 인해서 다시금 마케팅 믹스 모델링(Marketing Mix Modeling, 이하 MMM)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과 상황도 환경도 다른 지금, 예전의 MMM을 그대로 사용할 리는 없다.
개선된 현대적 MMM
MMM이 다시 주목받게 되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고, 기술 역시 발전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체감하는 데이터에 대한 친숙도가 차원이 달라졌다. 오늘날 새로 도입되거나 개선된 MMM의 사례들을 살펴보았을 때 눈에 띄는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MMM에 접목함
- 현대적 MMM은 기존의 MMM 프레임워크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이나 AI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오늘날에는 ChatGPT나 Bard같은 LLM을 시장 데이터를 정제하거나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곳 등에 활용하는 등 MMM에 접목하려는 시도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 실시간 분석 및 대응
- 오늘날에는 이전보다 통계 모델링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실행 시간도 짧아지고, 데이터의 종류나 양 역시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에는 분기, 혹은 연단위 데이터만 사용해서 장기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던 MMM을 이제 보다 단기간 시뮬레이션 및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어트리뷰션 분석을 MMM에 통합하여 고객 경험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인사이트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 보다 다양한 데이터 활용
- 오늘날에는 모바일에서 얻는 데이터 등 다양한 온라인 고객 행동 데이터를 (익명화된 상태에서도) 얻을 수 있고, 외부 데이터도 보다 다양하고 정밀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비정형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보다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 및 시뮬레이션
- 다양한 마케팅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서 성과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 이전에는 주로 B2C 판매 업계에서 활용되었다면, 오늘날에는 마케팅을 활용하는 다양한 기업에서 각 도메인에 맞춰 MMM을 설계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빅테크 기업의 오픈소스 MMM
MMM은 외부 솔루션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예전의 대규모 솔루션만 생각한다면 다소 놀랄 수 있지만,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도 공개된 MMM들이 있다.
쿠키 등 개인정보 활용에 제약이 걸리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역시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빅테크기업이었고, 그만큼 이에 대한 대응에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MMM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중 대표적으로는 구글의 LightweightMMM과 메타의 Robyn이 있다.
구글의 LightweightMMM
LightweightMMM은 MMM용 파이썬 라이브러리로, MMM에 베이지안 모델링을 적용해서 분석의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MMM에서 베이지안 모델링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 확률 분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베이지안 무언가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늘 어느 정도의 장벽이 되고는 하지만, 한 번 이해하면 이를 통해 기존의 단답형 선형 모델보다 더 나은 예측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메타의 Robyn
Robyn은 시계열 분석에 널리 활용되는 메타의 시계열 분해 라이브러리인 Prophet 라이브러리와 최적화 라이브러리인 Nevergrad 라이브러리를 사용한 오픈소스 MMM 라이브러리로, R과 파이썬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이퍼파라미터 최적화 및 다양한 최적화 방식과 다양한 회귀 모델, 데이터 변형 등을 지원하여, MMM을 각 기업(광고주)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메타에서는 액센츄어와 함께 고객 식별정보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 MMM을 활용해서도 개별적 식별 정보 없이도 멀티 채널 영향 분석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여담으로, 이 두 개를 보면 구글과 메타의 시계열 분석 라이브러리에 사용된 베이지안과 시계열 분해가 그대로 MMM에도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내용과 코드를 이전 연구와 연결해서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인데, 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살펴 볼 예정이다.
MMM과 쌓인 오해 풀기
다만 기존에 MMM을 사용했던 마케터라면, 오해가 다소 쌓여있을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도구를 접할 때 늘 같이 따라오는 오해가 있다. 모든 도구가 그렇지만, MMM 역시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도구지만 만능은 아닌지라, 너무 과한 기대나 너무 과한 불신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 과한 단순화 및 일반화
- MMM 결과를 단순한 ‘원인’과 ‘결과’로 해석하고, 그 결과를 단일한 점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 맞고 틀림을 판단하는 것은, 다른 데이터 분석 결과와 마찬가지로 곤란한 일이다.
- 디지털 마케팅 채널의 영향력에 대한 오해
- MMM은 과거의 산물이니 디지털 마케팅 채널의 효과가 충분히 여기에 반영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MMM을 적절하게 사용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런 다양한 채널을 분석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은 위의 Robyn에서도 잠시 언급했다.
- 모델의 유연성 오해
- MMM은 고정된 시스템이고 공식이나 모델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기업과 데이터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면 더욱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느림
- 기존에는 MMM을 활용해서 장기적 분석만 해왔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적 MMM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 범용성에 대한 과한 신뢰
- MMM 결과를 모든 상황이나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 환경은 계속 변하고, 데이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상황과 배경 지식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MMM을 도입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많은 서비스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MMM 역시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고, 보다 나은 접근 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 작게 시작하기
- 거대한 MMM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작은 범위나 일부 마케팅 영역에 대해서 작게 시작해 본 다음, 여기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결과가 좋은 경우 확산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양하게 조금씩 반복해보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MMM을 이제 라이브러리 등으로 얼마든지 작게 시작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큰 변화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
-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기
- MMM은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서 다소 복잡한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기 데이터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 도메인 전문가 모두가 협업하지 않으면 잘 분석해놓고도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모델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데이터 정제에 신경쓰기
- 필요한 데이터들이 충분히 있는지, 데이터 품질은 괜찮은 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데이터 분석이 그렇듯 품질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고, Garbage-In-Garbage-Out은 이 분야의 관례다. 특히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MMM의 경우, 데이터 손상을 잡아내지 못하면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어 더욱 중요하다.
- 의사 결정권자 및 이해 관계자의 동의
- 결국 의사 결정권자가 참고해야 하는 내용이므로, 의사 결정권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거나 정보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변화로 인해 마케팅 분석 역시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이나, ‘성과 극대화’와 ‘자원 최적화’라는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데이터 분석은 그 방법이 달라질 뿐 어떻게든 함께 할 수 있다.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사용하는 마케팅 성과 분석이나 결과 분해 및 최적화는 MMM이라는 이름은 없지만 작게 근근히 계속되어 왔고, 이제 이를 체계적으로 형태를 잡고 전면으로 나설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아직 MMM이 친숙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완전히 새로운 시기가 아닌 혼란의 시기일 때, 조금이라도 빨리 MMM을 도입해서 적응해두면, 앞으로의 변화와 달라질 환경에 보다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MMM은 분명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며, 아마도 그 활용도는 점점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 이 주제 관련해서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거나, 관련해서 같이 일하고 싶다거나, 협업할 거리가 있다거나, 그 외에도 데이터 관련해서 문의, 강의, 일하기 등등 다양한 제안에 대해서 열려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편하게 연락을 주세요.
Reference
- The MMM Handbook by Google (Google)
- A CMO’s Guide to Marketing Mix Modeling (Gartner)
- A new day for Marketing Mix Modeling (Accenture)
- Your all-in-one guide to marketing mix modeling (MMM) (Airbri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