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은 [죽음의 무도]라는 공포 작품 평론서에서 고전 공포 문학 작품들을 분류하고 찬양(?)했던 적이 있다. 메리 셸리, 브람 스토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크게 분류를 나누고 거기에 유령 분류를 따로 둔 후 여기서는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유령을 정의하면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욕구와 어쩌면 인간들 마음의 본질까지도 차용한다는 관념’이라고 언급한다.
이 내용을 언급한 이유는, [리바이벌]은 스티븐 킹이 존경해 마지 않던 이런 공포 문학의 고전들을 그대로 불러모아 본인의 스타일로 오마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것은 책을 펴자마자 , 이 고전 호러 작가들을 고스란히 소환한 위엄있는 서문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의 간단한 소개에서 나오는, ‘전기’, ‘목사’ 라는 키워드, 그리고 ‘리바이벌(부활)’이라는 제목 정도면 어느 정도 어떤 이야기를 할 지는 감이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은 그다지 틀리지 않는다. 애초에 다른 스티븐 킹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반전’이나 ‘놀라움’을 의도하고 이야기를 쓴 것 같지도 않다. 이야기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변화 유발자’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신에 전반적으로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유년기와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 안에 머금고 있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두려움이다. 물론 이 소설의 서문에서 러브크래프트와 아서 매켄 역시 언급했고, 이 소설은 결국 코스믹 호러에 죽음과 끝에 대한 공포로 귀결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에 이어지던 것은 마치 유령 같은 마음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두렵고, 기이하고,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따뜻한 회상, 그리고 과거가 다르게 변주될 때 다가오는 불안함과 공포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스티븐 킹의 최고의 장기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시작과 끝에서는 ‘죽지 않는 것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으나 기묘한 영겁 속에서는 죽음마저도 죽으리라.’라는 러브크래프트의 글을 언급하면서 근원적 공포의 추로 기본적인 무게를 짚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런 무게있는 구절보다는 ‘겁에 질린 사람들은 자기 만의 감옥에서 살거든’같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대화같이, 툭툭 던져지지만 잊혀지지 않는 삶의 편린들일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 그 위에서 반짝이는 스티븐 킹 특유의 과거에 대한 회상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 그 위에서 간간히 들어가 있는 유머, 그리고 극단적으로 치달으며 달리는 이야기가 근사하게 섞여들어가 엄청난 흡입력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읽은 후 한동안 머금게 되는 핏빛 이미지와 아련한 향수라는 서비스까지 주는 이 이야기는 일종의 ‘스티븐 킹표 호러 선물세트’다. 그리고 그 선물은 당연히도 너무나 근사했다.
(https://brunch.co.kr/@cojette/37에서 옮겨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