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들에게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주니어신 줄 알았어요’ ‘어려보인다’, ‘젊게 사시는 것 같다(…)’, ‘그 나이인 줄 몰랐다’ 같은 이야기다. 물론 많은 성인들에게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는 칭찬이지만, 보통 내가 하는 대답은 이렇다. ‘아하하. 어리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웬지 그건 제가 철이 없고 허술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네요.’
벌써 업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지 1X년, 아마도 나는 여전히 철없고 허술한 ‘Junior’ 로 보여서는 아닐까. 물론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내가 일한 햇수보다 일할 햇수가 더 많기를 바란다(물론 이게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ior’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는 것을 안다.
최근 몇몇 사람들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나에게 ‘Seniority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신 분이 더러 계셨다. 나는 ‘그게 정확하게 어떤 건가요? people managing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텐데요.’ 라고 했다. 사람들은 ‘일할 때 Junior들을 이끌어주는 것?’ 이라고 했다. ‘Seniority가 technical leading이라는 뜻인가요? 혹은 project managing?’ 이라고 되물었다. 사람들은 이 것은 정말 leader의 역할이고 senior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그것과는 좀 미묘하게 다르다라고 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그 것이 대략 어떤 느낌인 지를 알고 있다. 아마 그 것이 일에서의 Higher standing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Senior는 1차적으로는 more advanced age 라는 뜻이다(출처: Merriam-Webster Dictionary,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senior). 그러다보니 일을 오래 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적게 한 사람보다 나이가 많게 되고, 그래서 senior 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업무에서 Junior/Senior을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한 ‘나이’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사전을 보자. 2번째 의미는 Higher standing or rank 다. 그리고 senior라는 의미가 이 1, 2번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결국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어느 정도 비례해서 쌓이게 되는, 일에 꼭 필요한 능력치를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것은 어떤 게 있을까.
단순한 기술적 스킬 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학습능력이란 것은 나이와 대략적인 반비례라는 것은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만큼 누적 학습치는 senior가 될 수록 높아질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스킬은 누구에게나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특히 지식이 계속 변해가는 IT 계열의 사람들에게는 최신 기술의 경우는 Junior가 Senior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우리가 흔히 Senior라고 하는 사람들, 일을 잘 한다고 하는, 믿고 같이 일할 만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일을 잘 아는 사람-일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찰을 가지고, 이를 주도해서 원래 목적한 대로 되게 할 수 있는 사람’ 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일에 대해서 통찰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일에 대한 모습과 위치 등을 흐릿하게나마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억측은 사람을 더욱 얕게 만든다). 또한, 대부분의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Junior/Senior라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Senior라고 했을 때는 같이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게 된다. 즉, Senior라고 했을 때는 기본적으로 일에 필요한 스킬을 갖추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leader에게 요구되는 전반적인 orchestration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의 범위를 정확하게 보고 이 안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와 영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node에서의 일-Junior 및 다른 사람들과 같이 node를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술과 일하는 방식을 소소하게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연결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정말 기술적으로 구루 레벨인 사람들이라든가, 자신의 위치에 정말 오래 있어서 무언가의 파생부터 현재까지를 구구절절 읊을 수 있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오래 된 senior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과 일을 같이 했을 때, 그 사람들에게 ‘Seniority’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하고 물으면 일단 나는 그렇다고 할 자신이 없다.
아마 나와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도 그런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조금은 부끄럽다. 물론 나도 오래전부터 늘 ‘일이 되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편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왔을까. 말투나 잡담 외에 일을 허술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나를 ‘주니어인 줄 알았다’라고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Senior과 Junior에 대해 어떤 구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연속적으로 나이를 먹고 연속적으로 Junior에서 Senior로 변해간다. 또한 이를 구분하는 기준도 누구에게나 다를 것이다. 하지만 Senior로 보인다는 것은, 1차적 의미로는 슬프겠지만(…) 2차적 의미로는 기쁠 것도 같다.꾸준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일을 되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도 2차적 의미의 senior라는 확신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