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생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책읽기가 더 좋다. - 로건 피어살 스미스
시간은 점점 하는 것 없이 빨리 흐른다. 올해도 정신차리고 있지 않으면-정신을 차린다고 하더라도- 휙 하고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잠깐이라도 정신을 차렸을 때 얼른 올해의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년도 그랬지만 올해도 특히 12월은 책을 펴면 시간이 술술 흘러가서 한 글자 읽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기 일쑤라, 책을 얼마 안 읽었으니 아직 안 해도 되겠지! 하다 보면 벌써 반 달이 꼬박 넘게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어쨌든 나의 연말 정산 중 몇몇 분이 기다리는 컨텐츠가 되어 버린 나의 책 결산(어째서인가…아아 물론 내가 사람별로 책 추천을 좀 잘 하기는 해! (뻔뻔) 하지만 그냥 내가 읽는 건 또 다른 이야기거든!!)이니 다른 건 빼먹어도 이건 해 주어야지, 라는 생각에 더욱 즐겁고 신나게 할 수 있고 올해도 저의 책 결산 주저리주저리를 읽어주시고 계실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미리 감사를 드리면서.
범위
- 기간: 2016년 12월 15일 ~ 2017년 12월 21일
- 대상: 작년 3권 + 올해 156권 = 159권
올해의 책 관련 땡땡땡
올해의 책 관련 이벤트
번역도 하고 감수도 했다!: 작년에 연락이 와서 계속 못 한다고 거절하다 결국 삼고초려(…)에 당해서 1년 넘게 울며불며 번역하고 탈력상태로 겨우 끝낸, 기껏 그렇게 끝냈더니 6개월이 지나서야 나온(…), 리뷰하면서도 고생해서 넘나 힘들었던(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실전 예측 분석 모델링(Applied Predicted Modeling) 책이 드디어 나왔다아아아아아. 원래 넷째들은 다 이 모양인가!! (틀림)
그 외에도 놀멘놀멘하던 와중에 지인 역자님의 소개로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라는 책의 감수를 해 보았다. 얇은 아동서고 실제로 번역이 좋아서 감수래봐야 조금 주석이랑 몇 문장 더 추가한 것밖에 없지만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다.
올해의 책
수학의 확실성 : 올해는 뚜렷하게 이 책이다! 싶은 책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아쉬운 해이기도 했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좋은 책을 읽었고 특히 이 책은 나의 관심사(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쉽고 흥미롭고 아름답게 훑어준 책이어서 올해의 책이라고 불러도 전혀 아쉽지 않고 사실 이 책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게 조금 부끄러웠다.
(에이다, 당신이군요, 최초의 프로그래머: 너무 훌륭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책이지만 이건 재작년에 원서로 읽고 너무 좋아서 온갖 영업을 했던 책이라-캐럴느님의 책만 아니었으면 올해의 책에 들어갔겠지!! -)
올해의 문학
스페이스 오디세이 전집: 올해도 역시 좋은 문학 책을 잔뜩 읽었고 이걸 고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지만, 네 이건 제 순수한 팬심입니다. 저도 2001 이후의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고 그걸 올해에서야 이루었네요 후우.
올해의 작가
지금 2014년부터 로그를 쭉 보니 계속 장르문학 작가만 올해의 작가로 뽑는 경향이 있는데(참고: 2014년-애거서 크리스티, 2015년-스티븐 킹, 2016년-옥타비아 버틀러) 올해도 어쩔 수 없었다.(아니 일단 내가 읽는 게 다 그런걸…)
여러분 그러니까 할란 엘리슨 이라는 작가가 있는데요…이 작가 단편 모음집이 올해에서야 국내 출간되었고 이 꾸밈 없이 미친 분이 정말 이야기를 제대로 잘 쓴다고 합니다 헉헉. 제가 두 권 읽고 끝나는 게 아까워서 세 권째를 반 정도 읽고 더 안 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네…
올해의 만화
(그래픽 노블이나 만화 외에 따로 분류되는 책이 아니면 보통 책 읽은 리스트에 넣지는 않는다. )
요즘은 점점 만화책을 안 읽게 되고, 읽은 책도 몇 권 되지 않아서 이걸 뽑는 것 자체가 애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도 역시 와카코와 술(7,8) 이 넘나 강세인 것…
올해의 Top 10
(올해는 올해의 책 꼽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아서 10권 리스트에 뭐 들어갈 거 있나 했는데 역시나 올해도 너무 많아서 고통받았다. 그치 내가 읽는 책이 훌륭하지 않을 리 없어) 늘 그렇듯 순서는 상관없다.
수학의 확실성 (모리스 클라인)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수잔 웨인쉔크)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닉 수재니스)
Woman in science (레이첼 이그노토프스키)
산책(로베르트 발저)
스토너 (존 윌리엄스)
제프티는 다섯 살 (할란 엘리슨)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금융의 혁신 (안드레아스 M.안토노풀러스)
로봇 (카렐 차페크)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클락)
간혹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좋게 봐서도 젊다고는 할 수 있어도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임을 안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을 수도 있겠다(그리고 사실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간혹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제멋대로 살면서 책읽으며 집에서 은둔하는 노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에서도 책이 빠지지 않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
책방에만 가면 ‘정신줄’을 놓는가? 잠시 시간을 때우기만 할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후 적지 않은 책들을 옆구리에 끼고서야 책방을 나선 적이 있는가? 차곡차곡 쌓여 보기 좋게 진열된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달 뜨는가? 그 때문에 기분이 좋은가? 어쩌면 좋아 죽을 지경인가? (중략) 그렇다, 나는 책 중독자다.
-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올해의 분기별 읽은 책 감상은 다음과 같다.
또한 작년의 책 결산도 궁금하신 분은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