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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1803 책 로그

이번 1분기는 책 리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보통 한 분기 단위로 끊는 경우는 한 분기에 40권 이상을 읽었을 때인데 이번 분기에는 38권밖에 읽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좀 심한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있고 글을 쓰겠다고 질러놨는데 거의 손을 못 떼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늘 쓰던 거라도 쓰다 보면 뭔가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써보았다. (거기다 생각해보니 작년에 안 쓴 책들 리뷰도 있어서 같이 포함하니 40권이 넘는다 아하하하하)

‘읽고쓰는아침’ 이라는 테마를 만들었다. 하루에 10분 20분씩이라도 책을 읽거나 뭔가를 쓰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완벽하게 매일 아침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 놀러가거나 늦잠을 심하게 자서 오후에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면;; 지키는 편이고 벌써 누적 17회를 달성했으므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자랑을 해 본다.

이늠의 무기력함 얼른 벗어나야 할텐데. 읽고 쓰는 것이 많이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늘 그렇듯, 추천 책은 진한 글씨)

2017-12 (작년 미완본)

  • 문학을 홀린 음식들 : 요리사이자 작가가 소개하는 문학 속에 나온 음식들,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요리법. 우리도 어린 시절에 동화책을 읽으면서 버터롤은 무엇이고 생강빵은 무엇일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건 동서양 간에 조금 더 차이가 있다.) 물론 이 작가와 나와는 책 취향이 일부 안 맞는 부분이 있고 나에게 요리법 따위는 하등의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책 속 음식에 대해서 떠드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어쩌면 먼 미래일 지도 모르는, 무생물-인류-기계의 새로운 개체와의 공존을 위한 선지식(?)을 다룬 책.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이런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 자체가 흥미롭고 제약사항 및 현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들어가는 자세도 좋았고 내용도 (뒤의 아스트랄한 게 몇 가지 있다는 걸 감안해도) 멀끔하고 재밌고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구역의 기본서를 읽은 후 읽으면 이해가 훨씬 잘 갈 것 같다. 크리스토퍼 코흐의 [의식]은 재밌었지만 조금 뒷부분에서 애매한 책이었는데 확실히 먼 미래의 인공지능에는 정말 중요한 관점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했고 왜 난 아직 [슈퍼인텔리전스]를 사놓고 안 읽었는가.

  • 노르웨이의 나무: 이 책은 정말 성탄절에 읽기 좋은 책이다. 장작을 때는 일이 많지 않은 우리 나라 같은 곳에는 더욱 더. 장작, 불, 난로 등에 대해 너무나도 열심히 기록한 이 책은, 쓸데없지만 참 따뜻하고 예쁘면서도 본격적이다.

  • 대성당: 그저 흘러가는 삶의 일부분을 임의로 골라 돋보기로 주인공과 함께 들여다 본다. 그 순간의 결은 얼마나 섬세했는가. 그 순간 주인공이 보는 것은 ‘알렙’은 아니라도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어떤 위안이다.

2018-01

  • 여기서(Here) :  어느 벽난로 앞에서, 그 벽난로가 생기기 전부터 사라진 후에까지 일어났던 다양한 장면이 다양한 구성으로 전시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을 제멋대로 교차한 장면들은 신기하기도, 새롭기도, 기시감이 들기도 하다. 조금 더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시간이 아니고, 어쨌든 순간이 기억난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

  • 우아한 관찰주의자: 오랜만에 매우 마음에 드는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꼼꼼하게 관찰하기, 필요한 진실만을 이야기하기, 합리적으로 빈 곳을 찾아내기 같은 것. 실제로 그림을 관찰하는 데에서 허를 찔리기도 했다. 조금씩 곱씹어가며 실행해 보려고 노력해야지.

  • 아르테미스: 신나는 달나라 활극. 작가의 유명한 전작만큼 간결하고, 덜 어렵고, 더 신난다. 영화 만들면 참 재밌겠다. 그게 끝인 건 좀 아쉽지만.

  • 야망의 시대: 근대 중국의 빠르고 거대한 정치,경제, 문화적 변화와 그 안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르포 에세이. 빠르고 다채롭고 흥미롭다. 중국의 스케일 및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생각이 나서 2: 십대들의 쪽지/페이퍼에서 지금까지, 황경신 작가의 글을 참 지겹게도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 이 분은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을까 싶고 이제는 예전만큼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나 싶기도 하다.한결같은 쓸쓸함/고독함/슬픔/그리움/허무함/서운함 그리고 따뜻함/위안. 이제는 더 이상 쓸쓸하지만 슬프지 않고, 그리움은 있지만 그 대상이 없고, 서운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위안은 좋지만 직접적이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끔은, 아직은 괜찮은, 생각이 나는, 그런. 

  • 망내인: ‘”13.67”이 홍콩의 과거를 다루었다면,이 책은 홍콩의 현재를 다룬다’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전작같은 도도한 시간의 흐름을 풀어낸 우아함 같은 것은 없지만,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소소하고 촘촘하게 미스테리를 녹여내는 능력은 역시 수준급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재미와 흡인력은 여전하고.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게 얼마만인가.

  • 히끄네 집: 어쩌다 만난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던 과정의 좌충우돌 기록. 나는 다시금 혼자서는 고양이를 못 들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기록.

  • 파란 고양이: 어디서든 여러 모습으로 아름답게 존재하는 따뜻한 고양이 이야기. 예쁘다아.

  • 노파가 있었다: 새해의 독서 시작을 고전 추리물로 시작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적절한 퍼즐과 함정과 배경과 인물 구성(막내딸과 매드사이언티스트와 독신 큰 딸에 완고한 여자 노인에 힘없는 남편 구성까지!)에 은유(마더 구스)까지 너무나 엘러리퀸스러워서 음미하며 읽었다.

2018-02

  •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들도 꽤 가벼우면서도 괜찮은 편인데, 이 책의 단편들은 다른 단편들보다 조금 밋밋했다. 물론 그래도 기본은 하지만, 어딘가 하나씩 아쉬운.

  • 에레혼: 나쁜 짓은 교정하되 아픈 것은 죄악이라 감옥에 가는 곳, 비이성을 가르치고 말은 중의적으로 하는 곳, 그 곳은 어디에도 없는 세상이지만 사실은 모든 곳에 있는 세상일 지도 모른다. 생각보다는 제정신이고 이야기보다는 설명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조금 지루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정신나간 멋진 고전. 오래 기다렸다.

  • 테일 테일 칵테일: 무난한 칵테일 레시피 및 이야기 책이지만 귀엽다는 게 포인트. 흔한 내용의 책에는 이런 것이 소중하다.

  • Skyr for 1000 years: 숙소에 있는 책을 읽어보는 건 숙소에 갇혀있는; 것의 묘미. 맛난 아이슬란드식 요거트 스퀴르의 역사와 문화와 요리법과 관련 어구까지-_- 알 수 있는 귀엽고 흥미로운 책.

  • 사랑을 배운다: 크리스티님의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중 하나. 두 자매의 사랑으로 굴곡진 삶을 그렸는데, 크리스티느님 후기작다운 심리 묘사는 훌륭하고 결벽증적 캐릭터 묘사도 괜찮으며 구성도 좋지만 운명적 사랑이라든가 그 사랑에 너무 천착하는 이야기 아무리 크리스티님 취향인 거 알지만 제 취향은 아니고 좀 지겹다…

  • 안 배우고 혼자 고침: 굉장히 매뉴얼같은 책이고 2/3 이상은 나도 이미 아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런 건 특히 집에 사람이 오는 게 두려운 독거노인;들은 한 번 읽어보고 어떤 걸 할 수 있는 지를 봐 둔 후 집에 상비해 두어서 나쁠 게 없다.

  • 조지 R.R.마틴 걸작선-꿈의 노래: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작가라 칭찬해봐야 손가락만 아프고… 하지만 이 분의 호러는 넘나 최고고 샌드킹은 아무리 봐도 역작이다… 판타지고 SF고 현대 배경이고 사랑부터 안식까지 다양한 배경과 감정에서 호러를 끌어내는 능력 넘나 끝내주고. 하지만 작가가 넘나 좋아하는 [나이트플라이어]가 화려하지만 의외로 마무리가 멋진 것 외에는 무난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분과 내 취향이 다소 다른 걸 인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라지만 정말 잘 써 일단 잘 써 소설들 다들 넘나 최고..)

  • 전체를 보는 방법: 복잡계의 이야기로 사회 현상을 살펴보는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맨날 작은 것만 보다가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이 책은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볍게 다뤘지만 그래서 좀 어수선하기도 하다.   

    2018-03

  • 고양이 오솔길: 고양이 주제의 하이쿠에 설명과 삽화가 더해졌다. 따뜻하고 귀엽고 독특한 하이쿠들도 좋고 삽화도 매우 귀엽고 따뜻하고 포근포근하다.

  • 식빵 고양이의 비밀, 고양이 식당: 각 책마다 두 개의 짧은 동화와 삽화가 잔뜩 있고 다들 넘나넘나 귀엽다아아아아아

  • 홍차의 시간: 패키지가 예쁜 걸로 유명한 카렐 차펙 브랜드 대표가 쓴 홍차와 티푸드 책. 패키지만큼 예쁜 삽화가 가득. 끗.(…)

  • 세상이 잠든 동안:  커트 보니것 옹이 덜 시니컬하던 초기 단편들에서는 오헨리의 느낌이 살짝 난다. 인간미 넘치는 작품들의 귀엽고 따뜻하고 깔끔한 향기.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면, 다른 목적 없이 순수하게 화를 내고 기뻐해 준다면, 그러면서도 어떤 모습을 강요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를 봐준다면. - 이런 존재들의 이야기들이 사랑스럽지 않을 리 없다.

  • 이갈리아의 딸들: 남녀의 성역할이 제대로 반전된 사회를 그린 워낙 기념비적인 소설이라 내가 무슨 말을 덧붙일 것도 없고. 다만 여기서 그려진 사회 자체가 처음에는 매우 강렬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그렇다. 이야기가 심심해서 더욱 지루하다. 하지만 처음과 끝에 오는 충격은 가히 인정할 만 하고, 나에게는 그냥 재미없는 평범한 주변 이야기인 [82년생 김지영]만 보고도 쇼킹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 지 참 궁금하긴 해서 기회가 닿는대로 추천해 보고 싶기는 하다.

  • 오늘의 인생: 불량식품을 먹는 기분으로 읽었고 기대에 충실했고 오랜만이라 그런가 딱히 나쁜 감정은 안 들고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지만 역시 두 번은 안 읽을 것 같은 딱 그런 마스다 미리.

  • 무민 코믹스트립 2:  무민 가족은 언제나 귀엽고, 다양한 상황에서도 그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으며, 간간히 사소한 불편한 부분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랑과 평화를 지니면서도 가치관이 확실하여 오글거리거나 답답함이 없어서 언제 봐도 예쁘고 편안하다.

  • 말하는 보르헤스: 보르헤스느님의 비소설전집이 나오기 시작해서 비명을 지르고 좋아하다 가장 얇은 걸로 우선 집었다. 이건 보르헤스의 강연집 두 개를 묶은 것으로, ‘시간’과 ‘문학’에 대한 두 가지 큰 주제 안에서 본인이 관심있는 5개,7개의 주제를 뽑아서 강연한 내용이다. 후자는 이전에 책이 나와있어서 이미 읽은 내용이지만 워낙 훌륭해서 다시 간단히 훑었고, 전자는 ‘책’이나 ‘탐정 소설’같은 소주제가 있어서 또 신나게 읽었다. 역시 보르헤스느님은 대천재고 넘나 훌륭한 사상가시다 아아아아아아(운다).

  •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전작에서 컴퓨터가 어떤 식으로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 지를 고찰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다른 분과 손잡고 인간이 컴퓨터 연산의 핵심인 알고리즘을 얼마나 삶에 활용하고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설명한다. 그 내용은 다양하고, 쉽고, 흥미롭고, 근사하다. 작가분들의 가볍게 포장한 깊은 고찰과 위트는 보너스고, 멋진 주석은 서비스 서비스(주석이 두껍다고 안 읽으면 아쉬울 것이다.엄청난 레퍼런스들과 근사한 이야기들이 가득!).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아아 신이시여, 할란 엘리슨이네. 단편선 3권 중 아껴두던 마지막권을 이제야 읽었다. 난이도가 세 권 중 가장 높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과는 다른 면의 난이도였다(물론 반쯤은 미리 읽어서 대략 상상은 했지만 나머지 단편들의 난이도도 좀 셌다). 하지만 그래서 작가분이 더 대단하고 정말 아아 이 미친 자여…라는 소리가 절로. 정말 상상력과 냉소의 끝은 어디인가.

  • 팝 이코노믹스: 간간히 이탈리아/유럽 관점의 시각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버블 걍제와 이 것이 어떻게 몰락하는 지에 대해 귀엽고도 쉽게,그러면서도 냉정하게 설명하고 있는 재밌는 그래픽 노블.

  • 의학의 법칙들: 실제로 의학의 최전선에서 이론보다 지식이,편향이, 기존의 사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실제 사례와 간결학 설명한 책. 강의는 꽤 재밌었을 듯도 하고 베이즈가 역시 채고시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만년필로 그린 그림과 사진, 여행에 대한 단상이 함께 하는 예쁜 에세이집. 문장도 괜찮고 가볍고 예쁘다. 다만 언뜻언뜻 비치는 여행에 대한 자만감이 조금은 불편했다. 정말로 여행이 각자의 것이라면 규격에 맞춘 여행은 어떻고 자랑을 위한 여행은 또 어떤가. 즐겁기만 하면 됐지.

  •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인간에게 주어진 최악의 병으로 알려진 암 을 발견하고 연구하며 싸워가는 의학자들과 환자의 이야기를 상세히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이야기. 인간의 호기심과 지적 투쟁의 방대한 역사가 훌륭하게 펼쳐져서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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