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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그림 출처:매일경제 )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란? 

예전에 BTS의 슈가의 콘서트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명확히 정해진 정가가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방식이 슈가 콘서트 티켓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켓 가격이 30만원에서 시작해서 구매자가 몰리면서 100만원까지 계속 변화했고, 이에 팬들은 SNS에 #SayNoToDynamicPricing 과 #NoDynamicPricing 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가끔씩 뉴스에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에 대한 이야기가 잊을 만 하면 등장하곤 한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수요, 공급, 시기, 경쟁 등의 요인에 따라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을 조정하는 가격 책정 전략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전통적인 정가 체계에서는 동일한 상품에 하나의 고정 가격만 적용되지만, 다이내믹 프라이싱에서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복수의 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 맨 위의 그림은 정가제와 다이내믹 프라이싱(동적 가격)의 차이를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의 정적 가격 전략은 하나의 고정 가격점만으로 수요를 충족시켜 매출을 얻는 반면, 오른쪽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여러 가격점을 활용해 시간대나 상황별로 수요에 맞춰 가격을 변동시킴으로써 더 넓은 수요를 포착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 쉽게 말해, ‘정가 대신 시가’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여름이나 연휴 기간에 항공기나 여행지 숙소 값이 오르고, 비성수기에는 떨어지는 것은 이미 수 년간 우리에게 친숙한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다. 그 정도 외에는, 예전에는 이런 방식이 일부에서 판매자가 직접 조정하는 방식 정도로 사용되었고, 가격 변동이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과 함께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자동화되고 세분화될 수 있기 시작하면서 이 기술은 급속도로 훨씬 넓은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가격 변동이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명시적인 경우도 많아졌고,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항공권부터 호텔 숙박료, 온라인 쇼핑, 공연 티켓, 심지어 편의점 도시락 가격에까지 명시적, 혹은 암시적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되고 있으며,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그 정교함과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다양한 사례

한밤에 사람이 많은 시내에서 비까지 쏟아질 때 택시 앱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가격이 두 배, 세 배로 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것이 실제로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항공 및 호텔 여행업

앞서 언급한 대로 항공권과 호텔 객실료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대표적 사례다. 항공사와 호텔은 예약 시점이나 남은 좌석/객실 수에 따라 가격을 수시로 변동시켜 수익을 극대화한다. 성수기에는 요금을 높이고 비수기에는 할인된 요금을 제시하는 탄력 요금제를 통해 한정된 좌석과 객실의 판매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이제 스포츠 경기 티켓이나 음식 배달 서비스 등에도 영감을 주어 응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영화관에서도 인기 영화의 프라임 시간대 좌석은 더 비싸게, 한산한 시간대는 저렴하게 책정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 논란이 되었다.

소매 유통 및 편의점

재고가 빨리 소진되어야 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의 경우, 실시간 가격 조정을 통해 재고 관리와 할인 판매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편의점 GS25는 모바일 앱 ‘우리동네GS’에 마감 할인 기능을 도입하여, 소비기한이 임박한 도시락이나 김밥 등을 하루 네 차례 최대 45%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할인가에 구매하고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 혜택을 주는 동시에 폐기율 감소라는 이점을 얻고 있다.

이커머스 (온라인 쇼핑)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정교한 가격 조정이 일상화되어 있다.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에서는 아이템 위너(Item Winner)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사 대비 최저가를 실시간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쿠팡의 시스템에서는 시장의 수요 및 공급 상황과 경쟁 업체들의 가격 변동 정보를 빠르게 분석한 뒤, 그 결과에 맞춰 자사 상품 가격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팔면 이를 감지하여 쿠팡 제품의 가격을 즉시 인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항상 업계 최저가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에서 판매된 한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단 3일 만에 28% 급등락하기도 했는데, 이런 빠른 가격 변동으로 인해 소비자가 자칫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되어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고, 여러 이유로 제재를 받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공연 티켓 판매 플랫폼들은 인기 공연의 남은 좌석이나 판매 시점에 따라 티켓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앞의 슈가 콘서트의 사례 외에도, 미국 티켓마스터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등에 플래티넘 티켓이라는 동적 가격제를 도입하여 수요가 높은 좌석은 가격을 크게 올리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구단 NC다이노스가 2022년 KBO 리그 최초로 경기 입장권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시도했다 . 그 결과, 2023년에는 입장권 종류를 세분화하여 총 85가지의 가격 옵션을 운영하고, 특정 외야석 입장권 가격이 최저 1,800원에서 최고 10,000원까지 변동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격 차등을 도입했다. 다만 이러한 스포츠/공연 분야의 시도는 앞서 언급한 슈가 콘서트의 사례같은 팬들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서도 실시간 방송 중에만 적용되는 특별 할인가를 제공하는 등 역동적인 가격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첫 구매 고객에게 500원 특가 쿠폰을 주거나, 월간 행사 때 시청 시간에 따라 할인가격을 차등 제공하여 오래 본 시청자가 더 큰 할인 혜택을 받도록 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또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라이브 방송 진행 중에만 인기 신상품을 최대 80%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하여 폭발적인 구매 전환을 끌어내기도 했다.

가격 최적화 기술의 발전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진화 배경에는 AI와 머신러닝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시간대나 재고 수준에 따른 가격 변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복잡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가격 결정에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방대한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수요 예측을 정교하게 수행하고, 최적의 가격을 산출해낸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쿠팡의 아이템 위너 시스템은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 및 클릭 패턴, 시간대별 판매량, 계절적 수요 변화, 시장 트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학습한다. 또한 경쟁 플랫폼들의 가격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설정된 기준에 따라 특정 상품의 가격을 자동 조정한다. 이러한 자동화된 가격 결정 엔진 덕분에 쿠팡은 인간 관리자가 일일이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도 수백만 개에 달하는 상품 가격을 신속히 업데이트하고,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수요 변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자동 가격 최적화를 통한 개인 맞춤 가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부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신규 고객에게만 파격 할인가를 제시하거나,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이탈한 고객에게만 특별 쿠폰을 제공하는 식으로 이미 개인별 차등 가격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 역시 광의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으로 볼 수 있는데, AI가 각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격 민감도를 추정하고 그에 따라 할인율을 조정하는 식이다.

또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같은 머신러닝 기법도 가격 결정에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가격에 어느 정도의 구매율이 나타나는지를 자동화된 A/B 테스트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최대 수익을 가져오는 가격점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도 있다.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이후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과거 인간의 직관이나 단순 규칙에 의존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머신러닝, AI등을 활용한 정밀한 자동화 단계로 나아갔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결정의 자동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매출 기회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장점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수익 극대화와 관련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통해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업은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한정된 재화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는 가격 인상을 통해 초과 수요를 줄이는 한편 추가 수익을 얻고, 수요가 저조할 때는 할인으로 판매를 촉진시켜 재고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적 수요 관리는 특히 항공-호텔처럼 고정 비용이 큰 산업이나 재고가 부패/유통기한 등의 제약을 받는 상품군에서 매우 유용하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소비자 입장에서도 꼭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다. 가격이 고정되어 있을 때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재료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지만 재료값이 낮아져도 가격은 안 떨어진다’ 는 말과 달리 가격이 오르기도 하지만 필요시 자동으로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항공권이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 비교나 가격 추적을 통해 최저가 타이밍을 노리곤 한다. 다이내믹 프라이싱 환경에서는 이러한 최적 구매 전략이 가능하며,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9%가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이 유동적으로 책정되어 할인 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즉 수요가 적절히 분산되면 소비자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수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이를 분석하여 가격 책정 뿐만이 아니라 수요 예측, 시장 파악 등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통한 수익 극대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서비스나 제품의 판매를 증진시킬 수도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단점

그러나 장점만 있는 제도는 없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확대 적용은 여러 부작용과 단점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수시로 변하고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야기한다. 만약 소비자가 합리적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가격 변동을 겪는다면 이는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살 때만 값이 비싸다”거나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은 더 싸게 샀다”는 경험은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등을 돌리게 만든다. 성공적인 동적 가격 전략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이 필수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뿐 아니라 인하 시기와 기준까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공개하고 설명함으로써 납득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AI기반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에서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투명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은 꽤 어려운 숙제다.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가격을 책정하기 시작하면서 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같은 상품임에도 어떤 고객에게는 비싸고 다른 고객에게는 싸게 파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 사례로, 2022년 국내 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하려다 로그인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표시되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제기한 일이 보도되었다. 이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분석하여 동일 상품의 가격을 개인별로 다르게 책정하는 사례들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특히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 기기 정보 등을 이용한 가격 차별은 자칫 영업상의 차별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아마존은 구매 이력이 없는 신규 고객에게 충성 고객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실험을 했다가, 오히려 충성 고객들의 반발로 불매 운동을 겪은 바 있다 .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폭리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수요가 많을 때 지나치게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에 편승한 바가지 요금으로 느껴진다. 대표적인 예로 자율 승차 호출 서비스 우버는 수요가 급증하면 요금을 자동 인상하는 서지 프라이싱(surge pricing) 모델을 쓰는데, 2017년 영국 런던에서 테러 발생 직후 혼란 속에 요금을 크게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한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도시 봉쇄 상황에서 생필품 가격을 크게 인상했는데, 일부 상품은 평소보다 400% 이상, 마스크 가격은 1000%나 급등하여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자칫하면 위기 상황에서의 가격 폭리나 사회적 책임 방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 상품의 경우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차이가 예전부터 있어와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나, 필수품이나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 상품의 경우, 지나친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생계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이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법적 규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비상시 생필품 가격 폭리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인기 상품이나 서비스에 동적 가격 전략을 적용했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산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NC다이노스의 경우, 도입 첫해에 평일 8,000원이던 외야석 티켓이 특정 경기에서는 57,500원까지 오르는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슈가 콘서트의 경우에도 결국 소속사 측은 “한국에는 해당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이처럼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우, 동적 가격으로 인해 가격이 지나치게 뛰면, 열성 소비자인 팬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Wendy’s)의 사례도 있다. 웬디스는 매장에 AI 기반 전자메뉴판을 도입해 시간대별로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언론을 통해 “가격 인상 꼼수”라는 보도가 나오자 고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 결국 기업 입장에서도 자칫하면 단기 수익보다 큰 고객 신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품-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가격 변동폭을 적용할 것인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의 정합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 자동화된 다이나믹 프라이싱 시스템에서 잘못된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동화된 다이나믹 프라이싱 시스템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즉각적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그래서 잘못된 데이터가 유입되는 경우 수익성이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활용할 때는 해당 시스템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인하고 유입 과정에서 오류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최근 논란과 법-제도적 대응

국내 역시 유사한 법적 테두리 내에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활용하고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활용하는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스템 도입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율은 없다. 단 미국과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기술을 통해 가격을 설정하면서 독과점 의 상황이나 차별적 가격 책정같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 거래상 지위남용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확산에 따라 각국에서 이에 대한 논란과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격 차별이나 폭리 논란이 큰 공연 티켓 시장과 플랫폼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1936년 로빈슨-패트먼 법에 의해 가격 차별이 불법으로 규정되었지만, 연방 법원과 연방거래위원회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의 권리를 지지해 왔다. 단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적 가격 책정이나 반경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는 불법이어서, 간혹 이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영국의 유명 밴드 오아시스(Oasis) 재결합 공연 티켓 가격이 다이나믹 프라이싱으로 인해 공식 예매 단계에서 100유로대에서 400유로 이상으로 폭등하여 큰 논란이 되었다. 수많은 팬들이 수 시간 대기한 끝에 비싼 가격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결국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이러한 사례를 들어 온라인 상품 판매 시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남용을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 규칙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역시 티켓 가격 급등 사태 이후 공식 웹사이트에서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관행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공연/스포츠 티켓 분야에서의 가격 급등은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커, 정치권에서도 규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별 소비자 가격 차등에 대해서도 법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EU는 2022년 개정된 소비자권리지침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 개인 프로파일에 따라 맞춤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사전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자신이 보는 가격이 개인별로 매겨진 것임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다이나믹 프라이싱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고, 대부분 사용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스템 도입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율은 없다. 다만 만약 알고리즘 활용 가격 책정이 허위-과장 또는 불공정 거래로 판단될 경우 기존의 전자상거래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를 기만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면 사기적 상술로 볼 수도 있고, 특정 소비자군에 불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적 취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이러한 법 적용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아직은 자율적인 가이드라인과 업계의 책임 의식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 스스로도 논란을 의식하여 자발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레고랜드 운영사의 탄력요금제 도입 보류 결정이 한 예이다. 영국의 글로벌 테마파크 기업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국내 레고랜드 입장권 가격을 차등화하려 했으나, 한국 소비자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계획을 철회했다. 이는 기업이 현지 소비자들의 공정성 감수성을 고려하여 동적 가격 전략을 신중히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동적 가격제를 도입하더라도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어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방지하고, 가격 변동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부작용 완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안 - 혁신과 신뢰의 균형

오늘날의 자동화된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분명 기술 발전과 데이터 시대가 가져온 가격 전략의 혁신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며 최적의 수익을 추구하고, 소비자들도 새로운 구매 기회를 얻고 있다. 항공, 유통, 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에서 이 전략은 이미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았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꾸준히 이 분야는 발전하고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은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에 직결되는 민감한 요소이기도 하다. 가격 책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단기적인 이익을 얻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접근 방식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다.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화된 가격 전략을 펼치되, 그 과정에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에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설계하고, 이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것 같은 경우 관련하여 가격 인하 정책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이다. 또한 가격 변동폭 제한과 개인정보의 책임있는 활용 등 정책 설정 역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미래는 결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 제도를 신뢰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잘 운영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조금만 엇나가도 시장 전체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 AI시대가 가격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 시점에서, 혁신과 신뢰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같이 읽을 거리


이 글은 연재글 다시 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게 된 글로 이 글 을 다시 쓴 것입니다. 원본도 글이 상당히 긴 편이었으나,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자료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고(요즘 사용이 활발한가 봅니다…), 제가 오아시스 국내 공연 티켓을 못 구해서 이러는 게 맞고, 예전에 글을 쓰면서 마감에 쫓겨서 결말을 애매하게 냈던 기억이 있어서 그래도 다양한 관점을 살펴보고 겨우겨우 나름의 마무리를 하려고 하다 보니 글이 다소 길어졌지만, 여러 번에 나눠서 읽어도 나름 처음 접하는 분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이야기를 해보고 싶으신 분, 혹은 오아시스 티켓 양도가 가능한 분,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시는 분은 저에게 편하게 메일이나 댓글 등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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