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영국을 다녀왔고, 나는 영국을 가면 꼭 하루는 옥스포드에 할애한다. 가장 큰 방문 목적은 역시 루이스 캐럴이 있었던 크라이스트 처치를 방문하는 건데… (이미 익숙하지만 그냥 거기를 밟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 요즘은 죄다 예약제라고해서 여기도 예약을 하기 위해 가기 1주일 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그 전에 들어가봤는데 1주일치만 열렸던가 그랬던 것 같다).
홈페이지에 들어간 김에 그냥 바로 예약을 해도 되지만 혹시나 뭔가 걸릴 만한 이벤트가 있는가 해서(9월엔 웬만해서는 별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벤트 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내가 가는 기간에 딱 하루 National Garden Scheme 이라는 행사가 있는 것이다. 뭔가 하고 읽어봤더니 옥스포드와 부근 지역에서 사유지로 평소에 개방하지 않는 정원을 해당 일에만 열고 입장료를 받아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되어 있는데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도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상한 나라 & 거울나라의 앨리스] 의 기원이 되는 몇 가지가 있었고…!! 나는 눈이 돌아가서 헐레벌떡 같이 예약을 했다. 원래 다른 날 옥스포드를 방문하려고 기차도 예매해 두었지만(영국은 기차를 보통 일찍 예매해둘 수록 싸다) 그런 건 다 필요없었다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면 되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옥스포드에.
(왼쪽: 보통 가는 크라이스트 처치. 오른쪽: 평소에는 닫혀있는 오른쪽의 쟈근 문 앞 텐트로 가니 ‘Garden Scheme 왔냐 예약했냐 물어보고 티켓 확인 후 입장시켜줌. 브로셔도 주고 차도 준다. )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간당 3명씩만 받는 행사였던 것이다… 설명서도 주고 설명도 해주고(당연히…영어다… …) 차도 조금 주고 말도 시키고(영어로…아냐…괜찮아요…) 해서 초큼 부담스러웠지만 어쨌든 나중엔 놔주었는데.
구경할 수 있는 정원은 총 3군데였고, 첫 번째 (메인홀 건물 바로 옆) 정원은 정말 전형적인 ‘영국식 정원’ 이었다(규칙적으로 꾸며둔 것은 아니라 적당히 정돈된 매우 자연스러운 시골 정원 스타일).
그리고 거기를 지나가면 넓은 들판에 주변에 나무들만 적당히 심어놓은 두 번째 정원이 나온다. 그리고 거기엔 이 것이 있다.
바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스나크 사냥] 등에 등장하는 재버워키라는 괴물. 재버워키가 이 나무에서 착안되었다- 라고 열심히 자랑을 한다. 물론 이 동네 나무들 중에 이렇게 비뚤빼뚤한 나무가 별로 없고 루이스 캐럴은 아무래도 많이 돌아다니던 편은 아니니까…라지만 사실 이 나무가 몇 백년 전에는 지금보다 꽤 작았을 것이고 존 테니엘의 삽화(오른쪽)를 애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라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소설의 시에서 언급되는 재버워키는 너무 너무 말장난 그 자체라 여러 모로 이 나무에 재버워키를 끼워넣는 건 나중에 지어낸 말 아닐까…라는 말이 중론이라고 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로 이질적이면서 위풍당당한 기세가 근사하고 어쨌든 말로만 들었던 걸 실제로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고 있다. 정형적인 미를 가진 건 아니지만 신나게 뻗어나간 가지들의 기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정원. 여기는 더 볼품 없다. 나무들도 작고, 적당히 넓은 들판에 벤치 몇 개 있는 게 전부. 그냥 넓은 들판이라 여기에서 체스판을 생각하기는 참 쉬웠을 것도 같다. (…) 하지만 여기에서 볼 것들이 있으니.
한쪽 벽에 작은 문이 있다. 엄청나게 작은 건 아니고 내가 고개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정도? 이 담 너머에는 학장 관저가 있고, 이 정원은 원래는 학교 것이 아닌 사유지였다고 한다. 관저 안에서 보이는 사유지 정원은 근사해 보였고(대체 왜지(…)) 그래서 가끔 여기로 들어오려고 해도 들어올 수 없었다고. 그래서 앨리스가 작아진 다음에 들어갈 수 있는 문- 그리고 그 문을 열면 보이는 아름다운 정원과 말하는 꽃들-은 여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럴 만도.
그리고 이 문의 우측 옆의 학장 관저(여기는 개방되지 않음) 안에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큰 나무는 밤나무라고 하고, 체셔캣이 앉아있는 나무를 여기서 연상했다고 한다. 뭐 당연히 캐럴이 태어났거나 머물렀던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자기네 동네가 체셔캣 나무 원조다! 라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아무래도 앨리스가 있었던 동네 나무가 맞지 않을까…싶은. 실제로 정원에 여기저기 장미나무들도 있으니까 (학장 관저 정원은 못 봐서 모르지만 역시 있지 않을까).
어쩌면 체셔캣이 앉아있었을 지도 모르는 나무를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며, 어디든 내가 걸어가면 뭔가가 나오고 그것은 길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미적으로 엄청나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나에게는 눈부셨던 과거의 환상을 보았다. 차원이 3차원으로 축소된다면, 눈 앞에서 나무 위에서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
옥스포드는 몇 번 더 갈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여기를 또 볼 일은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 좋은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