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집에 들인 식물 중에 소코라코라는 품종의 식물이 있다(집에서 부르는 이름: 데일리). 가느다란 줄기 한 두 개였고 매일 물을 주어야 하다 보니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일리는 이제 쑥쑥 크다 못해서 매우 굵은 줄기 세 개를 기준으로 잎들이 쭉쭉 뻗어나가서 숲이 될 모양이다. 가끔 ‘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 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데일리는 잎이 매우 많고, 새 잎도 매우 많이 나고, 그만큼 잎도 많이 떨어져서 주변을 자주 치워줘야 한다. 처음에는 이대로 괜찮은가 싶었는데, 그러면서 줄기가 굵어지고, 잎이 위로 자란다. 제 멋대로 뻗어나가서 잎을 좀 정리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가도 보면 알아서 잎이 너무 많거나 아래쪽에 있는 애들은 잎을 떨어내고 위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또 한시름 놓고는 한다.
자생력, 자정능력이란 참 대단한 것이구나, 싶다.
여전히 코로나는 나아지지 않았고, 좀 나아질 만 하면 다시 심해지고, 이러다 과연 괜찮아지기는 할까 싶은 나날의 연속이다. 나의 상반기는 내내 피곤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건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잠을 많이 자기 시작해서 여러 잔병치레가 사라졌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다만 자도자도 피곤해서, 이제는 많이 자기 + 일찍 자기를 조금씩 실행해 보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요가나 달리기나 링피트를 하고, 링피트는 심지어 엔딩을 보았다(!). 6월에는 기분전환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리듬이 좀 깨졌고, 확실히 이제는 재택근무에 너무 익숙해져서 출퇴근하는 날은 집에서 기절해 있기 일쑤라 따로 운동을 잘 못 했지만, 어떻게든 운동은 필수니 여러 방안을 좀 고민해 봐야겠다.
출국까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소소하게 많이 돌아다녔다. 제천도 가고 종종 가는 호연마을도 가고 제주도도 다녀오고. 올레길도 드디어 다 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작년에 시작한 리디 연재는 잘 끝났고 후속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다른 진행하던 일은 의외로 늦어졌지만 하노라면. 소소하게 다른 일도 하고 있고 다시는 안 하려던 번역도 또 시작해버렸다(망했어…). 나 되게 게으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모아놓으면 엄청 뭔가 있어보인다. 이것이 집계의 힘(?).
회사생활은 좀 아쉬움이 많다. 물론 재밌었고 소소한 쟈근 성과도 있었지. 하지만 많은 오해 속에서는 일어난 일과 기록만이 근거가 될 뿐이다. 커리어 패스라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는 않고 살지만 이에 대한 불안감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상반기 내내 지쳤고, 무기력해지고, 상반기의 끝에 회사를 나왔다. 하반기의 커리어 패스가 아름답기는 커녕 망하지만 않아도 다행인데 과연 괜찮을까 싶지만.
백신도 맞았고(2차도 곧 맞을 것이다) 시절은 늘 엉망이고 나는 또 앞이 보이지 않는 길로 가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래도 의외로 나쁘지 않게 살고 있고. 하반기도 새롭게 엉망진창이겠지만 분명 그 안에 재밌는 게 조금은 있을 것이다. 계속 망하고 있어서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내 삶 내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 어쩔거야. 우리집 데일리가, 나도, 모두모두 또 여전히 제멋대로 이대로 괜찮은가 싶으면서도 계속, 어떻게든 멀리서 보면 나쁘지 않게 올 하반기에도 잘도 뻗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