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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엮는 사람들, 데이터 과학자-출간 후기

올해 초에 ‘데이터를 엮는 사람들, 데이터 과학자’ 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내가 단독 저자로 쓴 책이고,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1x년동안 있으면서 했던 생각과 알게 된 점들을 더듬더듬 적은 책이다.

이 책은 사실 기획하고 만든 지 꽤 오래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래도 데이터 분석 바닥에서 구른 지 꽤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간간히 발표를 하러 간다든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받는 질문들이 비슷한 데가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가끔 SNS같은 데에서 다른 데이터 분석가/과학자들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점점 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에 말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이제는 좀 더 나아졌겠지 싶다가도 또 다시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을 만나면서 답답함도 점점 늘었다.

물론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늘 이것이 절대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분야가 시간의 영향을 빠르게 받는 만큼, 상황도 빠르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늘 말과 블로그나 다른 온라인의 짧은 글 정도로만 표현해왔다. 하지만 정말 되도 않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돌아다니고, 데이터 분야의 거품은 많이 꺼졌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쉬워보이는(?) 면 덕분인지 온갖 사람들이 깊이없는 말을 얹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 역시 나 자신에 대해 항상 자신이 없었고, 내가 일을 잘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을 버텼는데 저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더 현실적인 말을 하겠다라는 생각이 목 끝까지 차오를 즈음에, 내 생각을 한 번 좀 더 정제해서 모아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대략 5년 전의 일이다.

5년여 전, 내가 데이터 분석을 시작한 지 10년을 훌쩍 넘었던 때다. 사실 이제 사람들이 오래 되었다고는 하면서 여전히 여기저기 치이고, 대체 이력관리를 잘 하라지만 내 이력 자체도 워낙에 좋은 지도 모르겠고 하여 나의 일 자체가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한 번 털고 가자는 의미였다. 그래서 책 모양으로 내기는 할 거지만 크게 출판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개인 인쇄로 10권 정도 찍어내서 주변 사람들 몇 명한테만 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존에 짧게나마 글을 써왔고, 글 쓰는 것은 어렵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간간히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는 글도 있었고, 기존에도 저서를 내자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아본 적도 있기도 했다. 그래서 책 모양이 나올 정도로 글을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단 기존에 썼던 주제를 모으고, 추가로 필요한 내용을 고민하고, 어떤 글을 쓸 지를 일단 정리했다. 대충 모양이 나왔다. 그 다음에는 시간이 될 때마다 글을 썼다. 기존에 썼던 글 중에서 골라서 처음부터 다시 쓰고, 쓰고 싶었지만 못 썼던 주제들은 조금 새로 썼다.

그렇게 반 정도 채웠을까, 이 이야기를 들은 소수의 지인이, 이왕 그럴 거 개인 출판은 귀찮고(…) 글 쓸 동력도 생길 겸 출판사랑 계약을 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목차와 글 한 두 개를 들고 다니면서 출판사와 이야기하다 어떤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계약을 했으니 열심히 글을 썼고, 그 해에 초고가 다 나왔다. 나의 첫 책인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이 출판되기 1년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출판사는, 책 진행을 하지 않았다. 1년을 기다리다,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출판사가 그간 사정이 있었다, 진행을 계속 하겠다 해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데에 연재하던 다른 원고는 연재가 끝나고, 책이 묶여서 나왔다. 여전히 이 원고는 출판사에 묶인 채 진전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한 번 이야기를 했으나, 며칠 지나 계약 해지 통보가 왔다.

말문이 막혔고 말을 더 얹기도 싫었고 질렸으며 피곤했다. 그래서 원고는 바로 회수하고, 더 이상 글도 출판사도 쳐다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초고는 마쳤으니 할 만큼 한 것 아닌가, 꾹꾹 눌러 생각하기로 했다. 좀만 더 다듬어서 그냥 개인적으로 찍을까 싶은 생각도 했으나, 그냥 만사가 피곤하고,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 원고는 이전 출판사에서도, 내 개인 드라이브에서도 오랜 잠에 빠졌다.

그렇게 이 원고는 잊고, 다른 책 번역을 마치고, 본업도 피곤한데 출판 쪽에서마저 질려서 IT출판 쪽에는 손을 떼겠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다. 물론 그 피곤함의 트리거가 된 일은 이 원고에 대한 일이었다. 마음 속에는 저 원고가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세상에 내놓을 글이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 초, 그간 내 글을 인상깊게 읽으셨다고 하는 편집자 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물론 작년의 나는 (늘 그렇지만) 여러 모로 정신이 없었고, 출판도 지긋지긋했지만, 마침 생각하시는 책 방향도 기존의 책과 신기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꽤 있어서, 기존에 써 둔 원고가 있는데 이걸 조금 보완해서 내면 어떨까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벌써 시간이 처음 쓸 때와는 꽤 지났는데, 과연 괜찮은가 하는 생각을 조금 했다. 약간의 기술적인 부분을 갱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기본적인 환경이나 업계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반 희망 반을 가져보았으나, 그런 희망 따위. 여전히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했다. 물론 불행한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불행하지만 그 불행의 그림자는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은 시간을 크게 타지 않았다. 물론 내가 이제 너무 고인물이 되었다거나, 그 사이에 크게 발전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그래도 달라진 점을 분명히 꼽을 수 있다. 그래서, 그 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도와준다면, 그래도 괜찮겠다, 정말로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겠구나 생각했다.

계약을 하고 초고는 바로 보냈으나, 교정을 5번도 넘게 더 보았다. 볼 때마다 나의 글은 늘 부끄럽고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으며, 이런 마음까지 마주하고 있는 건 꽤 괴로운 일이다. 내 글은 항상 나에게 마음에 든 적이 없었고(그래서 늘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블로그에 쓰는 글은 사실 대부분 일필휘지(…)로 쓰고 그냥 발행해 버리는 것이다. 아마 이 글도 그럴 듯(야).) 이 원고는 의도치 않게 묻어놓은 시간만큼 부정적인 마음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심지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읽을 때는 온 몸이 배배 꼬여서 참느라 고생했다. 이상한 문장은 손을 보면 되는데 전반적으로 부끄러운 글은 어떻게 손을 댈 수도 없다. 그냥 이 책은 좀 더 묻혀있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냥 이 것은 여전히 나의 생각이 아닐까, 이런 내용을 안다고 사람들에게 뭐가 달라질까- 등등, 온갖 쓸데없는 생각이 내내 원고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게다가 작년에는 체력도 급격히 저하된 상태였고, 정신적으로도 본업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던 시절이다보니, 본업과 관련된 이 원고도 더욱 회의적으로 읽히기만 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털어낼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하고 싶던 이야기들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분명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열심히 마음을 다잡고 지겹게(…) 원고를 읽고 또 읽고, 잔뜩 고치고, 왕창 들어내고, 왕창 새로 쓰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같이 일한 편집자 두 분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빠르고 꼼꼼하게 잘 도와주셨고, 계약 해지 통보도 받지 않았으며, 다른 문제도 겪지 않고 꽤 순탄하게 책이 출간되었다. 덕분에 원고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이 책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도 없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은 더욱 그런 마음이다. 읽는 분들이 재밌고,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겠다. 나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한 적이 없고, 본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책의 인상과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또 확신을 하겠는가.

데이터 분석 분야는 늘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휘둘려 왔다. 온갖 데이터에 대한 말은, 말의 내용과 상관없이, 말을 얹는 사람들도 정작 데이터 분석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실제로 현업에서 일해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필요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도 분명 미약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말이라도, 그래도 현업에서 경험한 사람이 한 말이 이 바닥의 지긋지긋한 말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섞인다면, 그래서 그 아무말을 0.0001%라도 희석하는 효과라고 생각하니, 그냥 그 걸로 됐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내 일을 해 오면서, 그 일에 대해서는 진심이지 않은 적이 없고, 그 길었던, 조금은 지긋지긋한 애증(…)이 담긴 시선으로 보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기록인 만큼, 같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이 일과 분야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떠올린다면 좋겠다는, 정말 딱 그 정도의 희망과, 한정된 시간을 이 책에 투자해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 딱 그 정도의 마음만 가질 뿐이다.


책은 여전히 절찬리 판매 중입니다 후후후후.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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