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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수학 퍼즐 아하!』에 대한 조금 더 길고 개인적인 이야기

작년에 [데이터 과학자 원칙]이라는 책에 한 꼭지 참여하면서, 글의 끝에 추천 도서 세 권을 포함해야 했다. 그 때 추천했던 책 중 한 권이 이 책이다.(지금은 [이야기 수학 퍼즐 아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목으로 추천했다.이하 [아하!]로 표기한다.)

몇 달 전에 출판사 측에서 [데이터 과학자 원칙]에 실린 추천도서들을 쭉 정리한 글을 게재해 주셨는데, 그걸 보니 이 책은 이 목록에서 이질적으로 보였다. 독자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다. 수학 퍼즐이라니 대체 왜 데이터 과학 추천 도서에 이런 것을 끼워넣는지 의아했던 분들도 계실 지도 모른다. 데이터 과학 관련해서는 차고 넘치는 좋은 책들이 많고, 이 글의 추천 도서에도 좋은 책들이 잔뜩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지, 하고 생각했고, 그 때가 아마도 오늘인 것 같다.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냥 생각났을 따름이다.)

추천 도서를 고르던 시점에는 다른 공저자 분들이 누구신지도 모르고, 당연히 어떤 책을 추천하실 지는 더욱 몰랐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추천하지 않을 만한 좋은 책’을 골라야 했다. 두 권은 내가 쓴 책을 추천하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한 권이 문제였다. 내가 아는 좋은 책들은 아마 다른 공저자 분들도 아실 것이고, 추천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같은 책을 골라서 추천 도서를 두 번 선택해야 하는 귀찮음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 아하! 하고 이 책이 떠올랐다(이 책을 충분히 학습한 덕이다).

위의 사진과 같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은 90년도에 초판이 나온, 94년 재판본이다. 아마 내가 샀던 시점도 그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 산 수많은 책을 잃어버렸으나, 그 때 산 책 중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책 중 하나다. 기숙사를 가든 이사를 하든 열심히 껴안고 다닌 덕이다.

이 책을 아마도 94년에 샀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샀던 당시에도 그렇게까지 유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 책과 같이 나온 [이야기 파라독스]는 그럭저럭 유명했던 것 같다. 무려 당시 라디오 광고(그렇다 그 시절에는 라디오 광고로 책 광고가 참 많이도 나왔더랬다…)에서도 종종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당연히(?)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사실 이 책 추천하려고 찾아보면서도 절판되었을 줄 알았다. 아직까지 내주는 출판사에게 치얼스). 이걸 샀던 시기에 아마도 라디오 광고를 듣고 재밌겠다 싶어서 [이야기 파라독스]를 샀고, 이걸 읽고 재밌어서 같은 출판사의 같은 작가의 책이어서 이 책을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야기 파라독스]와 이 책은 구조가 비슷하다. 귀여운 삽화와 함께 비틀린 수학 퍼즐이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 그 뒤에 관련된 내용을 차곡차곡 풀어가는 형식이다([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의 만화가 짧은 버전을 생각하면 좋다). 접근성도 좋고, 재밌고 귀여우며, 쉬운 듯하지만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저자인 마틴 가드너는 이런 것을 전달하는 데에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책 모두 굉장하며, 어릴 때부터 수없이 읽었고, 지금도 너무너무 아낀다. 이 두 책 중 [이야기 파라독스]의 경우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모순과 관련된 주제를 좀 더 다루고, 추천도서에 올린 [아하!]의 경우에는 문제 해결에서의 방향 전환에 대한 주제를 좀 더 다룬다. 이 책을 추천했던 것은 바로 이 주제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문제를 만나고, 특히 데이터 과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 뼈대다(이 내용은 내가 [데이터 과학자 원칙]에 실은 글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운 내용으로 주르륵 풀리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보다 유연하게 방향을 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기도 하고, 혹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넓은 시야와, 다양한 형태로 고민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사실 쉽게 배울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정규 교육 과정과 업무에서도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하다보면 ‘업무 능력’은 키울 수 있을 지 몰라도 ‘업무 실력’을 키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실력’을 간접적으로 확충해주기 위해, 나는 이런 책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잔머리’라고도 불리고, ‘갑툭튀’라고도 불리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직관. 이 책에 나온 예제 말따마나, 침팬지의 지능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큰 블럭을 배치하고 공중에 바나나를 매달아, 침팬지가 블럭을 쌓아 바나나를 따는가 알아보려던 와중, 바나나를 매다는 사육사의 어깨에 올라가 바나나를 낚는 직관, 이런 의외성과 직관은 지금까지 살아오고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나 역시도 뼛속까지 정규 교육 과정과 모범 답안에 익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잔머리를 굴려보려고 하는 사고방식이 만들어진 데는 아마 어릴 때부터 수없이 읽은 이 책의 도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 과학자에게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런 도움을 따지지 않아도 일단 재밌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책의 최고의 미덕은 재밌는 것이기 때문이다. 퍼즐을 좋아한다면 익숙한 내용도 많겠지만, 그만큼 그 내용을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고, 퍼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걸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니!’ 같은 새로운 사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래서, 비록 [아하!]가 ‘데이터 과학자 추천도서’ 목록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지 몰라도, ‘데이터 과학자를 위한 추천도서’에 올리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추천할 다른 기회가 있어도, 이 책을 올리는 데 아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책과 꽤 오랜 시간을 같이 했고, 아마도 앞으로도 근사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에는 또다른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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