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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후일담

(이 사진은 장욱진 전에서 찍은 사진으로, 장욱진 일기에서 발췌한 글로 기억한다)

아직 2023년이란 숫자도 손에 익지 않았는데 벌써 내일이면 새해라니 믿을 수 없고 아마도 2024라는 숫자는 더 손에 안 익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다. 그 김에 다시금 지난 열 두 달을 한 번 쭉 되돌아 보았다.

…라지만 정말 다시 봐도 즐겁지 않았다는 것 잘 알겠고 특히 하반기는 끝없는 하강과 아등바등의 시간으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큰 트러블 없이 지금까지 잘 있다는 것에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쓰다보니 길어서, 굳이 보실 분들은 클릭

1. 작년의 목표 비교 상황

작년의 후일담상반기 회고 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 때의 기억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놀랍게도, 작년의 후일담에서 새해의 바라는 것은 상당수를 이뤄냈다. 놀랍지 않은가.

(무엇보다 건강하고) 다만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귀찮게 하며, 조금 더 칭찬과 욕을 많이 듣고, 좀 더 내 멋대로 하고, 내 생각을 두 세 번 더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보자는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2022년 후일담에서

놀랍게도 올해는 아주 조금의 골골거림(피곤하면 몸살이 오고 그 정도) 외에는 크게 아픈 데도 없었고,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도 전보다는 조금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멋대로 살고 있고, 생각을 좀 더 의심하게 된 것도 같다. 아마도 조금 신중해지기도 했을 거라고 믿고 싶고(?), 칭찬과 욕은 많이 못 들은 것 같은데 이것은 사람들과의 접점이 매우 적어진 탓이다.

그다지 작은 목표는 아니었는데,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에 전제조건이던 경제활동에서 바닥을 쳤는데.

사실 상반기까지는 경제 활동에 큰 욕심이 없었다. 일단 작년에 여기저기 너무 아파서 일단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고, 좀 쉬고 싶기도 했다. 쟈근 일을 조금씩 하면서 상반기를 보내면서, 경제 활동을 할 거리를 조금씩 찾아가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요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지. 그리고 이런저런 것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보고, 조금씩 시도도 해보려고 했지만 하나같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그 와중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고 가끔은 와 이 와중에 내가 이렇게 태연하다니 내가 정말 나아지기는 했구나 스스로도 감탄할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냐면 내가 신도 아니고 그럴 리 없지.

그러다보니 하반기는 마치 롤러코스터...라기엔 롤러코스터는 올라가는 구간이라도 있지 이거는 마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떨어질 때마냥 Down, down, down! 만 떠오르는 나날인데, 뭐, 그래서 이상한 나라에 도달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붙잡을 데라도 있을까, 다시 기어올라갈 수 있을까, 하고 아등바등 하는 중.

2. 한 해 요약

올해는 계속 '뭐라도 해야지...'를 되새기고 살았다. 이전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해야 했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뭐가 어떻게 되었었다는 것을, 그간의 흐름에 감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의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정말 이게 되든 말든 '뭐라도 해야지...'라고 계속 되뇌여야 했다. 뭐라도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올해의 모토였다.

정말로 집콕 그 자체로 살았다. 며칠씩 현관문도 안 열어본 날도 다수 있다. 내가 집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코로나때 조금 알긴 했지만 정말 새삼 깨달았다 완전 히키코모리 그 자체일세. (라고 하면 사람들이 내가 은근히 많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 출퇴근을 안 하는데요... )

위에도 썼지만 작년의 신체적 슬럼프에서는 거의 회복한 것 같다. 어디다 말은 못했지만 기억력도 너무 심각할 정도로 안 좋아져서 조기 치매를 걱정했으나(...) 그것도 올 초에 몇 달 쉬니 완전히 회복된 것 같고, 아픈 데도 크게 없고, 물론 기본 운동량이 적어서(집 밖을 안 나가니) 기초체력이 바닥을 달리고 있어서 좀만 움직여도 드러눕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달리기도 하고(늘지는 않음. 올해도 한 번에 7km 넘게는 뛰지 않았다고 한다..) 산도 타고(하지만 어제 장거리 높은 겨울 눈쌓인 산행은 힘들어서 지금 몸살기운으로 약 먹음) 요가도 하고(몇 년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뻣뻣함에 늘 감탄하고는 한다...) 하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놀기는 정말 잘 놀았다. 내가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올해는 재정적 이유로 좋은 여행 기회가 있었지만 다 눈물을 흘리며 놓았어야 했지만, 그래도 구글 덕에 다녀온 샌프란시스코 여행도 좋았고, 두 번에 걸친 울산과 부산도 좋았다. 여름과 겨울에 올해도 나를 맞아준 호연마을은 늘 즐겁고, 페스티벌 덕에 신나게 놀고 온 송도와 자라섬도 서비스 서비스.

책은 많이 못 읽었지만, 공연도 많이 다니고 전시도 많이 보고 피아노도 다시 치고 이것저것을 쓰고 많이 쉬고 많이 굴러다녔다. 사람을 많이는 못 만났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은 계속 계셨고 덕분에 즐거웠고 많은 힘이 되었다. 아마도 그래서 심신이 충전이 되니, 주변의 여파에도 최대한 평온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리고 많은 생각을 했고, 그 와중에도 아무 생각도 안 하던 시간들도 꽤 있었다. 나의 멍때림 실력에 감탄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시간 등)가 있어서 좋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좋은 해였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지' 는 꽤 좋은 말인 것 같고 아마도 계속 되뇌일 말 중 하나일 것 같다.

3. 올해의 커리어

올해는 정말 1년 내내 무소속으로 살다보니,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뚜렷하게 일로서 드러난 것은 별로 없다.

몇 개의 비공개 일과 비공개 강의를 했고, 몇 개의 회사와 학교에서 세미나를 했으며, 몇 건의 멘토링을 진행했고, 아웃스탠딩에 1년간 매달 글을 연재했고, 저서공저한 책을 출간했으며, 진행 중인 것도 있으며, 온라인 강의를 만들었고, 약간의 공부를 했다. 

이력서에 쓸만한 커리어(주로 그나마 진행했던 것들이 다 비공개성 일이라)가 적다는 것도 아쉽고, 사실 어떤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사라진 것들도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좀 많이 소진된다는 생각을 했던지라 꽤 괜찮은 충전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책이랑 강의가 잘 팔리면 좋겠다... 여러분 연말연시는 새로 책을 사고 새로 무언가 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여러분)

그래도 나의 최신 기술을 접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는 GDE도 계속 하라고 하고, Woman Techmaker는 한 것도 없는데 계속 하라고 해서(매우 찔리고 있음), 뭐라도 해야지... 생각한다.

내 그간 이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몇 군데와 같이 일할 것을 조율해 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결론은 내가 이직이 많아서 마음에 안 든다...였(을 것 같)다. 뭐 그 생각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마도) 일을 잘 하고 사실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생각의 덧없음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지만 그럴 기회 같은 것은 오지 않고 그럴 기회가 생긴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과거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우면서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고 그 장단점 모두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고 내 능력은 묵히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은 연속형으로 계속 될 예정.

4. 새해 계획

나는 늘상 ‘어차피 시간은 연속형이고 새해란 그냥 사람들이 임의로 끊어놓은 단위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매년 연말이면 신나게 온갖 것을 정리해대면서 이런 말을 하면 무의미할테니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할텐데.

늘 그렇지만 새해 계획은 딱히…없다…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산 것도 있고, 어차피 내가 뭘 하려고 한다고 그게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더라! 같은 마음이 좀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던데, 어차피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니까 이 둘을 적당히 조율해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굉장히 좌절의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느낌인데, 그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 나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별로 그렇게 어두침침하지 않아…) 어쨌든 올해는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역시 내 마음대로는 되지 않겠지만, 먹고사니즘은 소중하고 내 능력은 훌륭하니 뭐라도 하겠지(?).

그래도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 내가 아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을 접목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아는 것과 배운 것을 조합해서 더 재밌고 유용한 가치를 만드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했는데 그런 것이 뭔지도 모호하고 그럴 기회도 없었다. 올해는 뭔가 발견해서 잡을 기회가 생기기를).

건강은 계속 신경쓸 예정이다. 내년에는 꼭 건강검진을 받으리라(혹시 지인할인 되는 건강검진센터/병원을 아시는 분들은 소개 좀 부탁드려요). 운동도 계속 무리하지 말고 해야지. 달리기와 등산이 나의 심신에 매우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서 이 둘은 내년에도 꾸준히 할 것이고(내년에는 10km를…꼭… …), 요가도 아마 조금씩 계속 하지 않을까? 어차피 두 배로 빠르게 달려서 나아지게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달려서 현상 유지는 시키겠다는 마음. 다른 것들도 재밌는 게 많은 것 같지만 애초에 운동에 욕심 부리던 사람은 아니라, 다른 건 그 때 그 때 땡기면. 또 누가 아나, 내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처럼 갑자기 계기가 생길 지.

나는 작년 대비 올해의 나의 변화가 꽤 마음에 들어, 내년에도 꾸준히 그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뻔뻔해지고, 좀 더 무던해졌으면 좋겠다. 좀 더 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좀 더 쓸데없는 말의 비율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올해보다는 사람들과 많이 접하고,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신경써야겠다.


새해에는 좀 더 어렵지 않고, 신나는 해가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저 1년 365일 내내 돌아갈지라도
온갖 재난의 액살은 다 비껴가서
백천 가지 일들이 맘과 뜻 먹은 대로 모두 이루어지고
말씀마다 향기 나고 걸음마다 꽃이 피고
어둔 데는 등 돌리고 밝은 대로 앞을 돌려
선인 상봉 귀인 상봉 하시라고
천만 축수 만만 발언으로 비옵니다

그 뒤야 뉘 알소냐. 더질더질.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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