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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02006 책 리뷰

6월은 후기를 남긴 책이 좀 적다.원체 적게 읽기도 했고 보통 지인들의 책은 따로 후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6월에는 지인들의 책을 좀 읽었다.) 여전히 지하철 탈 일은 없어서(통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고는 있다. 그러면 된 거지.

볼드체는 추천 도서.

마치 내가 그간 어떤 선택을 했든, 어떤 길을 걸었든, 우리가 어떤 다툼을 했든, 모든 일은 세월에 마모되고 윤색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만이 이 자리에 남아 빛나고 있다고 말하듯이.

‘엔딩 보게 해주세요’ 중 「저예산 프로젝트」, 김보영


2020-04

  •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아한 문장으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천재 츠바이크가 골라내서 풀어낸 유럽 역사 이벤트. 흥미로운, 알고 있던, 혹은 잊혀진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얄팍한 기억 속의 역사에 끼워넣을 때의 진동.
  • 엔딩 보게 해주세요: 받아서 훑어본다는 게 그 자리에서 다 읽었고 너무 좋다 흑흑 (지인들 책은 후기를 안 쓰지만 모르는 분도 참여하셨으니까<- ). 게임 관심있고 국내 게임업계 잠시 있던 사람이며 판교 좀 있었던 사람입장에서는 정말 쓰러질 것 같다 너무 하이퍼리얼리즘에다 이야기도 근사하고 어휴 진짜 막막 ㅠㅠ 주변 게임업계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막 홍보하고 싶은데 그럼 몇몇 작가분들에게 안 좋을까봐 못 그러겠다 흑흑‬.

  • 리처드 매시슨: Th를 시로 읽냐 드로 읽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암튼 그냥 단편들 모두가 본인은 전설이라는 포스를 팍팍 풍기는, 현실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비틀릴 때 어떤 공포가 우리 옆으로 성큼 다가오는 지를 여러 상황으로 멋지게 보여준다. 미국 호러 문학 고전이라면 역시 이런 거랄까.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허영 가득한 책 제목과는 달리,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한 독서에 대한 담론을 여러 철학적 이야기와 유머를 섞어 이야기한다. 독서에 부담을 가지지 말 것, 생각을 담아서 이야기를 확장해서 내 것을 만드는 것. 그치 어쨌든 재밌는 게 최고야(결론이 이상하다)
  •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우주를 바라본 것은 결국 그 우주 안에서 지구가, 지구의 인간이 잘 살아가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지구 안팎으로 차분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 지독한 하루: 간혹 너무 감상적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삶이란 가능할 것인가. 그렇게 하루하루 지독한 나날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풀어놓는 응급의학과 의사의 에세이.
  • 함께 자라기: 생각보다 평이하고 많이 아는 내용인건 이전부터 저자의 블로그를 꽤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는 내용이래도 보통 실천하기는 어려운데, 하나는 인내심의 부족이고 하나는 어떤 면에서는 내가 이를 따르면서 별로 자랄 생각이 없어서이다. 전자는 나와 모두를 더 이해하면 좀 나을 것이고 후자는 내 갈 길 가야지 뭐.
  • 펭수:디 오리지널: 펭수가 벌써 1년이라고 화보집을 냈다. 크으으. 펭수의 화보는 귀엽고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다 애정을 가지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가며 만들어낸 캐릭터가 다시금 굉장하다는 생각을 하며 펭펭.
  •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 무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느님이 자기 소설들 예를 들어가면서 서스펜스 소설을 쓰는 법을 0부터 9까지 다 설명하지만…나는 그냥 아는 소설들 나오는 거 재밌고 선생님 천재세요(물개박수) 자세로 읽었을 뿐이고 사실 그래도 재밌었다. 아주 한 두 가지의 자세는 내가 배울 게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미 작가신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 하지만.
  •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괜찮다가 나중에는 지겨웠던 수짱도 나와 같은 나이가 되었고 그래도 한 때 잘 읽었던 시리즈의 끝이니까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공감과 비공감을 오가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이런 책을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빈백에서 딩굴거리며 읽는 삶도 괜찮을 지 모르고 어떻게든 so it goes.
  • 더 위험한 과학책: 전작을 읽고 읽는다면 더 설명은 필요없지. 여전히 귀엽고 발랄하고 꼼꼼하다.
  • 읽기의 말들: 읽기에 대한 명언들 모음집+ 저자 해설서 인데, 저자 해설은 조금 내 취향이 아니고 그러다보니 저자 셀렉션도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필요할 때 옮겨서 아는 척 할 때 써먹기는 좋지 아니한가.

2020-05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아마 최근 몇 년간 한국 SF에서 가장 잘 팔렸을 것 같은 작품집(…). 디테일도 훌륭한데 공통의 정서를 다루면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역시 나의 관심사 덕에(?) 가장 놀라운 작품은 역시 ‘관내분실’. 몇몇 이야기는 어떤 문장이나 장면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 연결이 매끄러워서 기분 탓일 지도 모른다.
  • 1인 가구 돈 관리: 나에게는 필요없는 내용도 다수라 사회 초년생용 책이란 느낌이 들지만 애초에 사회 초년생만큼의 재무 관리도 안 되던 사람이라 흑흑. 하지만 도대체님의 그림이 귀엽고 보고 바로 맨날 미루던 암보험 가입을 했으니 충분한 역할을 했다.
  •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어렸을 때 서양 동화를 읽으면서, 거기에 나온 음식들에 대해 상상했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그 음식명이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만들어낸 우리나라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로망을 명확하게 짚고 추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 덕분에 오 헨리 단편도 다시 읽었네.
  • 삐삐 그래픽노블 3부작: 삐삐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고 유럽풍 일러스트가 더해진 만화책 버전은 여전히 즐겁다. 역시 돈 많고 힘센 거 짱이고 슈풍크는 집 앞 마당에 있었다네.
  • 탄소 민주주의: 석유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연료가 어떻게 시스템이 되었고 정치권력이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일부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으나 석유가 시스템이 되는 과정은 꽤 인상적이었다.
  • 리디아의 정원: ‘도서관’의 글과 그림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 꽃을 기르면서 무뚝뚝한 삼촌을 웃고 감동하게 하는 예쁜 이야기와 그에 걸맞는 여전히 예쁜 그림. 전작을 좋아했던 건 역시 그냥 책이 많은 이야기여서만은 아니었다고 확신이 들었다.
  • 공생의 디자인: 환경디자인학 교수이자 선승인 저자가 일본의 가레산스이와 이를 디자인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여백과 자연과 건물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완벽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완벽한 내려놓음과 자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
  • 해장 음식-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해장과 안주에 대한 썰을, 걸출한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의 작가가 에세이로 풀어내는데 재미가 없을 리 없다. 다만 아쉬운 건 만화만큼의 임팩트가 없어서, 그리고 술과 음식에 대해서는 이미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권여선 작가의 에세이 강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어서 좀 아쉽다. 아. 다음 날 숙취 경험담은 정말 제대로긴 하다.
  •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 방송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내용도 훌륭하고 공감되고 재밌었다. 이수정 교수님 너무 모든 대사가 명언이시고 ‘결국 우리는 연대하기 위해 이 방송을 하고 있다’는 말에는 내가 다 울컥했다. 스릴러와 공포물을 좋아하면서도 이제는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불편해서 좀 꺼려지는 것은 이제 바뀔 수 없는 트렌드고 그런 추세에서의 이 책은 너무나도 적절했다.
  •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도 올해 읽은/읽을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 아니었을까. 문장을 어렵게 쓴 것도 아니고 주제가 조금 어렵지만 엄청 새로운 내용인 것도 아닌데 주제가 굉장히 다각도에서 밀도있게 서술된 데다가 각각의 각도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내용인데 그걸 놓치지 않으려다보니 꽤 무거운 책이 되었다. 당연한 듯 하면서도 짚어볼 만한 내용이지만 소화를 잘 한 것 같지는 않으니 한 번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아침을 안 먹는 사람들은 안 먹어서, 먹는 사람들은 급하게 챙겨 먹기 때문에 늘 어떤 로망이 있는 ‘조식’. 거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독거노인(…)으로서 더욱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역시 아침 메뉴 준비 힘들고 집에 돌아가면 반숙 계란을 삶아놔야지.

2020-06

  • 목소리를 드릴게요: 다들 좋아하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잘 들어오지는 않았던, 하지만 배경과 이름만 미국으로 바꾼 후 커트 보네거트 단편집이라고 해도 믿겠다! 싶은 흥미롭고 귀여우면서도 적당히 비틀린 단편집.
  •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뉴욕과 일본을 오가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살가우면서 예쁘고 단정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내용이지만 나는 그다지 정갈한 삶이 아니라 그런가 그다지 즐겁지는 않고 비뚤어졌다.
  • 양준일의 MAYBE: 참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있게 단단한 사람이고 정말 여기에 가식이 없다면 어떻게든 완벽하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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