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올해도 3분기가 끝난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리뷰를 쓸 때마다 그렇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는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무려 7월에는 마무리한 책이 한 권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한 살다살다 이런 적은 처음이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읽은 모든 책에 리뷰를 쓰지는 않으나 리뷰를 안 쓴 책을 포함해서 그냥 다 읽고 덮은 한 책이 한 달에 하나도 없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물론 만화책은 몇 권 읽었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렇다고 7월에 무슨 커다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책을 안 읽은 것이었다. 정말 내 삶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다고 딱히 그 이후에 책을 더 많이 읽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냥저냥, 비슷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그리고 핸드폰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전에 쓰던 책 기록 앱이 백업이 안 되고 서버 저장도 안 되어 싱크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부터 업데이트 안 되고 있어서 언젠가 옮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늘 이런 것은 닥치면 그제서야 급하게 메꾸게 된다. 대비라는 것은 언제나 하게 될런지. 아디오스 나의 n년간의 책 기록이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냈고 이런 건 아쉽지만 없어진다고 큰 일이 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대비라는 걸 할 생각이 안 드는 게지. 이러다 큰 일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늘 그렇듯 추천은 굵은 글씨.
2024-08
- 그럴 수 있어 : 양희은의 ‘그러라 그래’에 이은 에세이. 편안하게 나이들어가는 삶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편한 라디오 같은 책.
- 문방구 보드게임 대백과 – 파티 죠이의 세계 : 문방구에서 용돈 모아서 혼자 사서 하던 게임으로 보드게임생을 시작한 사람에게 너무 추억 방울방울… 여기 나온 것 중 한 6-7가지 했던 것 같고 컨비니언스토어 특히 참 아꼈다.(하지만 추억 소환 효과 외의 책 만듦새는 솔직히 좀 그렇다)
-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 스티븐 킹 오타쿠가 쓴 스티븐 킹 뒷조사… 아니 나 근데 이 정도까지 이 분한테 관심있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굳이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요««< 하지만 나 스티븐 킹 책 안 읽은 게 좀 있었구나 아직 읽을 게 많다(야)
- 변신(열린책들),변신-단식광대(문학동네) : 카프카책 있는 줄 모르고 또 산 덕분에-_- 비교하면서 잘 읽었다(실린 단편이 좀 다르기도 하고). 생각보다 멀쩡하고 우울한 작가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의외로 초단편들의 시선이 좋았다.
- 스타워즈 라이트세이버 컬렉션 : 스타워즈에 나오는 라이트세이버만 쭉 정리해 둔 책. 클론워즈는 정말 라이트세이버 박물관이었구나(안 봄). 각양각색 라이트세이버 구경 너무 조았고 그래요 스타워즈는 별로지만 라이트세이버는 갖고 싶어.
- 케임브리지 카프카 입문 : 카프카에 대한 해석의 입문판이라는데. 글쎄 좀 더 천천히 읽었으면 좋았을까. 나는 내 멋대로 글을 받아들이는 편이라 카프카를 그렇게 어렵게 읽지 않았는데 이런 책이 더 어렵다 orz
2024-09
- 저속노화 식사법 : 조은 책이었고 이미 나의 식사는 망했지만 그래도 올리브오일을 더 쓰기로 하고 견과류와 과일을 샀다(…)
- 홀리 : 킹님이 정말 최근에 자기가 너무 끔찍하게 싫었던 인간상을 몰빵해서 악역을 만든 거 너무 느껴진다 실재하는 크리피한 악역을 일케. 늘 그렇듯 탐정물이래도 추리나 트릭은 별로 없지만 시대와 인간들이 생생히 움직이며 만드는 이야기의 힘. 킹님 노벨문학상 타면 좋겠다 (고래고래)
-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 살인이 일어난 밤부터 어쩌다보니 점점 과거로 가게 된 사람이 사연을 역으로 추리해가면서 원인을 해결해가는 사건의 전말과 해소…에 대한 이야기고 쭉쭉 내달리고 플롯은 단순해서 집중이 잘 된다. 다만 이렇게까지 과거로 갈 일인가 싶고 이런 스타일이 내 취향은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읽기로서의 번역 : 유명한 소설들을 예로 들며 독자 입장에서 번역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제 ‘책이 좋으면 작가가 잘 쓴 거고 책이 별로면 번역이 별로여서다’ 스탑 플리즈… 모어보다 원어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영어 공부 필요성을 새삼 절감했고 예제 영어 원문은 읽기 귀찮았으며(…) 앨리스랑 포우 예제 더 주세요(?). 문학 번역은 잘은 모르지만 흥미로운 주제들이고 그 와중에 가볍고 읽기도 좋았더라.
- 연필로 쓴 작은 글씨: 발저 선생님은 여전히 사소한 것과 특별하지 않은 순간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장황하고 우아하게 펼쳐내지만 그 대상이 나의 관심도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히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완성 원고 초안을 이렇게 사후에 찾아내서 출간하는 게 좋은 일일까 아닐까 나는 모르겠다.
- 탱고-네 개의 강연 : 최근에 발견된 보르헤스의 탱고의 기원과 역사를 다룬 강연 녹취록. 워낙 자신의 나라 전통과 탱고에 대해 관심이 많고 풍부한 지식으로 온갖 이야기를 하시니 안 익숙한 문화라 늘 어렵지만 그래도 그 진득한 감성과 기원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