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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분석가 (~5년차 이상)
(사실 주니어와 시니어를 구분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5년차라고 쓰기는 했지만 그 때 그 때 다르기는 하다.)
분석가는 항상 구하기 어렵지만 시니어 분석가는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저 와주시면 감사합니다(…) 인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일단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는 확인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분석가의 범위는 넓고도 크고 이 분석가 분이 우리가 원하는 분석가와 많이 다른 분이실 수도 있다.
시니어 분석가의 경우는 인터뷰를 하기가 꽤 수월한 편인 것이, 어느 정도 일을 한 경험이 있다보니, 그에 비추어 이 곳은 어떨 지에 대해서 서로 판단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우선 보는 것은 ‘이 분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해왔는가’ 다. 어떤 일을 해 왔는지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해 왔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필요했던 문제 해결 방식의 큰 틀이나, 중요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은 분명 있다. 이를 보는 방식은 보통 본인이 했던 일 하나만 설명을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최근에 했거나 즐겁게, 혹은 인상적으로 했는 지를 알 수 있고, 해당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 지, 사고를 논리적이고 근거 기반으로 명확하게 하는 지를 알 수 있으며, 어떤 수치나 어떤 방법론을 사용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을 했는 지, 전반적인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에서 어느 부분에 약하고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등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여기서 다소 애매한 부분이나 특이한 부분은 그 부분만 짚어서 다시 질문함으로써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 지를 파악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랑데부를 할 때 어떻게 신경쓰고 조율해야 할 지, 그런 것이 가능할 지를 미리 준비하거나 대비할 수 있다.
굳이 어떤 지식을 물어보기 보다는 이런 기존에 했던 일을 물어보는 것이 훨씬 더 편했고 실제로도 같이 일했을 때 이런 데에서 얻은 정보가 더 잘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나도 지식 기반이 매우 얕아서(…) 지식을 물어보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없기도 하고) 어차피 지식은 계속 변하고 하다보니 일단 공부를 계속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각 문제에 필요한 내용을 적재적소에 잘 찾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식을 물어보는 것은 주로 주니어 인터뷰때 하는 편인데, 그 것도 맞는지 틀리는 지 보다 이 분들은 했던 일을 물어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공부를 했나 정도의 용도로 물어보던 편이다.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를 통해서 본다. 이 것은 물론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데이터 분석이 실제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경우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도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이를 실제 동작하게 한다거나, 혹은 없는 데이터를 가져온다거나 하기 위해서도 다른 부서 및 다른 직군과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물론 나도 커뮤니케이션 피로에 취약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거나, 특정 직군과의 이야기가 어렵다든가 하면 이 분과 랑데부를 결정한 후에 최대한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이나 주니어의 경우에는 이런 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다른 상황을 좀 더 접해봐야 하므로 크게 보지 않으나, 이미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면 이에 대해 본인도 숙지하고 있고 기존 일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리 판단을 어느 정도 하게 된다.
또한 신경쓰는 것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다. 물론 데이터 분야에 대한 환상은 그다지 없겠지만 그래도 이 쪽에서 하는 일은 회사마다 어느 정도 다르고, 내가 속한 조직들도 매번 분야가 살짝은 달랐다. (그러다보니 나의 경우 정말 온갖 일을 해서 이제 어떤 걸 특별히 잘하는 게 없나보네요 소리도 듣는다(한숨).) 그래서 그 분이 하고자 하는 쪽이, 어쩌면 내가 있는 쪽과 다소 방향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지를 보통 듣고 이게 어느 정도 맞는지, 조율이 어느 정도 가능한 지를 파악해 보는 편이다. 좋은 분이지만 갈 길이 너무 달라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통적인 이야기
많은 회사가 분석가들에게 기술시험을 요구한다. 온사이트에서 바로 분석 코드를 작성하게 하기도 하고 Codility 같은 사이트를 통해 코딩 테스트를 보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기술 시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걸로 분석가들에게서 그다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분석가들이 필요한 기술 역량이 엄청나게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편적인 테스트로 파악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분석가의 경우 회사마다 다루는 기술스택이 살짝 다르기 때문에, 정말 기술 쪽을 1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면 그냥 와서 새로 배우세요…라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러다보니 정말 쌓인 지식보다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런 것 괜찮은가, 에 대한 자세나 역량을 주로 보는 편이다.)
다만 면접에서라도 최소한으로 꼭 물어보고 있는 것이 있는데, 기본 SQL 개념이다.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어디든, DB를 쓰든 스파크를 쓰든, 파이썬을 쓰든 R을 쓰든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개념이요, 요리할 때 재료 사러 가게 가서 계산하는 방법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시니어라고 해도 모르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은데,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라지만 같이 일하고 싶지도 않고 일하기 너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문법은 모를 수도 있다. 플랫폼에 따라 다소 다르기도 하고… 하지만 데이터 처리 개념 자체를 모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Python이나 R은 많이 썼다고 당당히 붙여놓는데 그 데이터 소스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냥 테이블 하나를 통으로 읽어온 후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filter나 merge의 개념은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걸로 하는 데는 진작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 분들은 너무…Python이나 R은 엄청 열심히 공부하시던데 SQL은 오히려 전혀 보시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특강을 하거나 할 때도 분석가 트랙을 타시려거든 제발 SQL은 필수로 해주세요…라고 매우 강조하지만 이 말은 아무리 더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보게 된다. 나도 한 때는 데이터 분석가는 객관적인 숫자만 보는 것이고 어떤 비즈니스든 상관없이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것은 아주 초짜였을 때의 이야기다. 데이터는 상대적이다. 데이터가 생겨난 데에도 배경이 있고 이를 사용하는 데에도 배경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어떤 방식이 유용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그 방식은 쓸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만이 아닌 배경지식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고 이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새로 랑데부하게 되는 사람이 비즈니스를 바로 이해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자신의 지식과 주관이 없어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적용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궤도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그 분이 익숙한, 혹은 받아들이기 쉬운 분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곳이 아마도 내가 인터뷰를 했던 그 곳은 아니리라.
우리는 랑데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같이 일할 좋은 사람을 구하기는 참 어렵다. 같이 일할 좋은 데이터 분석가를 구하는 것 역시 어렵다. 데이터 분석가 후보자들은 참 많은 것 같고, 서류를 보면 다들 좋아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데이터 분석가…어렵다. 이제 대충 실무 경험 어느 정도 있으면 다 시니어로 생각하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선택되는 사람은 적고, 세상 좋은 데이터 분석가 어디 갔냐고 자조적인 농담을 하게 되기 일쑤다.
물론 여기서 서술하지 않은, 기본적인 ‘같이 일할 사람’을 보는 조건도 굉장히 많고,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많고 다들 잘 알고 계실테니까 이야기하지 않은 그런 부분에서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다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나마 만난 좋은 데이터 분석가도 내가 흘려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물론 다행히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분은 없다). 좋은 분석가와 운 좋게 랑데부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서로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치가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까지 내 생각의 일부를 구구절절 썼지만 사실 나의 생각도 항상 잘못되었을 수 있고, 나의 기준은 상황이나 같이 보는 사람들에 의해 굉장히 많이 좌우되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분들을 어렵게 모셨는데 같이 일을 잘 할 수 있느냐…를 매번 생각하고는 한다. 어쨌든 내가 해당 사람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데에 크게 일조를 했고, 어디서든 내가 (물론 나는 항상 돌멩이에 붙은 젖은 낙엽 같은 존재감을 원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영향력이 작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만큼 결국 매번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얼마나 랑데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맞는 사람들을 잘 고르고 그 분들이 최적의 랑데부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가. 사실 나의 역량이 훨씬 더 낫다면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더 많은 기준과 더 많은 생각을 사람을 고를 때 해야 하는 것은 결국 내가, 우리가, 랑데부를 위한 준비가 조금은 덜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아마도 언젠가는 랑데부를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것은 내가 조금 더 이런 데에 대해 경험이 더 충분히 쌓이고, 생각이 조금 더 명확해 졌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