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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02009 책 리뷰

8월부터는 어쩌다 세계문학을 읽고 있다. 아주 어릴 때 읽은 책들을 다시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고,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볼드체는 추천 도서.


2020-07

  •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세상에 많은 것은 세계 각국에서 버려지고 있다. 자원도, 자연도, 유적도, 삶도. 그렇게 버려지는 많은 것에 대한 담담한 서술. 좀 적은 것들이라도 자세히 쓰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기에는 세상에 이렇게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는 말이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
  • [해빗]: 하려는 것들에 대해 의지를 가지게 보다는 의지의 힘은 약하니 주변 상황과 보상을 잘 만들어서 몸에 배게 하자는 이야기. 몸에 배어 습관이 되면 그 다음에는 유지가 되고, 그 후에 적당한 자극과 보상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 뻔한 행동경제 자기계발같고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차분하고 무난하며 반복과 꾸준함의 힘은 역시 좋은 것.
  • [슈퍼인텔리전스]: 드디어 다 읽었다. 제목은 뭔가 거품스러웠는데 내용은 정말 강인공지능의 여러 단면을 살펴보는데 그 면면이 엄청 꽉꽉 차 있어서 좀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인간 본성이 미래를 바꿈을 설파하는 걸 보면 역시 어쩔 수 없나 싶고 아직은 이 미래가 오면 안 되겠고 좀 천천히 와도 되겠다. 나중에 레퍼런스로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엄청난 책.
  • [내러티브&넘버스]: 데이터와 숫자로 설득하는 사람은 더욱 내러티브에 능해야 한다는 주제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얻기에는 너무 재무 이야기여서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책에서 예제를 들 때 스타트업을 들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았고(흥망성쇠가 너무 빠르다) 조너선 갓셸의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그러라고 나온 책이 아니었는데 싶기도 하고 최태원 회장이 강추했다던데 다른 데이터책도 좀 읽으셨으면 싶은 것이다(…).
  • [7월에 흐르는 꽃]: 스티븐 킹님의 [스탠드 바이 미]로 시작해서 온다 리쿠의 약속된 세계인 알 수 없이 초대받은 화려한 성의 캠프와 여중고생들을 녹여넣고 애잔하고 조금 뜬금포인 미스터리를 푸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이야기. 라이트노벨 브랜드로 나왔지만 평소 소설과 별 차이는 없고 여러 모로 요즘 읽기 적절한 가볍고 예쁜 이야기.

2020-08

  • [보이지 않는 여자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를 모으고 의사 결정을 했을 때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비-남성에게 불리한 사회가 되었는지를 나열하면서 젠더 데이터 구멍이 생겨난 상태를 낱낱이 보여준다. 데이터와 사회 면 모두 생각할 게 많다. ‬강추.
  • [번아웃 레시피]: 너어어어어무 일본 요리 중심이라 재료가 애매한 게 많아서 이런 컨셉으로 국내요리도 나오면 좋겠다. 그래도 몇 개는 쓸만해서 킵.
  • [책 좀 빌려줄래?]: 책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예쁜 삽화에 귀여운 생각이 담뿍 담긴 사랑스러운 카툰 모음(가끔 작가적 아재개그도 아주 조금 있지만).
  • [희망 버리기 기술]: 저자가 전 책이 잘 팔리니 신나서 쓴 것 같고 나도 낚여서 읽었지만(사실 기대는 안 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중간 이후부터 정말 뭘 이야기하는 지도 모르겠고 읽을 가치가 없는 수준의 아무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래서 자전적 이야기로 성공한 책은 그 다음은 의심해봐야 한다니까. 이것도 누군가는 좋아할까? 그럴 지도 모르지만 난 아니었다.
  • [신경 끄기의 기술]: 국내 제목은 좀 오해하기 좋지만(원제쪽이 좀 더 적절.나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재밌고 내용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았던 말 너무 많았던 것 같아서 뒷부분은 좀 적어도 될 것 같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권하겠냐면 잘 모르겠는데, 늘 그렇듯 이런 책은 어떤 타이밍에 딱 와닿을 때만 먹히고 안 그러면 그냥 흔한 책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 [제인 에어(1-2)]: 어릴 때 읽고 재미없다고 버려두고 있었는데 일단 다시 읽으니 재밌더라. 클래식이런 이름은 괜히 붙는 게 아니지. (물론 그렇다고 캐릭터가 좋아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 [잠자는 미녀들(1-2)]: 킹님의 학습력과 개선의지가 놀라운 작품. 작품 자체가 뛰어나냐고 하면 무난무난하지만 킹님답지 않게 놀랍게 입체적이면서 안 어색한 여성 캐릭터와 작품 전반에 깔린 페미니즘과 분량을 충분히 할애해서 잘 정리한 엔딩까지. 이러려고 아들과 작업한 것 같고 계속 배우고 나아지려는 의지가 보여서 너무 훌륭했다.

2020-09

  • [작은 아씨들(1-2)]: 어릴 때 닳도록 읽어댄 책이라 아직도 장면이 생생하기는 한데 후반부(2권)는 역시 어린 마음에는 취향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기억이 덜했다. 여전히 결말은 별로고 지금 보니 레알 도덕책이지만 나는 그런 의미는 1도 신경쓰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처럼 훌륭한(?) 어른이 되었지.
  • [뒤통수의 심리학]: 예전에 영국에서 내 바로 앞에서 발표했다는 이유로 혼자 내적 친밀감 가지고 있는(…) 팀 하포드 추천도서여서 읽어봤다. 내용은 이미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류승범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믿기 시작하면 속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료들이 그럭저럭 재밌어서 아깝지는 않다.
  • [명랑한 은둔자]: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에세이[드링킹]의 저자가 낸 유고 에세이집.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이제 겨우 머릿속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기 시작한 나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계속 삶을 살아가라고 발랄하고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내가 나와 꽤 잘 맞는 사람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간혹 내 소개를 옥타비아 버틀러의 “맘 편한 비사교적 인물, 거대 도시에 사는 은둔자, 꼼꼼하지 못한 염세주의자,(후략)”를 꼬아서 써보는데, 이제는 여기서의 ‘은둔자’를 좀 더 명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 에세이집은 전작보다 어쩌면 조금 더 아끼게 되었다. 그리고 에세이만큼 좋은 서문 만세 번역 만세.
  • [가면 뒤에서]: 초 도덕책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다른 필명으로 낸 선정소설. 클래식한 막장소설 읽는 맛이 있다.
  • [북유럽 신화]: 사놓은 지는 좀 되었으나 며칠 전 눈에 띄어서 읽었다. 북유럽신화는 잘 모르다보니 꽤 재밌었고 세계의 종말까지 미리 신화에 그려놓은 것도 흥미롭고. 원래도 로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그려. 그리고 닐게이먼 로키 취향인 것도 잘 알겠다(…)

번외) 요즘 만화책을 너무 안 읽었더니 뭔가 기운이 쇠하는 기분이라 [Q.E.D iff(1-11)] 을 쭉 읽었고 뭔가 빠진 기운이 충전되는 기분이었고 역시 토마가나콤비의 티키타카와 적당히 깔끔한 추리물 참으로 좋은 것이다. 역시 정기적으로 읽어주는 만화책 최고야.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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