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크리스마스라고 올해도 여러 분이 산타파이브 트리에 덕담을 해주셨다. 그런데 여러 덕담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는 올해도 책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자꾸 부끄러워지지만 어쩔 수 없지…
추천 책은 늘 그렇듯이 굵은 글씨. 늘 그렇지만 읽은 모든 책에 후기를 쓰는 것은 아니며(스터디 용이나 지인이 쓰신 책은 후기를 안 쓰는 편) 다시 읽은 책 후기는 감상이 달라진 경우에 쓴다.
2023-10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따뜻하고 좋은 책인데, 너무나도 합리화능력이 뛰어난 나는 이런 책을 읽어도 자기 반성(?)은 커녕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쓰려는 자동 반응을 보이니 역시 글렀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 : 온콜과 일을 많이 할 수록 올라가는 커리어 등 가정이 있는 여성에게 더 어려운 일자리 구조를 긴 시대의 연구와 함께 보여준 것은 좋았다. 하지만 주 연구 직업이 변호사, 의사 같은 쪽에 몰려있어서 더 다양한 직업에 대한 연구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긴즈버그의 말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여라 연설 등에서 했던 인상적인 말을 여러 주제로 분류해서 모은 책. 편집된 말의 모음인 건 좀 아쉽지만 선생님의 멋짐은 새삼 잘 알겠고.
세계문학 단편선:윌리엄 트레버 :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1도 나지 않아 새로 읽었고 정말 다 새롭다. 트레버의 초중기작인데 확실히 말년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고 좀 더 아이리시하고 모가 나있는데 그래서 더 개성이 살아있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좋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이제 읽었네… 작당히 감질맛나는 이야기 풀이에 이야기 단순하게 쭉쭉 전개되고 안온다정 그 잡채인데 다른 이런 스타일(…) 책처럼 어딘가 근질거려서 안 읽히지는 않는 오묘한 책이다 괜히 초대형 베셀인 건 아닌 거 같다…
글쓰기에 대하여 :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에 대한 깊고 다양한 고민과 관점. 엄청난 레퍼런스와 많은 지식들을 조곤조곤 잘 풀어내었다.
2023-11
비 온 뒤 : 윌리엄 트레버 후기 단편선. 매우 차분한 일상의 각양각색의 공상 긑에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모음. 이야기의 진폭이 세밀하여 집중하면서 읽게 되었다.
체공녀 강주룡 : 주인공이 하드캐리하는 소설이지만 뭐 어떠랴. 캐릭터의 생명력이 지붕까지 타고 오르던 광목보다도 훨씬 힘있고 간도 눈밭보다 눈부시다.
더버빌가의 테스 : 역시 그 뫄뫄를 그 때 죽였어야 했는데 «< 계속 이 생각하면서 읽음
서사의 위기 : 서사가 변화한 모습과 SNS와 스토리셀링의 얄팍함을 철학으로 다루는데 예시 이야기도 흥미롭고 철학책이지만 최신 테크의 모습까지 잘 다루고 있는 너무 현실밀착형이라서 신기했지만 좋았다.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픽투스의 모험]과 어쩌다 같이 읽는데 비슷한 주제라서 괜찮았다.
테니스 이너 게임 : 힘을 빼고 자신이 뭘 하고 있는 지를 똑바로 보고 하는 것 자체에 집중해라 라는 말을 하는 거지만 책이 짧고 테니스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2023-12
아웃 오브 아프리카(소설) : 부유한 유럽인이 아프리카의 농장주가 되어 그 시선으로 보는 아름다운 아프리카…라는 데서 약간 흐린 눈 되기도 하지만 자연의 (좋고 나쁜) 위대함과 그 곳에서의 유대감 같은 게 잘 그려져서 괜찮았다.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 알바 어플,매칭 어플, SNS, 온라인 모임, 유튜브 같은 현대 인터넷 사회의 산물을 활용한 미스터리 단편.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전반적으로 트릭이 깔끔하게 떨어지고 이야기도 나쁘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고 초심자에게 소개하기도 좋을 듯.
개소리에 대하여 : 옛날 철학 논문이라 아무래도 제목에 비해서 쉬이 읽히지는 않는 편이나 분명히 흥미롭다. 역자 후기(해설)가 굉장히 인상적인데. 오늘날의 ‘산업화된 개소리’ 너무 와닿는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n년 전 하루키의 단편들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하루키 판타지 월드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책이지만, 역시 장편에서 걸리는 점들이 여실히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한 게 뭐랄까 참… 그래도 옛 기억이 새록새록 만으로도 장편들 중에서는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