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복각된 카페 알파 화보집)
매번 분기별 책 후기를 쓸 때는 늘 ‘시간이 빠르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늘 쓸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쩌겠는가. 아직 2024라는 숫자와 낯가림하는데 벌써 한 분기가 지났다니. 읽은 책은 늘 너무 적은데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아서 후기 겨우 쓰다 보니 한 분기가 지나고 말았어요 음음.
하지만 올해는 책을 좀 더 진지하게 제대로(?) 읽어볼까 했지만 역시 그냥 그냥 읽는다. 뭐 사실 제대로 읽는다는 데에 큰 뜻은 없다 흠흠.
(늘 그렇듯 추천은 굵은 글씨)
2023
(2023.12.26~ )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제인 에어 다시 쓰기…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국적이면서도 강렬하고 그게 아는 내용과 접점이 보이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제인 에어는 사실 불호였는데 그걸 적당히 건드리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배경과 이야기의 색채가 적절히 강렬하게 잘 어우러지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 비행선: 여전히 아멜리 노통브는 현란하고 제멋대로고 짧고 신나고 불필요한 잔인함까지 어쩌면 이렇게 그대로일까. 역시 이 분도 살기가 편한 걸까.
- 날개가 전해준 것: 선물용으로 좋은 (물리적으로) 반짝거리는 책. 내용도 짧고 예쁜 동화다. 어디서 본 듯 하지만 지겹거나 하지는 않은.
2024-01
- 소녀와 여자들의 삶 : 앨리스 먼로 소설 처음 읽어봤는데 흥미로우면서도 밀도가 높은 연대기가 꽉꽉. 주인공의 냉담하고 섬세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던.
- 왜곡하는 뇌 : 청각적 왜곡과 언어와 음의 관계 같은 것에 대해서 다룬 책. 청각적 왜곡 부분이 특히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음악과 청각 관련해서 맨날 이것저것 읽어야지 했지만 하나도 읽지 못했는데 좀 읽어야지 (하지만 과연)
-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 1권이 너무 닫힌 결말이라(?) 2권 사족인 것 아니었나 했는데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고 내용은 더 라이트해지면서 가벼우면서도 괜찮은 속편이 되았다. 아름다운 이야기였어…
-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 : 작가의 전작 ‘스토링텔링 애니멀’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재밌게 읽었고 작가가 트럼프때문에 열받아서 썼다는 거 너무 잘 알겠다… 한병철 ‘서사의 위기’와 유사한 맥락인데 조금 더 열받아있고 조금 더 웃기고 조금 더 정신없다.
- 제주스러운 날들, 제주를 그리다: 제주에 내려와서 살면서 발견한 소소한 것들을 그리고 쓴 에세이. 귀엽다.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인 ‘저속노화’에 대한 이야기 일단 초장의 ‘인간 푸아그라’ 단어에 너무 충격받아서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노화’라는 것이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닌 (뭉뚱그려) ‘개저씨화’ 라는 것에 잠시 머엉. 나는 번뇌와 유혹에 매우 약한 자이며 세속에 강하게 물들어서 음식이나 운동이나 등등을 제대로 못 지킬 것 같지만 그래도 약간의 자기 관리라는 것을 마음 속에라도 담아둘 수는 있겠다…
2024-02
-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 나 정말 소시민 시리즈에 아무런 정보가 없고 그냥 유명하고 애니도 나온다길래 파이 살인사건 시리즈 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고 그냥 좀 더 음험한 여주의 빙과 같은 거였구나… 요네자와 호노부 진짜 이상한 건 알겠지만 일단 애니 나오면 보고 이 시리즈는 하나 정도만 더 읽을까…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정말 너무 아름다운 센류 모음이었다… 연륜에서 오는 해학 엄청나… ‘만보계의 숫자 대부분은 물건찾기’ 같은 거 읽다 울 뻔했다. 아아 어른들의 블랙유머 너무 맵다..
-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 여러 사람의 인터뷰다 보니 생각이 깊이있게 전개되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다양한 촌철살인이 많아서 흥미로웠음. 잘 다듬어진 SNS같은 느낌(…)
- 런어웨이(앨리스 먼로) : 결국 삶을 떠나지도, 남의 삶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여전히 불가해한 삶의 표면에 남아버린 각양각색의 여성들의 이야기. 안개같지만 그래서 근사한 이야기들.
2024-03
- 페어리 테일(스티븐 킹) (1,2) : 스티븐 킹의 동화라지만 여기 페어리가 팅커벨이 아닌 판 같은 요정인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고… 뻔한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세계도 흥미롭고 킹님 특유의 촌철살인과 본인의 이상한 덕질이 충분히 섞여있고 캐릭터들도 평면적인 것 같지만 충분히 재밌다. 유치찬란흥미로운아름다운 동화였고 정말 으르신 못 쓰시는 게 없다…
- 여름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나름 촘촘하고 귀여운 추리물인 건 알겠는데… 촘촘하지만 너무 심심하고 내용은 오글거리고 캐릭터도 취향에 안 맞아서 이건 이 정도 맛 봤으면 되었고 소시민 시리즌 애니가 나온다고 하니 나중에 나오면 볼까 싶다
- 펜타닐 : 작년 새벽의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펜타닐에 대해 관심이 있었으나 제대로는 모르던 차에 이 책을 읽었고 어쩌다 지금 그렇게 퍼져있고 어떠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영원한 모티브가 된 환상의 세계 : 코로나 이후 V&A박물관이 재개관하면서 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시 도록이지만 관련 내용도 정말 풍부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 전시 들어왔으면 좋았을텐데…
- 이토록 굉장한 세계 : 사실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상태로 읽기는 했지만 우리와는 굉장히 다른 동물들의 감각으로 세상을 감각하면 어떨까, 분명히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 하는 신비함을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경험했다.
- 디 임플로이 : 이상한 세계의 직원 인터뷰집.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일터는 힘든 것이다 특히 내내 갇혀 살아야 하는 일터는 더더욱(…). 기업은 직원 복지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라!! 지만 로봇을 쓰게 되면 역시 이런 가치관부터 제외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