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요약
많은 생각을 오래 하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다
2023년의 이벤트
이사: 이사를 했다. 이사는 늘 어렵지만 올해도 힘들었다. 그래도 중간에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아서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이사간 집은 전보다 좀 더 높은 곳에 있고 층 자체는 저층인데도 시야가 탁 트여있어서 특히 노을이 정말 예쁘게 보여서 해질녘에는 한없이 멍때리는 때가 늘어났다.
2023년의 버티기
달리기 : 운동을 안 좋아하는데 달리기라고 좋을까. 지금까지 몇 년을 뛰지만 딱히 실력 자체는 현상 유지도 간신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올해는 달리기를 하고 나서 종종 생각한다. ‘달리기가 아니었으면 내가 버틸 수 있었을까. ‘
2023년의 행동
잠을 많이 자다
2023년의 여행
미국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 : 구글 GDE 행사 자체도 평소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이고 시차 적응을 못 해서 기절할 것 같은 타이밍이라 힘들었지만 흥미로웠고 샌프란시스코는 작년에 출장으로 처음 가봤지만 그 때는 별 감흥 없었는데 이번에는 공원이며 미술관이며 정말 즐겁게 구경했고 가이드 투어로 다녀온 요세미티 공원의 거대함도 정말 좋았다. 아, Coffee Movement 커피 너무 좋았다… 한 번 더 갈 걸… 또 가고 싶다…(시름시름)
2023년의 도시
울산 : 대전과 더불어 노잼도시 양대산맥이라는데 어쩌다 이런 (과학대학 있는 도시가 다 그렇지 싶지만)… 나는 대전도 참 좋아하는데 울산도 좋았다. 울산은 올해 처음이지만 두 번을 갔는데 바다와 강과 산과 절이 모두 있는데…? 십리대숲이 정말 좋았다.
2023년의 게임
고양이정원 : 살다살다 내가 머지게임에 1년을 말려있을 줄은 몰랐네… 고양이가 귀엽고 첫 날부터 커피 기프티콘에 당첨되어서 조금 해봤다가 그만
2023년의 운동
등산 : 나이가 들면 산이 좋아진다더니 다들 나와 비슷한 루트를 탔던 것일까. 하지만 정말 산 올라가는 것 좋은 것 같다. 작년에 이어서 (주로) 서울의 산을 잘 다녔고 올해는 작년과는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고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팔다리 근력을 더 키워서 더 어려운 산들도 가보고 싶은데…(허름) 하지만 산에 같이 가주시는 모 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를…
2023년의 음악 앨범
Tim Allhoff - Silence Is Somthing You Can Actually Hear
쓰다보니 길어서, 굳이 보실 분들은 클릭
2023년의 음악 변화
전보다 일렉트로니카와 (현대) 클래식을 더 듣게 되다 (feat. Apple Music)
2023년의 감정
모멸감: 좋은 감정이면 좋겠지만... 다양한 모멸감을 겪고 사회생활을 n년 하면서 온갖 못 볼 꼴(?)을 봤지만 이런 감정은 또 새로웠다. 몇 번은 너무 신기해서 당시에는 이게 뭐지 했다가 그 상황을 벗어나서 생각하니 야 이건 아니지 같은 생각이 드는데 이걸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아마도 쉬이 잊히지는 않으리라. 뭐, 이런 경험이 나에게 자양분이 되겠지. 아마도-
2023년의 새로운 경험
온라인 강의를 만들다 : 온라인 강의 자체는 예전에도 몇 개 했지만 기획, 녹화, 편집까지 전체 과정을 혼자서 오롯이 진행해 본 것은 처음이었고, 정말 모든 각각의 분야에 전문가가 계시고 다들 정말 대단하시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었다.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만들어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오래 고민한 생각을 같이 나누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분 연말연시의 소소한 배움과 성과를 원하시면 다들 츄라이 츄라이.
2023년의 브랜드
카발리니(Cavalini) : 샌프란시스코 보타닉가든 갔을 때, 거기 앞에서 파는 굿즈들 도안이 너무 취향이었는데 포스터를 사오자니 구겨질 것 같고 티타월은 마음에 드는 도안이 없고 다른 페이퍼굿즈는 굳이 사고 싶지 않아서 울며 돌아왔는데 그게 이 브랜드의 제품이고 일부가 국내 수입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못 본 포스터들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말 동식물 포스터는 우르르 사려다 참고 몇 개만 사서 새로 이사간 집 (벽지 뜯어진 것도 가릴 겸)여기저기 신나게 붙였다. 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동식물도감 이런 거 좋아했던 취향 몇 십년만에 새삼 살아난 것...
2023년의 습관
#읽고쓰는아침 : 여전히 매일 아침마다 (5초라도) 책을 편다. (쓰는 건 발등에 불 떨어질 때 아니면 거의 안 한 것 같지만 ) 어느덧 5-6년 된 거 같은데...
2023년의 시도
피아노를 다시 치다 : 수십년만에(?) 피아노를 조금씩 다시 쳐봤고 이사 등으로 정신없어서 한동안 쉬었지만 조금씩 취미 삼아 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아쉽지만 실력에 자신감은 아니다). 관련한 몇 가지 단상은 여기.
2023년의 검사
ADHD 검사 : 올 초에 몇 가지 생각이 들어 ADHD 검사를 받았다. 물론 내 주변 모두가 내가 ADHD일 리 없다고 했고 나 역시도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검사 결과도 역시 예상대로 아니었지만 몇 회의 상담과 CAT(종합 주의력 검사던가) 으로 검사를 받는 과정은 나름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길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맨날 미루다 결국 올해 못 썼네. 나중에 기회 닿으면 쓰던가...
2023년의 어이없음
야밤의 도어락 교체사건 : 이사온 지 며칠 안 되어서, 갑자기 밤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 카드키만 가지고 나갔다. 밤 n시 이후에는 핸드폰을 안 쓰려고 핸드폰은 멀리 떨어뜨려두고 있어서, 핸드폰도 집에 둔 채로 그냥 맨발에 코트만 걸치고 털레털레 나갔는데. 이사가자마자 비번도 바꾸고 도어락도 리셋했던 와중에 비번을 까먹고 카드키는 리셋 후 등록을 안 한 것을 갖고 나가는 바람에(...) 쓰레기를 버린 후 집에 들어올 수 없었고... (중간에 험난한 과정을 지나) n시간이 지나 집에 겨우 들어왔고 결론은 야밤에 도어락 교체... ... 정말 쓸데없이 돈 날리려면 별 일이 다 있고 살다가 이리 황당한 일은 처음 겪고 그냥 핸드폰은 항상 착붙하고 다니기로 했다. 디지털 디톡스따위. (....)
2023년의 모임
호연마을 여름 여행자와 집주인 : 1x년간 거의 매년 여름, 그리고 그 외에도 가끔씩 쉬러 가서 정말로 리프레시를 하고 오는 곳 호연마을과, 여름 여행에서 함께 해주는 사람들, 올해 겨울과 여름에도 쉬고 왔고 여름 여행자 무리는 올해도 즐거웠어요. 두 분의 결혼식에 이 이름으로 화환을 보내면서 나도 새삼 감사함을 되새겼다.
2023년의 걱정
나의 모든 것이 손 틈 새로 빠져나갔구나, 내가 앞으로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할까, 생각했다.
작년부터 뿌옇던 앞은 이제 더욱 흐릿해지고, 손을 뻗어보아도 모든 것은 손 틈 새로 흩어져 버린다. 그저 뿌옇기만 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쨌든 제 자리에 멈춰서서 부서질 수는 없는 일이니 어떻게든 발을 내딛어야.
길고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나는 정말 올바른 장소로 향하고 있을까? 그저 엉뚱한 방향으로, 엉뚱한 방식으로 나아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몸 여기저기의 근육이 굳어버렸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머릿속을 텅 비워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직감을-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방향감각을-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라고 오키는 내게 말했다.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을 테지, 라고.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