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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COMMIT 발표 후기

(feat.오랜만의 오프라인 발표)

COMMIT이라는, 구름에서 매달 외부 연사를 모셔다가 세미나를 여는 행사가 있다. 거기에 오랜만에 가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나보다 앞서서 발표하신 분들이 모두 쟁쟁(쟁쟁1쟁쟁2쟁쟁3)하시다보니 이 쟁쟁발표진에 이어 발표를 하는 게 다소 부담도 있었지만, 직군이 살짝 다르기도 하고 나름 새해의 시작을 여는 것이니까 작년의 쟁쟁한 효과가 조금 덜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자신감있게 손을 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발표는 무사히 끝났는데.

지금 다른 발표 후기(작년 우즈베키스탄 발표라든가)도 밀린 마당에 이 것을 갑자기 쓰게 된 이유는 다음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쟁쟁하신 분(이자 저의 예전 동료분)의 후기를 보고 쟁쟁3을 올려드리기 위함이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1. COMMIT 관련 주최측의 진행
  2. 오랜만의 (오프라인) 발표에 대한 회고
  3. ‘스타트업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COMMIT 관련 진행

처음에, ‘스타트업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사실 발표 제안을 받으면 주제를 자유롭게 정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지만, 주제 범위가 정해지는 것에도 역시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주제가 해당 발표 자리에 맞을까 하는 부담이 없어지고, 내가 여기서 발표를 해도 괜찮은지 아닌지에 대해서 바로 판별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마침 최근에 낸 책의 최종교를 보고 있던 때에 요청이 왔고, 이 책에서도 일부 다루었던 내용이어서 여러 모로 고민없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발표까지 진행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서, 발표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제안을 받으면 일정과 세부사항만 결정하고, 경우에 따라 계약서를 쓰고, 당일에 발표를 하러 가면 끝인데, COMMIT의 경우에는 웬만한 큰 컨퍼런스보다도 훨씬 진행이 꼼꼼하다. 일정이나 발표 범위, 참석인원, 발표 방식(많은 경우 온라인/오프라인 동시 송출에 온라인은 녹화까지도 같이 진행을 하는 것 같지만, 나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청중을 보면서 온라인 청중을 신경쓰기까지 준비를 하기는 부담스러워서 오프라인 한정으로 발표를 하기로 했다.)을 우선 메일로 협의하고, 미팅을 통해서 한 번 더 정리를 했다. 이전 세미나에서의 간단한 통계자료로 청중 분포(연차 등)를 알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 미팅에서는 인터뷰를 한다. 발표자와 배경에 대해서(물론 간단한 발표 개요, 사전 질의서 및 프로필은 그 이전에 문서로 작성해서 공유를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질의응답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름에서 발표자 사전 인터뷰 자료 및 세미나 청중 모객을 한다. 이 때 회사 블로그에 올리는 내용들을 사전에 공유해주는 것도 좋았다. (가끔 인터뷰나 글의 요약을 뉘앙스가 왜곡되게 해서 트러블이 생겼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필요한 단계이나 대부분 빠르게 진행하느라고 생략하기 일쑤다.)

이후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발표자료 사전 공유 및 피드백까지, 발표 전에 이루어진다.

발표 당일에도 사전에 가서 리허설을 할 수 있고(나의 경우에는 목 상태에 자신이 없어서 발표 장비 및 발표장 확인만 하고 따로 리허설은 하지 않았지만), 발표 후 구름 직원 대상 네트워킹까지 꽤 많은 단계의 진행이 전반적으로 꼼꼼하고 물흐르듯이 진행되어, 진행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신경과 에너지를 이 행사에 많이 쓰고 계신다는 것이 느껴져서, 꼭 한 번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서 이 기회에 같이 정리를 해 본다. (발표 후기도 추가로 블로그에 정리한다는데, 내가 발표한 지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아 해당 내용은 언젠가 올라오면 링크를 걸기로 한다.)

오랜만의 오프라인 발표

코로나로 사회적 제약이 있던 약 3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거나 집-사무실 왕복만 하면서, 가뜩이나 극도의 내향형 인간을 자랑하는데 이런 내향형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사회적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정말로 반칩거 반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이 시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도 과연 괜찮은가 하는 약간의 걱정이 되고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울 뿐…) 자연스럽게 외부 활동이나 발표 같은 것도 제안도 거의 안 들어오고, 내가 나서지도 않는 상황이 되었고, 발표고 뭐고 일단 말을 안 하고 살아서, 정말로 성대에 곰팡이가 안 슬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어쩌다 기회가 되어 발표와 강의를 온라인으로 할 일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하다 보니까 그럭저럭 익숙해졌다. 온라인 발표에는 분명 오프라인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청중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대본과 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발표를 계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강의는 대본을 어느 정도 참고하기는 하지만 너무 열심히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그래서 모든 영어발표가 부끄럽다…) 대본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들다보니 많은 경우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내용을 머리에 넣고 대본은 키워드 정도만 준비하고 청중들의 숫자, 분포와 반응을 적당히 보면서 애드립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이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발표 시작할 때까지도 긴장이 되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하게 될 지 완전히 예상하지 못하여, 일정한 발표 품질 관리에 다소 무리가 있는 방식이지만 발표할 때의 재미(?)같은 게 있어서 계속 이렇게 하고 있다발표준비를 하다 말아서가 절대 아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온라인으로 발표를 하면서는 그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일단 청중이 없고, 카메라는 평소에 사진 찍는 것도 어려워할 정도로 어색해하고, 그 상태에서는 애드립을 해도 내가 어색해서 더 어렵다. 그러다 대본을 적절히 써봤는데, 그러다보니 앞서서 말한 새로운 장점을 찾을 수 있었고, 새로운 포맷으로 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물론 카메라는 영원히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그 간에도 가끔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발표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프라인은 주로 소규모고, 이런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발표하는 것을 오프라인으로도 같이 본다의 뉘앙스에 좀 더 가까운 발표들이었던 것 같다(그래도 물론 이런 경우에는 대본 사용이 적기는 했지만…).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 발표를 했다. 거기다 한 시간짜리. 꽤나 반갑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나의 애드립력에는 이미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데 괜찮을까 싶은 것이었다. 거기다가 나는 뭐 사람들 얼마나 오겠어 했는데 참석 희망자가 수용 가능 인원보다 많아서 일부는 모시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표 전부터 과연 나의 오랜만의 애드립력은 괜찮을까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내용은 충분히 익숙한 것이었어서, 엉망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논스톱으로 한 시간 넘게 발표하고 Q&A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전에 발표하신 분의 후기를 보면 아예 중간에 물마시는 용도의 슬라이드를 따로 넣으셨던데, 그것도 좋은 것 같지만 애드립의 특성상(?)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물론 중간에 숨을 좀 돌리더라도) 그대로 쭈욱 이어나가는 편이다보니 나에게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정말 기력이 딸리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오프라인 발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매우 중요). 그리고 온라인-오프라인을 동시에 할 경우에 적절히 두 방식의 장점을 잘 합쳐서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겠다. (물론 그런 발표가 또 들어올 지는 알 수 없지만…)

‘스타트업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발표 후기

아마도 청중/주최자의 후기는 구름 공식 블로그에 향후 올라올 것이고, 여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내가 받은 인상을 중심으로 간단히 말해보겠다. (전반적으로 발표 및 청중 분위기는 좋았다는 것을 미리 언급해둔다.)

사실 이 주제를 가지고는 꽤 예전부터 발표를 해왔지만(물론 애드립이라는 발표 성격 및 경험치와 주어진 시간, 환경 등에 따라 발표 내용이 매번 바뀌기는 한다) 이 주제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여전히 스타트업은 많고, 새로 시작하는 회사에서 데이터를 잘 사용하기는 더욱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현실은 계속 반복되고, 그만큼 같은 실수도 반복되고, 그 와중에 세상은 변하고 비즈니스도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다 보니 다른 실수도 다양하게 끝없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 어려운 굴레다.

그러다보니 다행히(?) 사람들의 관심도 여전히 많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아무도 안 하실까봐 미리 사전 질문을 받은 리스트를 주셔서 몇 개를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다행히 중간에 익명 질문 사이트에 올려주신 게 잔뜩 있어서, 지친 와중에도 질의응답을 정신없이 열심히 하고 있으려니 다행히 사회자분께서 적절히 끊어주셨다.

질문은 굉장히 다양했지만, 상당수는 기본적이거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각자의 경우에 대한 것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넘겼고, 전자의 경우는 제 신간에 나와있어요! 를 외칠 수 있었다. (…이 신간이 어느 정도는 그간 질문받은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이럴 때 좋습니다 여러분 다들 읽으시면 피가 되고 살이 되실…(쿨럭쿨럭)) (물론 그렇다고 모두 이렇게 무성의하게 넘기지는 않았다.)

데이터를 다들 적절히 잘 쓸 수 있게 되면 좋을텐데, 현업과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과 데이터의 상황과 시장 등등이 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지고 다들 적당히 장단점을 취하면서 적당히 발전해 나가는 때는 언제일까.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고, 어느 정도 좋은 사례가 많이 쌓여서, 회사 초기부터 데이터에 적절히 신경쓰면서 나아갈 수 있는 때는 언제쯤 올까, 그 때까지는 어느 정도는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길게 쓴 것도 역시 발표 제안 시작부터 발표가 끝나기까지 발표자경험이 충만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내가 그냥 남이 부탁하면 일정만 괜찮으면 다 승락하는 쉬운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까칠할 때는 까칠하다(…).)다시 한 번 발표 주제에 대해서도, 발표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한 좋은 기회를 주신 구름 COMMIT 운영위원(?) 분들께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리는 바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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