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다 늦게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요즘에 뭘 하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한 꼭지 정도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요즘에 쉬면서 하기 시작한 것 중에 하나가 피아노를 다시 연습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또 잠깐 하다가 말겠지 싶어서 사람들에게 별로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덧 피아노 앞에 앉은 시간만 30시간이 넘어가고, 한 주에 1-2회씩 느리지만 꾸준히 치고 있다. 이쯤되면 ‘ 나 요즘에 피아노 치고 있다’고 말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러니까, 요즘에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당연히, 나는 피아노를 꾸준히 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언젠가 다시 치고 싶다’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이는 ‘언젠가는 무엇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먼 훗날 하고 싶은 것’이라는 리스트에서 최우선순위에도 올라오지 못하는, 한 켠에 자리잡은 항목 중 하나일 뿐이었다. 주기적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라서 집에 쓸데없는 짐을 늘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고(그런데 왜 책은 자꾸 증식하는 지 모를 일이다만), 그러다보니 아주 가끔 해머건반 신디사이저라도 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얼른 고개를 젓게 된다. 거기다 피아노를 칠 시간에 다른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에 늘 시달려왔다. 세상에 해야 할 것은 잔뜩 있다. 주기적으로 운동도 해줘야 하고, 해야 할 공부도 잔뜩 있다. 이런 것을 이기고 할 정도로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2x년 전에 그만 둔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 지금까지 있을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 그런 열망이나 재능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다면, 애초에 그 때 피아노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예 많은 것을 내려놓고, 무위도식 상태로 집에서 누워있다보니, 피아노에 대한 생각이 아주 조금은 떠올랐다. 때마침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아주 우연히, 집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 꽤 저렴한 연습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뜩이나 너무 집에만 붙어있는 것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집 밖으로 발을 내딛을 겸 한 번 가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한 번 가보고 별로다 싶으면 그냥 끝내면 된다, 싶은 마음에 연습실을 일단 두 시간 예약하고, 몇 개의 악보를 아이패드에 다운로드받았다.
그리고, 꽤 두근거리며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