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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상(영화 등) 결산

작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이후에 영화관을 자주 안 간다. 작년보다는 그래도 올해 좀 더 가기는 했지만, 밤새가며 영화를 본다든가 영화제에 가서 하루 종일 극장에 죽치고 있는다든가 하는 것은 전생의 이야기 같다. 기력도 예전같지 않아 아바타같이 긴 것은 보고 나면 일찌감치 드러눕는다.

그렇다고 집에서 뭘 잘 보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집에서는 영상에서 뭔가 기분이 안 좋아지면 바로 중지시켜버리기 때문에) 여러 모로 영상물을 보는 것은 예전같지 않다. 손 댄 시리즈물은 몇 개 있지만 과연 한 시즌을 끝까지 보는 것은 몇 개나 될까. 일단 올해는 하나뿐이네. 참.

그래서 올해 본 게 많지 않다…라는 핑계를 참 길게도 대는 것 같지만, 덕분에 뭔가 좋은 영화만 골라본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아래 각각 후기에서 볼드체는 개인적 추천인데 볼드체 참 많다 (…) ) 일단 그래도 올해의 인상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나.

기간: 2021-12-26~2022-12-25

영화: 27편

그 외: 적당히(…)

좋았던 영화 3

헤어질 결심

팬텀 스레드

나이트메어 앨리

올해의 배우

안소니 홉킨스

탕웨이

각각의 영화 후기

  •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 : 전작이 워낙 좋아서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었다. 제목도 적절했고 섬도 에쁘고. 전작보다는 활극에 가깝지만 그래도 아기자기 귀여운 맛이 좋다. 다만 이제 돌아버린 괴짜 천재인척하는 백만장자 너무…지겹고 이미 이건 캐스팅부터 너무 예상 가능(읍읍). 하지만 특별출연 요요마에서부터 이미 빵 터졌다.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 초반에는 그 피노키오 원작의 아이가 저지르는 고구마가 자꾸 벌어져서 너무나도 힘이가 들었는데 반쯤 넘어가니 진짜 후루루루룩 넘어가고 아이고 어르신 잘 만들었네요 (만세 삼창)
  • 아바타-물의 길: 3시간 넘는 시간을 이겨내는 건 각오를 했는데 그게 3D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정말 뻔하고 모든 오래된 클리셰 범벅이라 그냥 말을 만다만 그래도 액션씬은 볼만했고 숲을 지나 바다 광경 정말 좋긴 한데…근데… 지루해…길어… 심지어 3탄이고 5탄이고 찍는대 하지마…
  • 더 메뉴 : 아무리 봐도 평론과 여기저기 평가에 지친 감독이 다 같이 죽자 하고 터트리는 폭탄같다. 배경도 좋고 배우도 좋고 음식은 역시 예쁘니 미스테리로 뽑아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뭐. 영화 끝나고 치즈버거 사먹었고 니콜라스 홀트랑 안야 테일러 조이 되게 남매상이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 현실에서는 사는 게 힘든 세탁소 주인이지만 이세계에서는 세상을 구하는 액션배우(…)가 되는 제멋대로 엉망진창 멀티버스 SF. 내용은 다소 뻔한 맛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귀엽고 양자경이 멋지며 온갖 씨를 잔뜩 뿌린 베이글을 사먹었다.
  • 도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뻔하고 배우와 시간이 아깝고.
  • 테넷: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고 내용을 치밀하게 짜려고 노력한 것은 알겠는데 전작들만큼 명쾌하게 놀랍지는 않다.
  • : 서부극과 코스믹호러를 이렇게 합쳐서 이런 걸 만들 수 있구나 싶던, 뭔가 비어있는 것 같지만 잘 짜여있던 영화.
  • 헌트 : 정말 아무 기대없이 봤는데 이정재는 배우계에 빼앗긴 연출-각본계 인재 아니냐.
  • 탑건-매버릭 : 4DX가 좋구나 새삼 깨달은 영화. 내용은 뻔하지만 철가루 튀는 비행 액션을 보노라면 역시 이런 아날로그 철가루 스피드 액션물의 원초적 힘을 깨닫는 것이다. 끝나고 나면 그저 재밌었다는 기억만 남는, 잘 정제된 속편.
  • 벨파스트 : 어린이의 순수한 눈과 미화되는 과거라는 필터로 보는 과거의 격동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했던 가족 친구 이웃 – 이라는 어떻게 보면 좀 뻔한 테마이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한 흑백의 아름다움.
  • 헤어질 결심 : ‘원초적 본능’과 ‘화양연화’ 사이 어떤 지점에 위치한 블랙코미디. 끝나지 않아 사무치는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마침내.
  • 용과 주근깨 공주: 호소다 마모루의 애니는 여전히 화면은 예쁘고 연출도 좋고 음악도 나름 좋지만 이야기 자체가 뭘 말하고 싶은 지 모르겠다 좀 가지치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 스펜서 : 다이애나비의 크리스마스 연휴 1주일을 가지고, 억압받는 여성의 우아한 심리 호러물(?)로 잘 그려냈다. 음악이 매우 좋고 화면도 당연히 예쁘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예쁘기도 하고 이런 심리극을 (전부터 그랬지만) 꽤 잘 한다.
  •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대작은 소재와 주제가 뭐가 되든 영화들이 다 너무 비슷해 보인다.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신파 없어서 좋긴 한데 너무 뻔해서 다른 장점들이 죽는 기분이다.
  • 더 파더 : 안소니 홉킨스 어우 말밖에 안 나오는 치매연기 달인… 치매의 혼란스러움과 기억의 단절을 정적인 화면에 지루하지 않게 담아냈고 그리고 역시 배우들이…너무…
  • 브로커: 영화 잔잔하고 예쁘네…배우도 예쁘고 음악도 예쁘고 결말도 너무 예쁘고 따뜻한 게 갑자기 환타지가 되었네…
  • 하우스 오브 구찌 : 구찌 가문의 가십을 우아하게 풀어낸 영화. 레이디 가가의 욕망에 가득찬 얼굴이 굉장하다.
  • 리코리쉬 피자 : PTA의 귀여운 청춘 연애물. 정제되지 않은 엉망진창 달리는 것은 이렇게 보면 어찌나 찬란한지.
  • 나이트메어 앨리 : 하 토토로 아니 델토로 감독 또 이르케 훌륭한 영화를 내놓으시다니. 영화 끝나는 순간 혼자 박수쳤다 세상에. 이걸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한 장면도 흘려보내면 다 보고 후회하고 되게 뻔한데 훌륭하고 배경도 음악도 배우들 연기도 넘나 좋고 케이트 블란쳇 언니 최고야…
  • 버블: 작화랑 사운드랑 연출이 좋아서 극장에서 보았으면 좀 더 좋았겠다 싶은데 내용은 인어공주를 비틀지도 않고 갖다쓴 세카이계 청춘 로맨스. 거품과 파쿠르로 만든 설정은 괜찮긴 했지만 스토리가 우로부치 겐인 걸 생각하면 다소 아쉽.
  • 소울 : 다들 좋아하더니 좋은 이유가 있었고만. 언제부터 삶에 그렇게 원대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거 최고야…
  • 나일 강의 죽음: 이집트 가보고 싶네 이집트 경치가 짱이다…하지만 이미 다 아는 내용 조금 사람 더 죽었다고 원래의 치정극이 달라지지는 않고 케네스 브래너 포와로 시리즈 이제 그만 찍나보네 허허허허.
  • 팬텀 스레드 : 또 다른 의미의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구조 연애담. 화면과 음악이 너무 우아하고 매끈하며 주연 배우들 얼굴이 굉장히 좋아서 분명 정신나간 이야기인데도 설레는 느낌이네.
  • 혼자 사는 사람들 : 엷고 잡음 많은 아슬아슬한 관계만을 둔 혼자 사는 사람의 관계 정리와 이어지는 삶을 천천히 바라본다. 공승연이라는 배우는 처음 봤는데 얼굴이 굉장히 좋다.
  • 돈 룩 업 : 어마무지하게 화려한 캐스팅에 신랄한 풍자는 좋지만 너무 직설적이고 교훈적이고 메세지가 과하게 뚜렷해서 그냥 적당히 재밌었다. 물론 이것은 감독의 전작 다큐들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현실에 비추면 귀여운 정도 아니냐.

시리즈

  • 러브, 데스, 로봇(시즌3) : 무난무난했다. 크리처 공포물이 늘어났고 쓸데없는 데 기술 갈아넣은 것들이 있어서 오히려 적당히 애니메이션같은(혹은 애니메이션 특징을 잘 활용한) 에피소드들이 더 좋았다. 크리처물의 경우 완성도는 천차만별인 것 같고 ‘애니메이션’특성을 잘 활용했던 화들이 좋았다. [강렬한 기계의…]가 제일 좋았지만 이건 조금 더 길게 만들었으면 좋았겠고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나 [메이슨의 쥐] 귀엽다(?)
  • 냉면 랩소디 : 냉면 맛있어 (…) 평냉 최고야 (이게 영상 리뷰냐 음식 리뷰냐)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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